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계기로 전력업계 기대감 고조
북한 내 전력인프라 개선으로 경협 기반 마련

[에너지신문]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의 전력계통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북한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사업과 관련, 북한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의 비핵화 공약 서명 이후 남북경협을 비롯한 북한 내 경제개발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내 전력 사정이 매우 좋지 않아 경협 이전에 전력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0년 이상 노후 전력설비가 전체 설비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북한은 전력설비 규모조차 남한의 1/10 수준에 불과하며 송배전 손실률은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수력의 경우 남한의 2/3 수준의 설비 규모를 갖추고 있으나 설비 노후화로 실제 가동률은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같이 열악한 전력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북한의 동북아 슈퍼그리드 참여가 거론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이같은 논리에 더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당초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대륙에서 해저케이블(송전선로)를 통해 한국까지 전력을 공급하고 이를 다시 일본으로 송전하는 것으로 구상됐다. 당시에는 남북간 긴장관계, 북한의 국지적 도발에 따른 주변지역 전체의 불안감 고조 등을 이유로 북한 참여 여부는 아예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을 배제한 상황에서 대륙에서 한반도까지 해저 송전선로를 매설하는 작업은 엄청난 비용과 기간이 소요된다. 이는 그간 슈퍼그리드 사업의 진전이 더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만약 북한이 참여하게 되면 해저 대신 육상에서 다이렉트로 한국을 경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는 엄청난 메리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일본 정부는 그동안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이유로 슈퍼그리드 구축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왔으나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른 간장감 해소가 전제될 경우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역시 전력인프라 구축을 통해 경제개발의 기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HVDC(초고압 직류송전)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술의 발달로 그간 슈퍼그리드의 발목을 잡던 장거리 송전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합류까지 이뤄질 경우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은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한편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몽골, 러시아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으로 전력을 생산, 이를 한국, 중국, 일본 등 대규모 전력수요국에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이미 1990년대에 제안된 사업이다.

이를 통해 몽골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자국의 취약한 전력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고, 자원 빈국이자 전력수요가 높은 한국과 일본은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1년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기존에 구상한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동남아 및 인도까지 확장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해 주목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전(한국)과 소프트뱅크(일본), SGCC(중국), 로세티(러시아)가 전력망연계 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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