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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전환정책,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제언
2018년 05월 23일 (수) 13:51:45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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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실패, 에너지전환정책의 뿌리

에너지부문의 의사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모든 국민이 수요자라는 공공재적 특성과 민간기업 중심 시장공급체제 간의 조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 시장은 독과점 등 시장 실패요인이 많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고갈성자원은 한 번 생산하면 그만큼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지하자원 소유권은 대부분 국가의 몫이다. 이에 민간생산자는 한시적 독점 생산권을 국가로부터 이양 받아야 한다. 이것이 광업권이다.

따라서 생산자들은 제한된 기간의 광업권을 효율적으로 소진하는 이익극대화 생산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생산자들이 기대하는 수익은 재생산 불가능에 따른 기회비용을 가산한 수준이다. 가산된 기회비용은 초과이윤이며 이를 에너지·자원 경제학에서는 ‘렌트’(Rent, 초과이윤)라 칭한다.

이러한 초과이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같은 카르텔 결성과 독과점 시장실패를 유발한다. 시장실패의 결과로는 주기적인 석유파동과 환경오염 증대가 대표적이다. 당연이 소비자불만이 고조되기 마련이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개입이 용인됐다. 그 결과로 에너지시장 초과이윤의 배분과정에서 정부의 몫이 갈수록 커져왔다. 우리나라 휘발유 소비자가격의 절반이 세금이라는 사실도 좋은 사례이다.

더욱이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하는 정부실패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선진국들에서는 정부실패 보정을 위한 에너지정책의 변화가 시도됐다. 소수 힘센 생산자와 다수의 힘없는 소비자들 간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의 공공규제를 허용한 결과가 갈수록 생산자-정부 담합으로 귀결되고 정부실패가 심각해진다는 점에 유의할 수밖에 없었다.

힘센 생산자들은 대부분 환경오염, 기후변화 요인제공자들이다. 에너지부문 온실가스배출이 전체의 80%수준에 달하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에 개별 에너지원별 대책보다 환경오염 비용 등 속칭 외부효과를 내재화하는 국가 에너지시스템의 동태적 합리화와 국익 기여도를 중시하는 에너지전환(transition) 정책의 도입이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다. 결국 시장실패와 정부실패 동반현상은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현재 에너지시장의 주요 이념이 되고 있다.

   
▲ 남동발전이 인천시 옹진군 에너지파크에 세운 영흥풍력발전 2단지. 1만 4000여가구가 1년 간 쓸 수 있는 4200만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 에너지전환 정책의 개요

필자는 오래전부터 에너지전환의 ‘탈핵’, ‘탈원전’과 같은 자극적(?) 용어사용 자제를 주장했다. 그 대신 국제학계가 이 시대 핵심과제로 지목한 ‘에너지전환(Transition)’ 개념 활용을 권장했다. 특정 에너지 안정공급에 중점을 두는 정태적 분석에서 탈피해 기술혁신요소 반영을 확대하는 에너지원간 사용전환이 확대되는 동태적 분석의 중시를 강조했다.

또한 개별 비용분석보다 국가에너지시스템비용분석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는 정치-사회적 논란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정책형성구조에 대한 논리적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는 지난해 10월 공론화조사 결과발표 이후 이런 취지의 정책전개를 공식화했다. 원론적으로 완전한 에너지는 없다.

모두가 공급안전성이나 환경오염 등 각기 다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이에 원전이나 신재생의 선택적 육성보다는 원전-신재생 공생전략이 아직은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공생전략은 60년 이상 장기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변화될 수는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탈원전과 함께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명시한 에너지공약을 내놓았다. 이런 구상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으로 지난해 12월 확정됐다.

하지만 이의 타당성을 놓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과 이를 반영한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안정적, 저가 전력공급 원칙에서 환경과 안전측면 중시정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

원전과 석탄발전량을 축소하고, 친환경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발전 대폭확대가 핵심이다. 2030년 기준 원전(11.7%)과 석탄(23%)의 설비용량 합은 34% 수준으로 줄고 신재생발전설비용량은 33.7%로 증가한다. 이에 따라 발전량 비중도 원전 23.9%, 석탄 36.1%, 신재생에너지 20%, LNG 18.8% 등으로 재조정된다.

이런 변화는 2017년 기준 원전(19.3%)과 석탄(31.6%) 발전설비 합계가 50%를 넘었다는 점과 크게 대비된다. 이런 급격한 정책 환경변화는 사회적 합의부족 우려를 동반한다. 그리고 전력체계 안정운용에 장애요인이 되고 결국 국리민복에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는 우선 정책기반 논리부족이라는 비판의견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정책에서 피크기여도나 추가부대비용 측면의 과소 평가지적이 대표적이다. 국가전력계획 수립기본논리는 ‘피크 기여도’가 핵심 판단요건이다.

그런데 이번 정부계획에 따라 2030년 신재생발전량 20%를 달성한다 해도 피크 기여비중은 7%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전력수요급변에의 대처능력이 약화되고 막대한 보완설비 투자소요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추가비용은 결국 전력가격인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국내최초로 장기 전력계획시뮬레이션 모형을 운용한 결과 최소 150조원 수준의 추가비용발생이 예상된다. 더구나 여기에는 송배전설비 확충 등 전력시스템 불안정 보완비용과 부지비용 등 신재생발전 추가비용이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에너지전환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학적검증이 가능한 분석방법론이 제시돼야 한다. 과학적 검증이란 객관적 현상의 기술(記述)과 상호 연관성 도출, 그리고 미래예측능력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까지 논쟁들은 과학적이지 않아 영속적일 수 없고 사회적 합의기반이 될 수도 없었다.

   
▲ 미국 네바다주 모하비 사막에 설치된 세계 최대급 태양광 발전소. 반사경 35만개가 연간 14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392MW의 전력을 만든다.

◆ 결론 및 제언

이에 지금부터는 우리 정책은 경제성장률과 수요 등 불확실한 장기시장예측보다 그 경로예측이 보다 명확한 기술예측에 중점을 둬야 한다. 바람직한 산업구도를 먼저 설정하고 그 달성과정을 정책근간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히 에너지 시장의 근본적 개혁을 예고하는 스마트화, 대형 데이터 분석 능력의 향상, 그리고 자동화라는 세 가지 기술혁신추세 반영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석유산업혁신을 가져온 기술의 스마트화가 전력산업의 경직적 규모의 경제 틀을 깨고 신재생전력 경쟁력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 석유생산기간 대폭단축과 30%대 투자비절감효과를 가져온 대형 데이터 분석능력의 향상은 이제 분산형 전력의 최대약점인 생산의 간헐성(間歇性) 극복과 사고방지에 기여한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능력 제고와 결합한 자동화 추세는 스마트계량기의 활용으로 소비자 주도 전력체계의 구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경직적 에너지 시장에서도 기술혁신으로 소비자 선택 강화추구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전력 등 에너지 산업이 제4차 산업혁명 주역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ance) 극복을 통한 신기술과 기존 에너지체계의 조화, 그리고 혁신비용의 최소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우리나라 에너지여건 분석과 진단에 적합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과학 융합이라는 복합과학적 논리체계 구성이 필수적이다.

목표 지향적 관료체계 사고방식은 버려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정확한 기술예측으로 향후 40~60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동태적인 ‘과학적 예측’을 통한 에너지전환 정책 구성에 중점을 둘 때이다.

결론적으로 에너지시장 정부개입은 배제할 수도, 실패할 수도 없다. 공공필수재인 에너지시장실패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지혜를 모아 정부정책 성공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정책실패는 관료의 실패가 아니고 온통 국민 부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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