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 1월 세탁기와 태양광패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확정에 이어 조만간에 무역확대법 232조(통상안보규정)에 근거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규제 조치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에 기초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산업을 살리기 보다는 단가 인상으로 오히려 쇠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의 논리를 들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말까지 미국발 보호무역조치가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하기 위해 정치적 지지 기반인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서부 지역의 주지사들을 모아놓고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에 대한 고강도 무역조치를 홍보하면서 자동차에 대해서도 수입규제를 도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조치에 우리나라의 대응이 취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 해소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추진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교섭본부를 부활시켰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조속한 시일 내에 전문인력을 확충해야 하며, 통상분야 전문성을 확보하고 통상정보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에는 국제정치적 논리가 적용되는 경향이 있다.

미 상무부의 통상법 232조(통상안보규정) 보고서는 미국의 다른 동맹국에 비해 우리나라를 중국과 함께 엄중하게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규정의 적용에는 미국의 군사안보 라인이 일정한 역할을 하는 만큼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한 관리가 통상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함을 시사한다.

부당한 대우에는 WTO 제소와 FTA 규정 위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WTO 판정에 3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고 위반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실효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그 자체로도 상대국의 일방적인 조치 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동일한 조치로 피해를 입는 국가들과 연대해 국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그 효과는 커질 수 있다. 사안에 따라 피해기업이 미 통상법원(CIT)에 제소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통상분야 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은 소수 몇 개 국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와 품질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과거와 달리 우리 기업의 국제적 위상이 상당하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 기업을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월풀 냉장고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무역 정서를 자국 시장점유율 확대 기회로 여기고 무리한 보호무역조치 도입을 통상당국에 건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업의 보호주의 진정을 부추기고 있다. 수출시장의 동종 업계 협회나 경쟁 기업의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통상이슈화 가능성을 분석,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통상역량 확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험악한 한미 통상관계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으며 그만큼 고차원적인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발표는 양국 간의 관계만 악화시킬 뿐이다. 보호무역주의는 상시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특정 사안에 대한 대응조치는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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