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시민단체 반대로 기술개발 재검토 지연
원자력硏 “사용후핵연료 존재하는 한 필요”

[에너지신문] “원자력발전소는 2080년까지 운영되며, 사용후핵연료는 점차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현 시점에서는) 지하에 매장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신기술 ‘파이로프로세싱’의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송기찬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술연구소장은 파이로프로세싱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6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현재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사업은 정부와 탈핵‧시민단체 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1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파이로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분열이 이뤄지지 않은 플루토늄을 차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 1997년부터 기술개발을 진행해왔으나 안전성, 경제성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찬반 논란이 지속돼 왔다.

국회는 지난해 예산심의에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사업 예산을 25% 삭감했으며 사업을 면밀히 재검토해 타당성이 확보되면 기술개발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기술개발 사업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 타당성 검토에 착수한 바 있다.

재검토위원회는 원자력 분야와 무관한 전문가 7명이 참여해 △기술 및 안전성 △파급효과 △그간의 연구성과 등을 검토한 후 지난 1월 말까지 사업 재추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사업 재추진을 반대하는 전문가 및 탈핵‧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반대측 관계자들은 재검토위의 투명성, 공정성 훼손 및 운용상의 문제점을 들어 1월중 열릴 예정이던 재검토위와 반대 측 패널 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1월 말로 예정됐던 공청회 역시 열리지 못했다.

이들은 “과기부가 재검토위 운영위원 명단, 재검토 방식과 일정 및 관련 정보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재검토위원회 해체, 관계자 특별감사, 관계 부처 합동 파이로·고속로 사업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특히 5일 서울 레이첼카슨홀에서는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 이준택 前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등 재검토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들은 “정부(과기부)가 비민주적인 위원회 운영을 지속해 서둘러 결론을 도출하려 하고 있다”며 “‘셀프 검증’을 강행하려 하는 현행 재검토위를 즉각 해체하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원회를 새롭게 설립,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파이로 기술의 개요(자료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에 과기부 관계자는 “재검토위 위원들은 중립적, 객관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됐다”며 “심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요한 심사는 이같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현재까지 6764억원의 예산이 기 투입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송기찬 소장은 “이미 기술적인 설명은 여러 차례 이뤄졌기 때문에 이제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며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가 존재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기에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한 후 투명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