김정재 의원 정부문건 공개…“조사단에 가이드라인 제공”
산업부 “내부 참고용으로 작성…외부 공유 없었다” 반박

[에너지신문] 포항 지열발전이 지진과 연관성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열발전과 관련한 국가배상책임 가능성이 낮다’는 내용의 내부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부가 조사단에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포항 북구)은 3일 ‘포항 지열발전 관련 국가배상에 대한 법률자문 보고’라는 제목의 산업통상자원부 문건을 공개했다.

보고서에서는 △직무집행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 △인과관계의 4개 국가배상 요건을 검토했으며, 일부 요건의 불인정으로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작다고 밝히고 있다.

지열발전 연구과제가 민간이 포함된 협약으로 성립된 만큼 직무집행에 국가배상 요건 충족이 어렵다는 취지지만 김정재 의원은 “법률자문 결과 및 검토 내용이 엉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국가가 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국책연구사업은 공공행정의 하나로 국가 직무집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지진의 사전예측이 불가능해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에 대해 “지열발전이 지진을 유발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인데, 정부부가 이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과제 사업과 관련한 법령 요건과 절차에 따랐기 때문에 법률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산업부의 논리지만 개별법령상 절차를 지켰다고 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과관계를 결론짓는 것은 정부조사단에 명백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포항시민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법률자문은 정부에 소속되거나 고문료를 받는 변호사가 지열발전 업무과정에서 직무유기, 업무태만을 저지른 담당자에게 면죄부를 주는데 이용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산업부에 문건 작성 경위 해명과 책임자 문책, 정부 정밀연구단의 활동 중단 등을 요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김정재 의원과 포항시민대책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산업부는 인용된 보고서는 내부참고만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정부가 조사단에 지침을 내린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의 입장이 아닌 법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 작성된 것으로 정부의 어떠한 의도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아울러 조사단을 비롯해 외부에 공유하지도 않았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간의 인과관계를 결론지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보고서는 당시 언론보도 내용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배상 성립 요건들과 함께 정부의 R&D 지원과 포항지진이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검토한 것으로 현재 연구조사단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국가배상은 국가배상법에서 규정하는 직무집행, 고의‧과실, 위법한 행위, 상당인과관계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인정이 가능하다”며 “포항시민을 지원하는 방안은 조사단 연구결과 및 관련 법률관계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