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6200% 하베스트, 진상파악 필요
석유공사, 올해 5월 6억 3천만 달러 차환해야

[에너지신문] 가스공사의 ‘호주 GLNG사업’, 광물공사의 ‘볼레오 광물사업’과 비교되며 부실사업 중 하나로 불리는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사업’이 재개되면서 자원개발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사업은 현재까지 40억 8000만달러가 투입됐으며, 회수액은 400만달러에 불과해 38억 2100만달러의 손실액을 기록한 대표적인 부실사업이다.

지난 국정 감사 당시,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존속가치가 크다고 밝혔으나 이는 기초 자료 조작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 캐나다 하베스트 광구.

■ “하베스트는 휴지조각”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당시, “석유공사가 4조원에 인수한 하베스트에 대한 2월 투자 회수 가능액은 조작됐다”고 밝히며 “2월에 작성된 ‘하베스트 손상검토 보고’의 가치는 과대계상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보고에서 추정유가는 석유공사가 제공한 자료가 바탕이 됐는데, 그 배경에 대한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은 당초 배럴당 60~100달러를 적정유가로 봤으나 석유공사는 공사의 추정 유가 기준을 사용할 것을 요구해 결국 공사의 주장이 반영됐다.

평가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내외였으나 석유공사는 최고 배럴 당 431달러까지 예상하는 추정유가 수치를 사용했고 과다계상을 통해 수익을 부풀렸다.

또한 기업의 미래 예상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서 얻어지는 할인율을 왜곡했다. 하베스트의 경우 할인율 산정에 있어 의도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누락했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하베스트의 할인율을 10%로 산정하고도 첫해 할인율을 낮게 적용해 실질적인 전체 할인율을 8%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할인율 산정을 위해 하베스트와의 비교 대상기업으로 캐나다 상장사 중 ARC RESOURCES 사 등 유전개발관련 6개 회사가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 측이 유사회사를 6개로 한정한 근거에 대해 질의하자 공사는 “회계법인의 판단”이라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이 재차 6개사 외에도 유전개발 캐나다 상장사로 Enerplus Corporation, Crescent Point Energy, Encana Corporation 등이 있다고 지적하자 공사 측은 “이 회사들을 포함할 경우 투자회수액이 줄어든다”는 답변 외에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하베스트의 예상 투자 회수액에 부정적 영향을 요소를 의도적으로 제외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채비율 6200%인 하베스트의 손상검토를 하면서 이 같은 왜곡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진상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이 필요하다며, 만약 의도적으로 제외한 3개사를 포함시킬 경우 투자 회수가능액은 마이너스, 즉 하베스트는 휴지조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사는 2015년 손상평가 시에도 유사기업을 적용했다고 밝혔는데 과거에도 은폐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누락된 3개 기업을 포함시킬 경우 하베스트의 투자회수 가능액은 마이너스(-)가 된다고 김 의원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김경수 의원은 “산업부 감사가 아닌 감사원 차원의 감사가 필요하다”며 감사과정에서 배임 등 새로운 혐의가 드러난다면 검찰 고발 등 필요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국석유공사.

■지급보증 금액만 5천억원 달해

최근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017년 12월 10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에 약 5000억원의 지급보증을 추가 제공했다. 또한 하베스트는 같은 해 11월 2억달러 규모의 신규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은 하베스트가 약속한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석유공사가 대신 부담하게 된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하베스트가 시추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실이 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하베스트는 지난해 9월에도 2억 85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채권 역시 석유공사가 전액 지급보증해 같은해 10월 1일 만기가 도래한 2억 8250만달러 규모의 보증 채권을 상환하는데 사용됐다.

또한 석유공사는 지난해 7월 27일 제475차 이사회에서 하베스트가 차환 발행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해당 금액을 직접 빌려주는 방안까지 의결했다. 석유공사가 지난해 추가로 지급보증한 금액은 총 4억 8500만달러로 현재 대략 525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석유시추현장.

■ 예견됐던 하베스트 투자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2016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시장의 변화 및 하베스트 자산의 지역분포 상 한계,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해 기대보다 수익률이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더해 보고서는 미국 내 셰일원유 및 가스 생산량의 증가가 캐나다 유·가스시장의 판매가격에 영향을 미쳤으며, 캐나다 원유는 수송 및 판로의 제약으로 미국가격 의존도가 높아 내수를 제외한 전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외국 자본에 대한 헐값 매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재무적인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하베스트의 블랙골드 사업을 2017년 9월 재개 승인하고 올해 9월부터 생산개시를 예정했다.

이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높고, 미래 현금 창출을 견인할 수 있다고 전망된 Royce, Deep Basin, Loon, Hay, RMH 등 5개 지역에 대한 집중 개발을 통해 자산 가치를 향상시키고 기술평가 결과를 핵심자산 개발 계획에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석유공사는 지난해 7월 27일 제475차 이사회에서 “유동성 위기 방지와 계속기업 이슈 해소를 위해 무보증 채권의 차환은 필요하며, 하베스트사는 자체적인 채권발행이 불가능해 공사 보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중장기 자금전망’에 따르면 하베스트의 순현금흐름은 2018년 -2억 500만캐나다달러, 2019년 -1억 4400만캐나다달러, 2020년 -6500만캐나다달러 등 앞으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2021년에야 400만캐나다달러가 들어와 순현금 흐름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하베스트 손상검토 보고’와 마찬가지로 하베스트 중장기 자금전망 역시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사회에서도 하베스트를 계속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475차 이사회 의사록에서 한 이사는 “보증이라는 게 결과적으로 나중에 우리가 회수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업 자체로 볼 때는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표를 제출한 김정래 전 석유공사 사장은 “현재의 석유 가격이 앞으로도 한 5년간 지속한다면 어떻게 보면 희망이 없다”면서도 “청산, 매각을 포함한 정리보다는 끌고 가면서 기회를 보는 게 전체적인 석유공사의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방안”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베스트에 대한 추가투자는 이미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석유공사는 당장 올해 5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6억 3000만달러의 차입금도 석유공사의 보증으로 차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휴지조각’인 하베스트. 얼마나 지나야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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