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석유자원개발,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기고] 해외석유자원개발,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 이정환 전남대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 승인 2018.05.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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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수급안정=에너지안보,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의존도 95%
과거의 실패로 새 도전 무겁지만 공익 위해 공기업 정상화 필요해

[에너지신문]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oil shock)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등했고 국내 에너지 수요가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되고 있던 우리나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후 우리 정부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에너지 안보로 인식하고, 강력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1978년 동력자원부 발족 및 해외자원개발촉진법을 제정함에 따라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지원근거를 마련했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석유자원을 제외한 일반 광물자원으로 대상이 한정돼 있었으며, 1979년 이후 한국석유개발공사를 설립함에 따라 석유비축 및 국내외 석유자원개발을 도모했다.

이러한 동기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해외석유자원개발은 각 연도별 참여사업 수에 따라 ‘태동발전기’, ‘도약기’, ‘침체기’, ‘성장기’, ‘재침체기’로 구분할 수 있다.

◆ 태동발전기(1981~1991년)

1981년 한국수출입은행의 지원으로 (주)코데코에너지가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해상광구개발 참여를 통해 해외석유개발사업의 첫 삽을 떴다. 사업결과, 투자 대비 이익금은 적었으나 우리나라 해외석유개발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국내 기업들이 유전개발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1983년 탐사사업에 한정됐지만 ‘석유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자금의 융자기준’을 제정함으로써 해외석유개발사업 참여를 독려했고, 1984년 국내 컨소시엄(유공, 석유공사, 삼환, 현대)이 참여한 예멘 마리브 유전에서 거대 유전이 발견됨에 따라 해외석유개발사업에 대한 관심은 한껏 고조됐다. 다수의 국내 기업들이 제 2의 마리브 유전을 꿈꾸고 해외 사업에 참여했지만 경험과 기술의 부족으로 단순히 지분참여를 하거나 인맥에 의한 광구분양 등 시행착오를 범하게 돼 태동발전기동안 34개의 탐사 사업 중 31개의 사업이 실패로 돌아갔다.

▲ 동해가스전 해상플랫폼(출처: 한국석유공사)

◆ 도약기(1992~1997년)

1980년대 중반이후 탐사사업들이 대부분 실패로 끝나자 국내 기업들은 해외석유개발사업의 위험률을 분산시키고 수익률을 높이는 개발·생산 사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추진했다.

정부도 국내 기업의 경영 전략을 수용해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하는 사업과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사업에 대해 융자비율을 높여줬고 유전발견에 성공해 상업적 생산단계에 진입할 경우 융자원리금과 특별부담금 상환을 연기해주는 등 융자지원제도를 혁신적으로 개정했다.

이러한 정세에 힘입어 1992년 해외석유개발 신규 참여사업 수가 3건에서 1997년 19건으로 대폭 상승했고 영국의 캡틴광구, 페루의 8광구 등을 매입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보였다.

◆ 침체기(1998~2003년)

활발히 진행되던 해외석유개발사업은 1997년 외환위기(IMF)를 겪으며 급격히 위축됐다. 침체기동안 신규 진출 사업은 22개임에 비해 철수하거나 매각한 사업은 26개로 석유개발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국석유공사는 유·가스전 개발을 추진했고 동해-1 가스전, 베트남 11-2, 15-1 유전 참여 등 세계 석유업계의 주목을 받는 성공을 이뤘다. 이후 2001년 외환 사정이 호전되자 정부는 침체된 해외석유개발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제1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을 발표해 석유개발사업의 특성에 맞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고 융자 대상 범위 및 비율을 확대했다.

또한 민간기업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인센티브를 마련함에 따라 1998년 10건이었던 신규 참여사업 수가 2003년 26개로 증가했다.

▲ 미국 Crane County 육상광구(출처: SK 이노베이션)>

◆ 성장기(2004~2012년)

2004년 이후 중국과 인도 등 신흥개발도상국들의 석유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 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해외석유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증가했으며, 러시아 서캄차카 및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등 소형광구에서 대형 탐사광구 중심의 투자로 전환하고 편중돼 있던 진출지역을 넓히는 등 새로운 성장이 시작됐다.

제3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에서는 자원의 자주개발률을 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관련 에너지 공기업 육성과 민간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강화했다. 2008년에는 정상외교를 발판으로 자원외교 강화 및 자원개발 투자확대 정책을 추진해 석유공사 대형화 및 가스공사의 기술역량강화 등 2007년 대비 2009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액은 2배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SK이노베이션의 페루 카미시아 유전 등 2000년대 초반에 투자한 해외 광구들의 원유생산 수익 발생으로 목표했던 자주개발률을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국제적 유동성 위기를 기회로 생산광구 매입 및 국제 석유기업 M&A를 대폭 확대하고, 자원개발 특성화대학 사업을 통한 인력양성 등 석유개발 핵심 기술수준 및 탐사성공률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제고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 재침체기(2013년~현재)

2008년 이후 추진한 정부의 해외석유개발기업 M&A 투자 실패로 자원개발 공기업에 대한 각종 감사 및 내실화 방침 제시 등 전반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됐고 국민적, 사회적 인식이 악화돼 해외석유개발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더욱이 2014년 급격한 유가의 하락으로 부정적인 여론은 크게 증가했고 단기적인 양적 성장으로 인한 외형확장식 자원개발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UAE 유전 및 모잠비크 가스전의 성공소식에도 불구하고 이는 정부의 정책설정에 영향을 미쳐 융자지원 감소 및 신규 투자제한 등 해외석유개발사업의 위기가 가중됐다.

하지만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발전 중심으로 내실화 전략을 유지하고 민간중심의 지속적인 사업 진행으로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남중국해 탐사광구, 미국 오클라호마·텍사스 셰일 광구 등 여러 광구에서 성공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 미얀마가스전 해상플랫폼(출처: 포스코대우)

◆ 해외석유개발 역사를 통한 미래의 전략 방향

1981년 인도네시아 서마두라 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 말까지 총 378개의 해외석유가스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5%에 머무르고 있으며, 자원개발률은 아직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성장기에 접어들던 2004년 과거 노무현 정부시절, 자원외교의 적극 추진은 바람직했으나 탐사위주의 편중된 포트폴리오 전략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추진방법에서 ‘탐사 초기단계 대형 광구’ 위주로 추진하면서 예산은 적게 들었으나 사업검토 능력 및 기술력 부재로 탐사성공에 실패했고 2008년 이명박 정부들어 공기업의 자주개발률 초과 달성 역할을 강조하며 생산유전 매입·대형 M&A 위주의 공격적 사업추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작 전문인력과 기술력 투입이 필요한 시점에 신규 인력양성 시작, 무리한 예산 투입 및 생산광구에 편중된 포트폴리오 전략에 유가까지 급락하면서 부실 공기업이 속출하는 실패로 이어졌다. 이러한 여파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신규사업 금지, 자원개발 전략 부재, 융자 지원금 축소 등 해외석유개발 사업의 위기가 더욱 가중됐다.

그동안 국제 유가의 하락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해외석유가스개발의 적기임을 강조한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여전히 해외석유개발 투자액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의 실패를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으며, 변화에 능동적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전쟁과도 같던 2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흔들리던 경제 상황을 이겨내고, 경제 역사상 최대 위기였던 IMF 구제 금융 사태에서도 승풍파랑(乘風波浪)의 자세로 사업을 진행하고 성공해온 역사가 있다.

과거의 실패로 새로운 도전이 무서운 시기이지만 이를 교훈으로 삼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권토중래(捲土重來)의 마음가짐으로 정치적 관점이 아닌 국가의 공익을 위한 정책적 인프라를 구성하고 자원개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광구 운영에 필요한 기술 노하우 확보를 위해 운영권 사업 중심의 투자를 선별해 진행하고 현재 양성하고 있는 인력이 지속적인 해외석유개발사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기업의 정상화 전략이 필요하다.

끝으로 해외석유개발사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서 정책적 인프라 구성, 자원개발 포트폴리오 재구성, 역량강화 및 기술 노하우 확보, 자원개발 인력양성의 4가지 전략방향을 제안하면서 지속적인 국가 발전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석유개발산업 및 오일맨들의 자긍심이 고취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정환 전남대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정환 전남대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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