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HTVTS 구축해 위험물질 위치추적
규제비용 43억원 달해…사업자당 58만원 꼴

[에너지신문] 정부는 3월부터 LPG차량에 단말기를 부착해 관리하는 ‘물류정책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일부개정령(안)’을 시행한다. 이는 위험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대명제를 가지고 있지만,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함께 가지고 있다. 안전과 국민의 기본권, 어느 쪽이 앞서야 할까? 에너지신문에서 정리해 봤다.

▲ LPG탱크로리 차량.

정부가 LPG차량에 단말기를 부착해 관리하겠다고 밝혀 LPG업계에 ‘빅 브라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말 국토교통부는 ‘물류정책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령(안)은 6톤 이상의 LPG를 포함한 가연성 가스를 운반하는 차량의 경우, 교통안전공단 내에 설치되는 ‘위험물질운송안전관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차량의 이동경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단말기를 부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개정령(안)은 위험물질 운송차량에 단말장치 장착과 운용, 운송계획 정보의 입력, 단말장치의 개선 및 운행중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관계자는 위험물질운송 안전관리를 위한 근거법령인 ‘물류정책기본법 개정’에 따라 위험물질 운송차량 모니터링을 위한 단말장치 장착이 필요하고 그 대상을 규정할 필요가 있어 개정안이 추진됐다고 밝혔다.

위험물질은 사고발생 시 피해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특수한 방재작업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개정령(안)은 위험물질 관리가 소관부처별로 산재돼 있고, 위험물질의 운송정보 공유가 미흡해 운송사고 시 신속·정확한 방재가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위험물질 운송차량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 사망률의 5배에 이르며, 직접적인 인명·재산피해 외에도 방재 미흡 시 사고와 무관한 불특정 다수에게 환경 피해 등 2차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5명이 사망하고 소방관 18명이 부상, 주민치료 1만 2000명, 농작물피해 212ha, 가축 3900마리 폐사로 380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한 2012년 9월의 구미 불산사고를 계기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국토교통부 주도로 법제화·시스템 구축 후 공동활용하기로 협의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에 따라 개정령(안)은 위험물질운송안전관리센터의 감시가 필요한 위험물질 및 위험물질 운송차량의 최대 적재량 기준을 규정하게 했다. 또한 단말장치는 전파법에 따른 성능과 기준에 적합하도록 하고, 위치정보 등 실시간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위험물질 운송차량 소유자 및 운전자가 단말장치의 정상작동 여부를 운송 중 확인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단말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경우 △단말장치를 점검·관리하지 않거나 단말장치의 작동을 유지하지 않은 경우 △운송계획정보를 입력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입력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위험물질운송안전관리센터의 출입·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한 경우 등에 한해 과태료 200만원을 물게 된다. 이 영은 2018년 3월 22일부터 시행한다.

■해외 사례 및 다른 법안 현황

이미 싱가포르에서는 위험물질운송차량에 대한 실시간 관리를 위해 위험물질 운송차량 관제시스템인 HTVTS를 구축하고 GPS, GMS 등의 장치 및 기술을 활용해 위치추적을 하고 있다. HTVTS는 환경오염규제법률에 명시된 양을 초과해 운행하고자 할 경우 별도의 승인절차가 필요하며 국경에서 진입하는 외국적 위험물질 차량에 대해서도 위치추적 장치 대여를 의무화하고 있다.

아울러 교통안전법에도 유사한 내용이 이미 존재한다. 교통안전법 제55조에는 여객 및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에 운행기록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전체 차량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소형 화물차량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법률을 개정한 바 있다.

▲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개인정보 수집, 기본권 침해 가능해

규제는 규정된 대상 차량에 대한 단말장치를 장착해 위험물질운송안전관리센터에 의한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사고예방 및 사고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지만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LPG업계에서는 가연성가스 중 LPG를 제외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주장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해 8월 한국LPG산업협회는 “국가가 개인의 각종 정보를 저장·추적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및 영업비밀 공개 등 ‘빅 브라더’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로 국민에 대한 국가의 감시를 표현하는 단어로 쓰인다.

빅 브라더라는 표현은 지난 2016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을 당시에도 활발하게 쓰인 바 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 무분별한 정보수집을 펼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주된 요지였다.

또한 협회는 위험물질 운송차량에 단말기를 부착하고, 운송계획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사고예방과는 관련이 적다고 설명했다. LPG의 경우 모든 차량에 주행기록 장치를 부착해 관리하고 있으며, 차량 외부에 ‘LPG’라는 가스 종류를 표시해 사고 시 방재를 위한 위험물질 정보가 이미 제공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서 LPG운반자는 고압가스법이 정한 법정의무교육을 이수해 사고 시 신속한 조치와 대응절차를 숙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법에 따르면 고압가스 운반차량 운반자는 주차 위치 지정 및 주차 시 주의사항, 운반도중 응급조치를 위한 고압가스 제조·저장·판매자, 수입업자 및 경찰서·소방서의 위치 등을 파악해야 한다.

고압가스의 명칭·성질 및 운반 중의 재해방지를 주의 사항을 적은 서면을 운반책임자 또는 운전자가 휴대하며, 고압가스 운반 시작 또는 운반 종료 시 가스누출 등의 유무 점검 하고 이상이 있을 때에는 보수를 하거나 위험방지 조치하도록 돼있다.

특히 일부 LPG탱크로리 및 벌크로리의 경우 차량의 실시간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서비스를 이미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협회는 모든 LPG사업자 및 벌크로리 판매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사전에 의견수렴이나 관련 회의 없이 추진하는 것 역시 문제라며 위치추적은 신속한 방재와는 관련없는 과도한 규제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용이다. 이 규제에 들어가게 되는 비용은 43억 6997만원에 달한다. 피규제 집단으로 규정된 위험물질 운송차량 소유자 및 운전자들은 비용을 전가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

LPG산업협회 관계자는 단말기 부착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은 약 58만원으로 사업환경이 어려운 중소사업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개정령(안)에 대해 희망적으로 관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토부는 이 규제에 대해 이미 정책 집행에 필수적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 또한 신속·정확한 사고대응으로 운송업체의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어 규제 준수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도별 단말장치 장착률을 모니터링하며 단계적으로 정책 집행을 위한 프로세스를 관리할 것이며, 규제를 받는 사업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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