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지자체 보조금 업고 보급 열기 후끈…CNG업계 "정책 일관성 고려해 속도 조정해야"

▲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속에서 전기버스 보급이 확산되자 천연가스차량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에너지신문] 서울시가 2025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 이상인 3000대를 전기버스로 보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자 천연가스차량업계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이후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서야 100% CNG버스 보급률을 달성했는데 불과 8년만에 시장의 40%를 전기버스에 내어 줘야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서울시는 14일 서울시청 서소문회관 대회의실에서 전기버스 제작사, 전문가, 버스 운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시내버스 도입 설명회’를 가졌다.

◆ 서울시, 2025년까지 전기버스 40%  보급

서울시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9월 서울시내 녹색교통진흥지역 통과 노선에 전기시내버스 30대를 우선 투입해 운행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는 총 7400여대. 전량이 CNG 버스다. 30대 시범운행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체 시내버스의 40% 이상인 3000대를 전기버스로 보급한다는 것이다.

또 시는 전기버스 보급 촉진을 위해 전기버스 운행업체 구매 보조금(국‧시비 매칭) 및 충전시설 설치비(시비)를 지원한다. 전기버스는 대당 2억9200만원, 충전시설은 기당 최대 5000만원을 별도 지원한다.

전기버스 가격이 대당 약 4~5억원 내외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버스보급을 전폭 지원하는 셈이다.
시는 4월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노선을 결정하면 5월 버스 구매계약을 맺은 후 8월에 전기버스 제작을 마치고 9월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의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다. 설명회 개최결과를 토대로 4월까지 전기버스 도입 세부계획을 확정하고 차종‧운행노선 선정 및 시험운행 등을 거쳐 9월부터 실제 버스 운행노선에 투입해 시범운영할 계획”이라며 “적어도 1년간 시범운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선 30대 시범운영을 위해 제작사들에게 버스 성능, 배터리, 주요부품 등 무상보증기간, 충전소 설치 방안, A/S 방법 등을 제안토록 했다”라며 “설명회 결과를 반영해 사업자 선정방식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가 부산 시내버스회사와 첫 계약을 성사했던 전기버스 일렉시티.

◆ 달아오르는 지자체…보조금 합리적인가?

자동차 제조사들이 성능을 개선한 전기버스를 속속 출시하면서 전기버스 보급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버스 보급에 나선 제조사는 대양기술ㆍBYDㆍ에디슨모터스ㆍ한신자동차ㆍ우진산전ㆍ자일대우ㆍ포톤ㆍ피라인ㆍ현대자동차 등이다.

일부 지자체는 노선버스를 모두 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을 세우는 등 향후 전기버스 보급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전기버스 운행이 가장 활발한 곳은 최근 전기차 보급 1만대를 달성한 제주도다. 서귀포와 우도를 중심으로 모두 120대의 전기버스가 운행중이며 올해 100여대가 추가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부산시 시내버스 회사인 동남여객과 대진여객은 현대차 전기버스 ‘일렉시티’를 각각 10대씩 구입해 운행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20대의 전기버스를 운행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약 30대의 전기버스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경남 양산시는 연말까지 일반 버스노선에 전기버스 3대를 투입하기 시작해 향후 5년간 시내버스 199대 중 30%인 60대를 전기버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전기버스 제작사들의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전국 지자체와 시내버스 회사를 대상으로 설명회에 나서고 있다.

생산라인을 구축한 현대차를 비롯해 중국기업까지 진출하면서 전기버스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전기버스는 128대다. 2011년 9대에 불과했던 전기버스 등록 대수는 2016년 52대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배 넘게 증가했다.

제주, 부산,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등에서 운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기존 보급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전기버스 보급이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버스 보급의 일등공신은 당연 보조금이다.
중형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BYD의 eBUS-7에는 6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지원된다.  대형 전기버스를 공급하는 현대자동차의 일렉시티, 에디슨모터스의 이-화이버드, 우진산전의 저상전기버스, 아폴로 전기버스, 에빅오토 모티브코리아의 엔비온, 대양기술의 그린어스,피라인의 HYPERS, 자일대우의 BS110CN 등은 1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여기에 국토교통부의 보조금 1억원과 지자체별 보조금 지원까지 합치면 버스차량 4~5억원중 절반이상이 보조금인 셈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우후죽순 한국시장을 엿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AVIC 전기버스 가격은 약 3억 2000만원, 포톤 전기버스는 3억원 중반대다. 보조금을 지원받을 경우 국산보다 1억원 전후 저렴해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갖게 된다.

올해 환경부가 확보한 전기차 민간 보조금 예산은 2550억원. 이 가운데 전기버스 구매 용도로 배정된 것은 185대다. 전기버스업계로서는 이같은 정부 보조금 지원을 기반으로 타연료 버스보다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버스는 여전히 고가인데다 배터리 문제, 긴 충전 시간과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의 숙제를 안고 있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고 있는 점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보조금 지급 기준없이 수년간 일률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기술력에 앞서 있는 국내 기업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전기버스도 국내 승용 전기차와 같이 배터리 용량이나 전비(연비) 기준을 적용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합리적 기준을 세워야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 환경정책과 산업 육성 정책을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불안감에 휩싸인 CNG업계

이같이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이라는 든든한 후원속에서 전기버스 시장이 달아오르자 그동안 대기환경질 개선의 효자로 군림해 왔던 천연가스차량업계는 어느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서울시의 계획 발표로 천연가스차량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전기버스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025년까지 40%를 교체하겠다는 발표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내 놓지는 않았지만 대폐차 물량을 대상으로 전기시내버스로 교체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시내버스 대폐차는 출고 차량이 내구연한이 9년이 경과된 차량을 대상으로 하며, 2년 연장 가능하다.

따라서 시내버스 운행 내구연한 9년을 고려할 경우 서울시의 경우 2009년 출고차량부터 전기버스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CNG버스 보급 초기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속에서  빠른 속도로 CNG버스를 보급해 왔던 천연가스차량업계로서는 당시 서울시의 적극적인 정책이 천연가스버스 보급 확산의 신호탄이 됐다는 점을 잘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시를 도화선으로 전국 각 지자체가 전기버스정책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당연하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말 현재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CNG시내버스는 2만 6871대. CNG 시내버스 보급률은 대도시 98.2%, 중소도시 63.2%로, 평균 보급률이 78.7%에 달한다. 천연가스차량협회에 따르면 2017년말 현재 천연가스 고정식 충전소는 경기 64개, 서울 32개 등 전국에 199개가 설치돼 있다.

천연가스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급속하게 전기버스를 보급할 경우 그동안 정부 및 시 정책에 따라 천연가스 충전인프라를 설치해온 사업자들에게 큰 피해로 돌아 올 것”이라며 “시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CNG사업자들이 충분히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전기버스 보급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항변했다.

최근까지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 강화의 일환으로 2022년까지 경유 시내버스와 내구연한이 경과한 CNG버스 중 매년 2000여대를 신규 CNG버스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기에 이번 서울시의 전기버스 보급계획에 대한 관련업계의 경계심은 더 하다.

더구나 올해 천연가스차량 보조금 지원 예산도 지난해 112억여원보다 38% 증가한 156억여원으로 정부 지원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였다. 당연히 현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함께 천연가스차량업계의 기대 또한 높았다. 이에 천연가스차량협회는 올해 사업계획을 통해 구매보조금 확대와 내년 예산 증액, 천연가스화물차 구입보조금 신규 지원 요청 등을 추진할 계획을 세운바 있다.

천연가스차량협회의 관계자는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전기버스 보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서울시처럼 급격하게 전기버스로 교체하려는 계획은 몰랐다”라며 “추후 전기버스 보급과 관련해서 업계간 의견을 수렴, 협의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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