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18년 3월은 세계 통상역사에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냉전시대의 유산으로 치부되던 1962년 무역확장의 ‘국가안보’ 조항을 근거로 세계를 상대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다. 반덤핑, 세이프가드 등 기존의 무역제재로도 부족해서 ‘국가안보’까지 들고 나오는 미국의 초강수는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에게 “당신들의 불행은 일자리를 위협하는 잘못된 무역협정 때문”이라던 트럼프의 대선 유세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국가안보에 근거한 무차별 통상제재는 2차대전 이후 세계가 공들여서 가꿔 온 다자체제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그 체제의 설계자이자 최대주주이던 미국이 다자체제를 파괴하고 있음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훗날 역사는 지금을 힘의 논리에 근거한 일방주의가 득세하는 뉴노말(New Normal)의 시대가 본격화 했다고 기억할 것이다.

미국의 통상공세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동맹국들에게도 무임승차를 이유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거센 역풍 속으로 한국도 빨려 들어가고 있다. 새해 초부터 트럼프의 통상공세는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세탁기와 태양광 전지·모듈에 세이프가드로 시작해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폭탄으로 이어졌다.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평가 받던 한미FTA는 미국에 무역적자를 안겨주는 나쁜 협정으로 폐기도 불사하겠다는 위협 속에 한국측은 협상에 임해야 했다.

한국정부는 점점 기울어져 가는 운동장에서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철강관세를 수출자율규제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대신 자동차, 약가 등에서 양보를 했다. 한미 양국은 환율 관련 협상도 진행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 끝난 줄 알았던 한미FTA 개정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이후로 타결을 연기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극심한 혼동 속으로 빠졌다. 협상의 판을 변화무상하게 키우는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 한 것이다.

미국의 통상공세에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을 태세이다. 미중 통상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그 파편은 고스란히 한국에 날라올 전망이다. 미국의 일방주의 통상공세와 미중 통상전쟁 시대, 한국은 어떻게 생존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장기적인 과제에서부터 단기과제 순으로 전략적 제안을 제시한다.

첫째, 경제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전자제품, 반도체, 철강, 선박을 더 많이 수출하는 통상정책을 답습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계속 경기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고급화시키고, 수출화 해 일자리 혁명의 블루오션으로 만드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시효가 끝난 추격자 모델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한국은 실패했다. 더 이상 실패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시간은 한국 편이 아니다.

둘째, 방화벽을 높이 쌓아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지역, 복수국간 협정에 적극 참여해서 힘의 논리에 기초한 일방적인 통상공세의 완충지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전략적인 사고는 CPTPP의 가입과 연결돼야 한다.

셋째,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의 기회를 한국을 추월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THAAD 보복에도 불구하고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기회론에 올 인하고 있다. 독립성이 보장된 규제기관, 입법-사법의 견제와 균형, 언론의 자유, 정부 견제를 자임한 시민단체 등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는 있지만 중국에 없는 것은 그대로 중국 리스크로 전이된다.

넷째, 트럼프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국가안보를 핑계로 한 일방주의 통상공세는 선박, 항공기, 자동차, 반도체까지 미국의 통상공세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 트럼프는 통상과 안보를 연계하고, 환율까지 협상하려고 한다. 한국정부가 안보 따로, 통상 따로, 환율 따로 대응을 고집한다면, 취약한 협상력을 더 약하게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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