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사자성어 중 망우보뢰(亡牛補牢)가 있다. 우리 말로 풀어 쓰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된다. 현재 누진제 폐지 및 전기요금 한시적 인하 요구가 봇물을 이루는 시점에서 산업부의 행태를 보고 있으니 저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지난달 31일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폭염은 특별재난에 준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으로 ‘특별 배려’를 할 수 없는지 검토해달라”고 백운규 장관에 요청했다. 산업부 장관의 직속상관(?)인 국무총리가 이같이 지시하자 산업부는 부랴부랴 전기요금의 한시적 인하 방안 검토에 나섰다.

정부는 7~9월 3개월분의 전기요금을 할인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기를 사용한 7월분은 소급 적용할 전망이다. 전기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환영할 만한 결정이지만 그동안 요금폭탄에 대한 두려움으로 제대로 에어컨을 켜지 못한 가정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찌감치 폭염이 예고됐으나 정부는 전력예비율에만 신경 쓰느라 누진제에 따른 국민들의 전기료 부담은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총리의 ‘특별 배려’ 발언도 결국 여론이 나빠진 후에야 나온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기요금 한시적 개편이 법 개정이나 예산 추가 편성이 아닌 급조된 임시방편이라는 점은 정책 결정권자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 내년 여름 최대전력 수요가 또다시 경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이 선심 쓰듯 추진하는 임시 요금인하만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국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앞서 산업부는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를 다각적으로 검토한다고 했으나 누진제 개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2016년 기 개편된 누진제의 실효성을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무더운 7~8월 중 이미 절반은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매년 찾아올 폭염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민심을 잃은 후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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