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소 설치자금 융자 저조 … 전기차 열기에 '전전긍긍'

[에너지신문]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정책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집중되면서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의 효자로 군림해왔던 천연가스차량(NGV)업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전기차에 집중된 친환경차 정책은 지자체의 천연가스버스 보급사업 부진, 신규 천연가스 충전설비 투자 기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 그동안 미세먼지 저감의 효자로 군림해왔던 천연가스차량(NGV)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확연히 줄어든 ‘충전소 설치자금 융자’ 신청

실제 올해 총 49억원의 천연가스공급시설설치자금 융자를 집행하고 있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5월 현재 천연가스충전설비 및 부대시설 설치자금 융자를 신청한 기업은 2개사에 불과하다. 신청 금액도 4억원과 8억원 등 총 12억원 뿐이다.

올해 집행한 지원금은 전년도 융자승인을 받았지만 예산 조기소진으로 연계승인한 시설에 대한 2억 4400여만원이 전부다.

기업당 최대 30억원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5년거치 10년상환(15년이내)으로 분기별 변동금리(2분기 2.28%)를 적용하는 장기 저리의 좋은 조건이지만 실제 융자신청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4개기업이 4개 천연가스충전소에 대해 총 49억원의 천연가스공급시설설치자금 융자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조기에 100%가 소진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약 20억원의 융자신청이 있었다는게 환경산업기술원 측의 설명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의 관계자는 “올해들어 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라 사업자들이 천연가스충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꺼리면서 충전소의 신ㆍ증설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라며 “지난해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올해 연말까지 총 49억원 규모의 천연가스공급시설 설치자금이 모두 소진될 지 의문시 된다”고 밝혔다.

■ 전기차에 쏠린 지자체…구매보조금 미집행 우려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연가스차량 신차 구매시 환경부가 지원하고 있는 차량구매보조금도 올해내 모두 소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환경부는 천연가스 대형버스 1658대, 중형버스 465대, CNG청소차 61대(11톤 11대, 8톤미만 50대), CNG하이브리드 100대를 보급하기 위해 155억원의 구매보조금을 예산으로 확보하고 있다.

천연가스차량을 신차 구매할 경우 버스는 대당 1200만원, 하이브리드는 대당 6000만원, 청소차는 대형 4200만원, 중형 27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중 환경부의 구매보조금이 50%, 지방자치단체의 구매보조금이 50%다.

지난해 천연가스차량 구매보조금 97억원을 확보했다가 추경예산으로 15억원을 증액해 총 112억원의 구매보조금 예산을 사용했던 환경부는 올해 지자체별 천연가스차량 구매 의사를 확인한 결과를 반영해 전년보다 38% 증가한 156억원으로 구매보조금 예산을 확충했다.

올해 천연가스차량 보조금 지원 예산이 증가하면서 침체돼 있던 천연가스차량업계에 정부 지원이 힘이 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앙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보급 의지에 따라 지자체들도 전기차 보급 정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당초 전기차는 승용차 위주의 보급이었기 때문에 버스 중심의 천연가스차량업계와는 차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들이 성능을 개선한 전기버스를 속속 출시하면서 전기버스 보급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 제주, 부산,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등에서 이미 전기버스 운행이 시작됐고 일부 지자체는 노선버스를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는 등 전기버스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현황에 따르면 4월말 현재 등록된 전기차는 총 3만 893대다. 이 중 전기버스는 182대에 이른다. 2011년 9대에 불과했던 전기버스 등록 대수가 2016년 52대로 늘었고,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전기버스 보급을 위해 대형버스 기준으로 환경부의 국고보조금 1억원과 국토교통부의 보조금 1억원, 지자체별 보조금 지원까지 합치면 전기버스 구매 4~5억원 중 절반이상이 보조금이다. 지자체와 버스업계에게는 매력적이다.

자자체의 버스 구매 선호도가 천연가스버스에서 전기버스로 바뀌고, 지자체의 한정된 보조금 예산이 전기버스에 쏠릴 경우 상대적으로 천연가스버스 보급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올 연말 환경부의 천연가스차량 구매 보조금을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향후 정부의 천연가스차량 구매 보조금 지원감소로 이어져 천연가스버스 보급 차질의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 우려 커지는 천연가스차량 업계

2000년부터 추진해 온 국내 CNG버스 보급 정책은 경유차량의 대폐차시 CNG 차량구입비 보조, 충전소 설치비용 융자 등으로 2017년까지 정부예산 9441억원이 투입됐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말 기준 전국 15개 시도에서 운행되고 있는 CNG버스는 2만 6982대로 전국 시내버스의 79%가 CNG버스로 전환됐고, 전국 199개의 CNG충전소가 운영중이다.

2016년부터 촉발된 미세먼지 공포속에 정부는 CNG 유가보조금 지급, 노선버스 전면 CNG버스로 교체 등 CNG버스 보급확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2022년까지 매년 2000여대씩 CNG버스를 확대 보급키로 하는 등 대중교통으로서의 CNG버스의 역할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였다.

도시가스협회의 한 관계자는 “천연가스버스 보급으로 서울시의 경우 2000년 65㎍/㎥이던 미세먼지 농도가 2016년 현재 47㎍/㎥으로 감소해 28%라는 놀라운 대기개선 효과를 이룬 바 있다”라며 “최근 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전기버스 보급계획을 발표하는 등 일관성없는 정책을 내놓고 있어 천연가스업계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단기간 전기버스로의 전환으로 인한 CNG 충전인프라 유휴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다.

CNG충전소 1개소를 건설하는데 발생하는 투자비는 약 20억원. 님비현상과 학교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규제에 따라 CNG충전소를 어렵게 구축했다는 것. 경기도 67개소, 서울시만 32개소 등 전국에 199개소의 CNG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CNG업계에 대한 명확한 대책없이 급속하게 전기버스로 전환하면 CNG충전인프라의 유휴화에 따른 CNG버스의 충전요금 인상 및 사업자 도산에 따른 CNG버스 운행중단 등 많은 문제 발생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천연가스차량업계는 지자체의 전기버스 보급 계획과 관련, 차량의 친환경성 기여도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환경편익에 상응한 정부의 구매보조금 산정 필요성도 지적하고 있다.

천연가스차량협회의 관계자는 “전기 생산과정을 고려할 때 전기버스는 대기오염물질 무배출 차량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현재 전기버스에 대한 환경부와 서울시의 보조액 대당 2억원은 과다한 지원이며, 경유버스 대비 CNG버스의 환경편익을 고려할 경우 CNG버스의 구매보조금은 대당 4000만원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 전기버스의 기술적 안정성 문제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버스의 배터리 성능, 충전시간, 내구연한 중 배터리 교체, 폐배터리의 처리, 충전인프라 구축 등 배터리 안정성 문제에 대한 충분한 실증과 시범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운송수단이 배출가스가 전혀없는 ZEV(Zero Emission Vehicle)차량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탁월한 CNG 충전인프라가 충분한 우리나라의 특수성 등을 감안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착오를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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