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ㆍ상업용 연료 대부분 무연탄…일부 부유층에서만 취사용으로 LPG사용해
석유수요 적지만 군사용 석유 대체 어려워…국가존망에 영향 주는 아킬레스건

[에너지신문] 국제재제로 인해 줄어만 가는 북한의 원유도입선으로 현재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최근 정우진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석유수급 현황과 전환기 시장 전망’ 글을 통해 북한의 에너지 정책과 석유수요 등의 특징을 14일 소개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에너지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체 부존 자원의 생산과 소비를 극대화 시키는 자력갱생의 에너지 수급체계를 이루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이 무연탄과 수력 밖에 없는 북한은 건국 이후부터 줄곧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무연탄과 수력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들을 추진해 왔다고 정 소장은 밝혔다.

대표적으로는 저열탄 활용기술, 유역변경식 수력발전 및 중소수력, 석탄가스화와 석탄층 메탄가스(Coalbed Methane) 등이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도 북한이 주력하는 에너지이다. 환경차원보다는 자체 생산 에너지라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북한 당국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을 써왔다.

원자력발전도 국내에서 풍부한 흑연과 우라늄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 시 북한이 열망하는 에너지원이다.

북한은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석유의 수입을 억제하면서, 대체가 어려운 분야에만 주로 사용해 왔다.

그래서 석유 이외에는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기 어려운 자동차 수송용으로 석유소비가 많은 반면, 산업용은 거의 석탄으로 대체해 석유수요는 소규모에 불과하다.

남한에서 산업용 석유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가 석유화학산업이지만 북한은 석탄원료 기반의 화학산업을 발전시켜왔다.

▲ 북한의 국가별 석유제품 수입실적.

◆석탄에서 석유 뽑아내는 등, 화학공업 발전 본격화

수입석유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김정은은 국가경제 개발 5개년 전략의 일환으로 석탄에서 석유를 뽑아내고 석탄화학공업을 한층 더 발 전시키는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주창하고 기술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 소장은 현재 북한은 전체 전력설비 중 수력과 화력의 비중이 약 6:4로 수주화종(水主火從)의 전원구조를 이뤄 화력설비 비중이 작다고 소개했다.

화력은 모두 무연탄 전원으로 구성됐고 유연탄이나 석유, 가스발전 설비는 없다는 것이다. 함경북도에 소재한 20만 kW의 선봉 화력이 북한의 유일한 석유발전소였으나 최근 무연탄발전소로 개조한 바 있다. 이러한 전원개조는 석유공급 부족에서 비롯됐으나 석유의존도를 줄이려는 북한 당국의 방침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석유발전은 없으나 석탄발전에서 착화용으로 중유가 사용돼 규모는 작지만 발전용으로도 중유가 투입된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잦은 정전으로 많은 중소규모 공장들은 이동식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어 이에 투입되는 경유나 중유소비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가정ㆍ상업용 연료는 대부분 무연탄이지만 도시 식당이나 일부 부유층 가정에서는 취사용으로 LPG가 사용되고 있으며 양은 매우 소규모로 추정된다.

▲ 중국의 원유수출 가격비교.

◆사실상 중국만 원유 공급, 시세보다 비싸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정유소는 동부 러시아 접경지역인 나진선봉의 승리화학과 서부 북중접경지역인 신의주 근방의 피현군에 봉화화학 등 2개가 있다.

승리화학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건설됐으며 4만b/d(200만톤)의 정유능력을 갖고 있다. 1990년까지 승리화학에 공급된 러시아산 원유는 API 38도 이상의 경질유로 납사 비율이 38.4% 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0년 구소련이 러시아로 전환되면서 원유공급이 중단됐다. UN Comtrade에 나타난 각국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카타르, 나이지리아, 태국 등 여러 나라가 북한에 간헐적으로 원유를 수출한 것으로 기록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도 2010년부터는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보아 승리화학 정유소는 2009년까지 불규칙하게 가동되다 2010년부터는 가동이 완전히 멈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정 소장은 추측했다.

또한 승리화학의 가동 중단사실은 여러 보도 매체에서도 확인됐는데 그 이유가 원유부족보다는 설비 노후 때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000년 초 남한의 타이거 석유(주), 2007년 러시아의 가즈프롬이 북한과 승리화학 개보수를 논의한 바 있고, 2013년에는 몽골의 HBoil사가 승리화학 개보수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지분 20%를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그 이후 정유소의 개보수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의 지원으로 세워진 3만 b/d(연 150만톤) 규모의 봉화화학은 다칭유전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고 정 소장은 말했다.

다칭산 원유는 저유황으로 탈황설비가 필요하지 않으나 중질원유로 잔사유 비중이 68%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료에서는 잔사유를 크래킹하는 고도화설비를 갖춘 것으로 나오는데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원유는 다칭에서 송유관으로 수송된다. 중국은 1979년 봉화화학 정유소가 가동한 이후 1996년까지 줄곧 북한에 100만 톤 내외의 원유를 공급했다. 그러나 1997년 대북 원유수출을 절반으로 축소했다.

같은 해 중국의 전체 원유 수출도 절반으로 줄어, 북한에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당시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원유수요가 크게 늘어나 내수를 위해 수출을 축소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소장에 따르면 중국은 북한에 국제 시세에 따라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과 중국은 특수 관계이기 때문에 낮은 가격으로 수출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오히려 2010년 이후부터 대북 원유가격은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될 뿐만 아니라 중국의 평균 원유 수출가격보다도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이후 중국의 대북 원유수출가격은 남한의 가장 높은 원유도입가보다도 높게 형성됐다. 통계대로만 보면 북한은 중국에 상당히 불리한 가격으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원유수출 능력이 축소되는 가운데 북한이 정치적 제약으로 다른 원유도입선을 찾기 어려워 사실상 중국이 독점가격을 형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정 소장은 밝혔다.

정 소장은 “북한은 석유수요를 감축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추진해 왔다”라며 “그러나 에너지 자력갱생을 위한 무리한 기술 적용으로 에너지효율을 악화시키고, 결국 산업효율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석유수요는 적지만 자동차나 특히 군사용 석유는 다른 에너지로 대체가 어렵다”라며 “때문에 북한에서 석유는 여전히 국가 존망에 영향을 주는 아킬레스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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