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해야
폐광지역 무시 아니라 기능적 시너지 기대

[에너지신문] 산업부가 ‘광물공사-광해공단 통합추진 TF’ 구성을 계획하는 등 통합을 통한 공공성 회복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백운규)는 28일 서울무역보험공사 대강당에서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 토론회’를 열고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신설하는 체제개편 방향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에너지 수입 의존률이 95%인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중요하지만, 외형확대 보다는 경제성 등 내실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자원개발 추진방향은 국가와 시장의 역할 재정립에서 시작된다며 광물, 석유, 가스 등 분야별 특징과 최근 시장변화, 외국사례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공기업과 민간의 강ㆍ약점, 현재 역량 수준, 해외경쟁 동향 등을 감안해 공기업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자원개발 부실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중구 해외자원개발 혁신TF 위원장.

▣ 양 기관 통합으로 전 주기 광업프로세스 구축 계획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자원개발전략과장은 세계광물시장은 TOP 20 기업 중 민간 비중이 75%로 민간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해외 광물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영기업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외자원개발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적 베이스로 추진되는 비즈니스인 점, 공기업의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을 감안했을 시 공기업이 해외제련소를 직접 운영하는 볼레오, 암바토비 등의 방식은 타당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광물분야 체제개편 방안으로 광물공사를 폐지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을 제외한 잔존기능은 광해공단으로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지난 5일 혁신TF는 산업부에 광물공사를 유관기관과 통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산업부는 광물공사와 광해공단과 통합해 재무구조 개선효과를 노리고, 광업탐사ㆍ개발ㆍ생산지원 기능을 하는 광물공사와 광해복구ㆍ방지ㆍ폐광지역지원 기능을 하는 광해공단을 통합한 전 주기 광업프로세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과장은 광물탐사ㆍ개발ㆍ생산부터 광해복구ㆍ관리, 금속비축까지 광업 전주기적 지원체계를 갖춘 일본의 석유가스금속광물기구(JOGMEC)를 사례로 들었다.

통합을 통해 설립된 ‘한국광업공단’은 양 기관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고, 별도계정(가칭 해외자산계정)을 신설해 공사의 해외자산 및 부채를 관리해 통합기관의 부채상환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광업공단은 기존 공사의 직접투자기능은 폐지하고,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기능은 유지ㆍ강화하게 된다. 또한 금속광물비축을 위해 조달청-광물공사로 분산된 비축기능의 조정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공기업에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명제에 의견을 모았다. 공기업이 미래를 바라보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비용의 과소평가와 수익의 낙관적 평가 등 부실사례가 있는 이상 공기업 체제는 문제라는 것이다.

▲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 “통합은 국민의 뜻” 관계부처 참여하는 통합추진 TF 구성할 것

이 날 토론회에 참석한 폐광지역 사업자·주민들과 한국광해관리공단 노조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부실 원인을 규명하는 토론회가 아니라 양 기관의 통폐합을 기정사실화하는 통보라며 반발했다.

이에 이승렬 과장은 정부 정책이 광해공단과 광물공사의 통폐합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토론회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굳이 왜 통합을 해야하는가하는 물음에 대해 박기영 에너지자원정책관은 지난해 12월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유지하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납입자본금을 확대하는 광물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국회에서 부결된 사례를 들었다.

당시 광물공사법 개정안은 재석 197명 중 찬성 44명, 반대 102명, 기권 51명으로 부결됐다.

박 정책관에 따르면 정부는 이 일을 기존의 광물공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두는 것은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입장을 수정해 유관기관과의 통합안을 내놓았다는 설명이다.

통합안을 통해서 폐광지역이 무시되는 것이 아니라, 폐광지역의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 더 커지고 예산이 많아지는 등 기능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통합이 결정되면 산업부 차관을 팀장으로 광해공단, 광물공사, 기재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간부들이 참여하는 통합추진 TF를 구성해 연말까지 근로자 문제와 로드맵 등의 입법을 추진하는 세부적인 통합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부 산하 유관기관과의 통합’을 권고한 지난 5일 혁신TF의 권고안과는 다르게 광해공단과의 통합을 상정하고 토론회를 진행한 점에 관해서는, 처음부터 광해공단과의 통합을 염두에 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권고안을 토대로 통합소위원회와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각각 3, 4차례의 회의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 토론회는 26일에 급작스럽게 공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는 산업부와 혁신TF 관계자 뿐만 아니라 폐광지역 사업자·주민들과 한국광해관리공단,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 “광물공사 사업의 헐값매각 막기 위한 통합”

이에 더해 광물공사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사업을 헐값으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광물공사가 부채를 갚기 위해 진행 중인 조기매각계획이야말로 오히려 헐값매각의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으로 자산이 적절하게 가격이 상승했을 때 매각을 판단하는 전문위원회를 법정화해 매각 시기와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박 정책관은 “정부의 핵심 어젠다는 공공성의 회복”이라며 “정부 뿐만 아니라,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공공성 회복이 목표이며, 광물공사도 시장성에 치우친 해외자원개발은 과감하게 정리해서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자원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 폐지라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광물공사의 부채에 대한 책임있는 대안 없이는 제2의 부실 공공기관을 낳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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