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시대, 원자력人에 고한다

[에너지신문] 유난히도 추웠던 1, 2월이 지나고 우리에겐 예년에 비해 조금 이른 봄이 찾아 왔다. 동백꽃, 매화,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이 차례대로 우리에게 봄을 알려 줬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봄은 봄이로되 뜬금없이 추위가 몰려오더니 눈까지 내리고 급기야는 꽃봉오리가 올라오던 과일나무는 올해 수확을 포기해야만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많은 분들이 기후변화를 얘기한다. 4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우리네의 눈을 즐겁게 해줬던 한반도의 4계절도 지구의 몸살에는 어쩌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운운하던 인간도 자연의 섭리를 어찌 거스르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면서 국내 원전 가동률은 50%대에 머물고 있고 한전은 LNG 화력발전 등 값비싼 전력구매로 인해 적자운영으로 반전됐다는 소식이다.

한전에 따르면 kWh당 전력구매 단가는 원전 68.1원, LNG화력발전 126.2원으로 두 배 가량 차이가 난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을 계속 끌고 갈 경우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은 물론이다. 더구나 친환경 발전원으로 칭해지고 있는 LNG화력발전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LNG화력발전에서 내뿜는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매일 우리 생활을 엄습해 오는 미세먼지를 보면, 미세먼지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을 없애겠다는 정책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세먼지 때문에 주말 산행은 꿈속에서나 가능해 방콕 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소시민의 작은 행복을 위해서라도.

국어사전에서 탈핵(脫核), 탈원전(脫原電)의 앞에 붙는 ‘탈’자에 대해 찾아봤다. 탈당, 탈락, 탈모, 탈법, 탈색, 탈선, 탈세, 탈수, 탈영, 탈옥, 탈의, 탈주, 탈출, 탈퇴, 탈피, 탈회 등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난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단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원전이 일부 극단적 환경주의자들에 의해 오도돼 버려지고 있음이 안타깝다. 물론 이 지경까지 처하게 된 데에 대해 원자력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998년 9월, 김대중 대통령은 울진 3호기 준공식 연설에서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 이상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자원 수입국이다.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문제는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원전수출국민행동’ 출범…업계, 지성 다 해야

전임 대통령들, 우리 원전기술 우수성 확신

또한 최근의 화석연료 사용을 규제하려는 환경관련 국제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우리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환경을 오염시키는 에너지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은 이와 같은 자원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은 월성 원자력환경관리센터 착공식 축사에서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 국가인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도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려는 나라에게 저는 항상 이 점을 강조해서 자랑한다.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 도심지 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대개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방문한 많은 나라의 지도자들이 우리 원전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의 완공식에서 “바라카 원전은 양국관계에서도 참으로 ‘바라카(Baraka: 신이 내린 축복)’의 역할을 했다.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과 대한민국의 역량을 직접 눈으로 보니 자랑스럽다.

우리는 바라카원전 건설의 성공에 힘입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서도 노력을 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UAE와 공동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원전외교’를 선언하고, 이곳 중동의 사막과 고온 환경에서 원전이 매우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전임 대통령들의 우리 원전기술에 대한 확신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4월은 라틴어로 비너스(Venus)를 뜻하는 ‘Aprilis’에서 왔다는 설과, 꽃이 피는 계절이라고 해서 ‘열리다’라는 뜻의 ‘Aperire’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또한 5월은 로마의 봄의 여신 ‘Maia’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며 5월의 탄생석인 에머랄드의 뜻말은 ‘행운’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도 4월과 5월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열리는 행운과도 같은 뜻깊은 달이 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갈망하는 그 순간들이 행운처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원자력계에도 행운같은 훈풍이 불어오길 기대해 본다.

그리스신화에서 부와 번영을 주관하는 행운의 여신인 티케. 티케의 모습은 머리에 왕관을 쓰고 한손에는 풍요의 뿔을 뜻하는 코르누코피아(Cornucopia), 운명의 키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티케의 모습과 관련, ‘행운의 여신에겐 오로지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을 때는 그때를 놓치지 말고 잡아야지 나중에 후회하며 잡으려 해도 행운의 여신에겐 뒷머리가 없기 때문에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티케는 준비된 누구에게나 행운을 주지만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우리 원자력계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겠다.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인디언들이 가뭄이 들어 기도할 때 비가 올 때까지 기도한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각각의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어쨌든 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많든 적든 비가 온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기도를 하기에 이처럼 비가 오는 것일까? 그래그 브랜든은 ‘이사야 효과’라는 책에서 그의 인디언 친구 데이비드의 비기도(rain prayer)에 대해 “기도는 머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래서 기도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온 몸으로 느껴야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는 의미가 없으며 그런 기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창조에 동참할 수 있게 허락해주신 신들께 감사드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단다. 기도는 이익을 얻기 위한 사사로운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가족과 이웃과 민족을 위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하고, 선함과 밝음을 위한 기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때 신은 비로소 우리의 기도를 흔쾌히 들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지성이면 감천이다’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원전 관련 학계와 산업계, 시민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인 ‘원전수출국민행동(원국행)’이 지난 4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민통합대회를 하고 공식 출범했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마음으로 원전 수출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100만인 지지 서명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서한 낭독, 거리 행진 등을 진행했다. 여기에 우리 원자력인들이 얼마나 지성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드리는 인디언처럼, 우리가 처한 척박한 삶의 가뭄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믿음과 노력으로 지성을 다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원자력인들은 인디언이 기우제를 올릴 때의 마음을 가지고 뭉쳐야 한다. 그리고 원자력산업생태계가 지속가능한 정책이 나올 때까지 함께 가야 한다. 방관자에서 적극적 참여자로 변화가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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