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기 작동 불구 발생지점 오인…초동대처 미흡
담당부서, 최초 화재인지시각 고의로 보고 안 해

▲ 화재가 발생한 폐기물처리시설 외부 모습.

[에너지신문] 지난 20일 발생한 원자력연구원 내 화재사고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의 자체 조사 결과 당시 근무자의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화재 인지 시각에 대해 담당 부서가 임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일 연구원 내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에 대한 자체 정밀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연구원 상황실이 오후 8시 15분경 화재경보기 작동으로 화재를 최초 인지했다는 기존 발표와 달리 이미 오후 7시 23분경 화재조기경보기(USN)가 울린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상황실 근무자가 즉시 비상출동 했으나 화재발생지점을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이 아닌 수송용기실험동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복귀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으로 화재경보가 울렸음에도 근무자는 수송용기실험동으로 재출동하는 등 화재 위치를 재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발생지점을 발견한 것은 연기냄새 때문이었다. 냄새에 따라 전 야간근무자들이 동원돼 각 건물별 화재발생 여부를 조사했으며, 폐기물처리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결국 이날 화재는 상황실 근무자의 오인에 따라 초동대처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화재조기경보기 첫 작동에서부터 화재위치를 파악하기까지 약 40여분간의 상황을 담당부서인 원자력안전관리본부가 고의로 보고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정밀 재조사 결과 이같은 부분을 확인하고 원자력안전관리본부장을 즉시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 및 방사능 누출은 없으며 화재가 크지 않아 물적 피해도 미미하다는 것이 원자력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설치가 의무화된 화재감지기는 물론 조기에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기까지 추가 설치, 운영했음에도 화재발생 장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안전관리에서 취약한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큰 파장을 몰고 왔던 방폐물 무단폐기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담당 부서가 최초 화재인지 시각 및 초동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을 고의로 보고하지 않은 점은 또다시 비난의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원자력연구원 폐기물처리시설 화재사고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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