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안전인식 ‘온도차 줄이기’ 급선무

[에너지신문] 정용환 박사는 연세대학교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실장, 부장, 단장을 거쳐 영년직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고려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독일과 캐나다에서 연구를 수행한바 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및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교수요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과학기술계 최고 권위상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한 정 박사는 지난 16년간 하나(HANA)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 책임자로 연구활동에 몰두했다.

본격적인 탈원전 시대로 접어든 지금, 그는 학자로써 우리에게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편집자주

▲ 원자력연구원에서의 주요 연구 성과는?

=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소재이자 안전성 확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연료피복관이란 부품이 있다. 첨단소재기술이 수반되기 때문에 미국,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이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지난 16년간의 연구 끝에 성능도 외국 제품보다 우수하고 특허권도 확보된 우리 고유의 핵연료 피복관을 개발했다. 그 이름이 바로 하나(HANA)다. 3년의 실험실 연구, 3년의 제품개발 연구, 10년의 검증시험을 실시한 후 HANA 피복관 기술을 한전원자력연료에 이전했다. 기술이전료는 100억원 규모였다.

▲ ‘위험한 과학자, 행복한 과학자’ 저서를 편찬하게 된 계기는?

= 30년간의 ‘한우물 연구’ 성공 스토리를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최근 연구개발 성공 사례와 관련해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강연 청취자들이 일회성 강의만 하지 말고 책을 내보라고 권고, 용기를 내 책을 출간하게 됐다.

다른 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참 다양한 연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원자력과학자로서 원자력문화 확산을 위한 이야기들을 관련자들과 과학자로서 성공을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전파하고자 책을 출간하게 됐다.

▲ 사단법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의 창립 맴버이신데, 창립 배경과 활동 내용은?

= 대덕에서 살아온 지난 33년은 연구에 몰두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시기였다. 옆을 볼 여유도, 계기도 없었다. 그 결과 연구 성과 측면에서는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생활과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어느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아주 우연한 만남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은 정겨운 이웃들과 대덕특구 구성원, 시민이 협력, 세계적인 ‘과학동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벽돌한장은 처음에는 과학자 회원을 위주로 출발했으나 이제는 취지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아져 연구소·대학·기업·정부·언론기관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주요활동 내용은 크게 과학 대중화 활동, 과학 커뮤니티 활성화, 과학정책 활동 등으로 나눠진다.

과학 대중화 활동으로 매달 1회씩 대덕에서 ‘과학콘서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회차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대전의 원도심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원도심을 찾아가는 과학강연’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는 ‘과학자가 찾아가는 과학강연’도 주변 학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 현재 시점에서 국내외 원자력산업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 지난 세월동안 우리 선배들과 우리 세대는 원자력기술 개발을 위해 열심히 연구에 몰두했다. 외국으로부터 기술 자립을 한 이후에도 더 안전한 원자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열정을 다 바쳤다. 그러한 선배들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업적을 이뤄냈다. 이것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국민들의 열렬한 성원, 연구원들의 열정이 합해져 시너지를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탈원전 정책에 따른 원자력계의 어려움 속에서 많은 원자력인들의 사기가 떨어졌다. 심지어 미래 원자력기술에 열정을 쏟아야 하는 연구원들도 앞으로의 연구방향, 더 나아가 개인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희망찬 꿈을 안고 입소한 신입 직원들은 매일 신문과 TV에 오르내리는 원자력 관련 소식을 접하며 많은 염려도 하고, 중견 연구원들의 자긍심도 떨어졌다.

왜 원자력이 이렇게 저항을 받아야 하는지, 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여러 원인을 깊이 생각한 결과 원자력에 대해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안전성과 일반인이 생각하는 안전성에는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차이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 정부 또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원자력에너지는 우리가 포기 할 수 없는 필수적인 에너지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험한 에너지가 아니다.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우리 원자력기술의 해외 수출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에 정부와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원자력의 안전성을 더 향상시키려는 방향으로 연구는 더 강화돼야 할 것이고 미래를 향한 연구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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