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에너지‧기후운동단체들 공동토론회 마련
온실가스 감축‧3차 에기본 ‘사회적 논의 부진’

[에너지신문] 시민사회가 지난 1년간 진행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평가하고 우리나라의 기후 및 에너지 계획이 어떻게 수립돼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8개 에너지 및 기후운동단체들이 공동주최한 ‘시민사회에서 바라본 온실가스감축로드맵‧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의 쟁점과 과제’ 토론회가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시민사회가 바라보는 두 계획 작성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함께 산업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 각 분야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단체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인 올해는 한국의 에너지기후정책에서 중요한 한 해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탈핵·에너지전환 정책이 ‘2030 온실가스감축로드맵’ 수정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작업을 통해 큰 방향성과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기 때문.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두 계획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진하며, 정치권과 여론의 관심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 계획에는 이미 쟁점이 되고 있는 탈핵·탈석탄 계획 등 전력계획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요 전망과 수요관리 계획, 에너지 믹스와 지역분권화, 향후 에너지 체제의 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쟁점이 숨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이 의욕적인 목표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그간 쟁점이 된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 사이의 정합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남북 에너지협력 등 외부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말로 잡혀 있는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가 끝난 이후에도 추가적인 논의를 이어가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 번째 발표자인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장은 ‘한국 온실가스 감축목표, 파리협정 이행에 충분한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로드맵에 대한 보완 방향을 제안했다.

이지언 국장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 대응 규범인 파리협정에서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훨씬 낮게 억제하고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구속력 있는 온도 목표를 명시했다. 오는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1.5℃ 온난화 방지에 관한 특별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공평성과 의욕성을 기준으로 파리협정 목표 달성에 적합한지 국제적 차원의 평가와 압박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이 국장의 견해다.

그는 “2030년 온실가스를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 정부는 ‘의욕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부정적 평가가 제기돼왔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대한 재보완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지언 국장은 △한국의 목표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공정하고 의욕적인지에 대한 평가 △기준년도 대비 감축목표 기준과 2020년 이전 배출정점 설정 △국내 우선의 저탄소 전환 이행 원칙 △발전, 산업, 교통, 건물 등 주요 부문의 적극적이고 균형적 감축 정책 마련 △에너지전환 정책의 후퇴 금지 △2020년 전까지 사회적 의견수렴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재보완 등을 제안했다.

‘문재인 정부 1년, 에너지정책 평가와 과제’ 발제를 맡은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아직도 완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등 행정계획 수립이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있으나 그간 논란이 됐던 원전과 석탄화력 정책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

이헌석 대표는 “지난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밝힌 영덕, 삼척 등 신규 원전 백지화나 월성 1호기 폐쇄 선언도 아직 구체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동안 원전이 늘어나고 파이로프로세싱 등 핵재처리 연구, 원전 수출 등도 계속 추진 중이어서 탈원전 정책이란 표현조차 시민사회의 ‘탈핵정책’과 이름만 비슷할 뿐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탈원전, 탈석탄 등 분명한 명칭을 갖기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정책 실행(CVIP)이 필수적”이라며 “행정계획이 아닌 법률 등 강제수단을 통해 이를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기후정책과 에너지정책의 정합성을 위한 쟁점과 과제’ 발표를 통해 에기본과 기후정책 사이의 체계적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가진 각기 상이한 정책 임무와 목표로 인해 두 계획의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따라서 구조적으로는 ‘기후변화에너지부’의 신설과 같은 제도적‧조직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후정의 원칙’에 부합하는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원 믹스의 변화 등을 추구하도록 에너지정책을 기후정책에 순응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수준에서 일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교통, 건물 등의 전반에서 ‘구조적 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한재각 소장은 두 계획의 정합성 강화에서 숨겨진 쟁점으로 계획 기간의 불일치 문제를 지적했다. 올해 말까지 수립될 것으로 예고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의 2040년 목표 기간과 6월까지 수정보완 예정인 온실가스 감축로드맵의 2030년 목표기간이 엇박자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년 뒤인 2020년 우리 정부는 새로운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의 로드맵 수정보완 과정과 3차 에기본 수립 과정에서는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소장은 “2050년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도달하는 에너지‧배출경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짐에 따라 2030년과 2040년의 목표들을 설정해야 한다”며 “현재 공표된 2030년 목표배출량 5만 3600만톤보다 더 낮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정부의 온실가스감축 로드맵의 수정·보완 안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이번 공개토론회를 통해 제시된 시민사회의 입장들이 향후 정부의 온실가스감축로드맵 보완과 3차 에기본 수립 관련 논의에 반영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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