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한국전기연구원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에 주목하자

[에너지신문] 유도가열 기술은 고주파 전류를 코일에 흘려줄 때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금속표면에 유도전류를 발생시키고 이 때 발생되는 열을 이용,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산업에서는 금속을 고온으로 열처리할 때 활용되고 있으며 가정에서는 냄비나 밥솥을 가열하는 인덕션(induction) 히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기존의 유도가열 기술은 수십 kHz의 고주파를 사용해 금속표면에 대한 침투깊이가 1mm 수준이므로 냄비와 같은 두께를 가지는 금속을 가열하는데 적합하다. 하지만 가열하려는 금속의 두께가 1μm 이하의 박막이라면 유도가열 전류의 침투깊이보다 훨씬 얇기 때문에 수십 kHz의 자기장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된다.

만일 기존의 수십 kHz의 주파수가 아니라 수 GHz 주파수의 마이크로파 대역 유도가열이 가능하다면 유도전류의 침투깊이가 약 1μm 수준으로 낮아져 금속 등의 전도성 나노박막도 효과적으로 가열할 수 있게 된다.

▲ 기존의 유도가열과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의 비교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가열 기술은 유전가열의 원리(마이크로파가 사용되며 보통 전도성 소재가 아닌 물이나 유기용매 같은 극성분자를 가지는 유전체를 가열하는데 적용되는 원리)를 통해 물이나 유기용매 등의 극성분자를 빠르게 직접 가열할 수 있어 식품 가열 및 해동, 목재 등의 건조, 화학합성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도성 박막과 같은 소재에 마이크로파를 가하게 되면 박막 끝부분에 집중되는 전기장으로 인해 쉽게 방전이 일어나 손상되는 문제가 있어 사용하기가 어렵다.

▲ 증착에 의한 저성능의 나노결정 형성과정과 선택적 고온열처리에 의한 고성능 박막제조 필요성

최근 한국전기연구원이 개발한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은 금속 등의 전도성 소재로 이뤄진 박막을 순간적으로 고온 가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2.45GHz의 마이크로파를 유도가열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 고효율의 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한 기술을 이용하면 나노미터 수준의 두께를 가지는 얇은 전도성 박막을 1초 이내에 섭씨 1000℃ 이상의 온도로 선택적으로 열처리할 수 있다.

전도성 박막은 기초적이면서도 소자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소재다. LCD 또는 OLED 같은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 메모리 등 다양한 반도체 소자들의 전극으로 사용되며 로이(low-e)유리 같은 단열유리의 열적외선 차단막으로도 사용된다.

▲ 증착에 의한 저성능의 나노결정 형성과정과 선택적 고온열처리에 의한 고성능 박막제조 필요성

증착 등의 방법으로 코팅된 박막은 수 나노미터 수준의 매우 작은 결정들로 이뤄져 있고 나노 결정들 사이에는 결정성이 불완전해 전체적인 소재 성능을 떨어뜨리는 경계면이 형성돼 있다. 때문에 열처리를 통해 결정성을 향상시키는 공정을 필요로 하지만 소자를 구성하는 기판 또는 다른 소재들의 가열온도 한계로 인해 충분한 온도를 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은 높은 유전상수의 유전체로 마이크로파 공진기를 구성해 자기장 패턴을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개발됐다.

유전체(Dielectric)는 전기장을 가하면 분자내 전자분포 변화에 의해 전기적 극성을 가지지만 전기는 통하지 않는 물질을 말하며 물이나 플라스틱 등의 절연체는 유전체에 해당된다. 진공의 유전상수(Dielectric Constant)는 1이며 플라스틱류는 2~3, 물의 유전상수는 약 78 정도로 높은 값을 가진다.

태양광전지 등 고효율 첨단 열처리 공정 활용

전기연구원, 국내기업에 기술이전·상용화 지원

이는 마이크로파 공진기 위에 전도성 박막을 가까이 가져가면 강력한 유도전류가 발생, 가열이 되는 방식으로 열처리가 필요한 전도성 박막만을 선택적으로 순간 고온 가열할 수 있다.

전도성 박막이 있는 기판을 공진기 위에 올리기만 하면 가열이 가능하므로, 아무리 넓은 기판이라도 가열 위치를 옮기며 스캐닝하는 방법으로 열처리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리기판 위에 증착된 10~20나노미터 두께의 금속 박막에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을 적용하면 0.2초만에 상온에서 섭씨 600도씨 이상으로 가열하면서도 유리기판의 온도는 100도씨 이하로 유지시킬 수 있고 열충격에 의한 손상도 없다. 이렇게 열처리된 금속박막의 전도도는 30% 가량 향상된다. 열처리 공정속도를 획기적으로 빠르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고온 열처리 공정도 가능해 기존 성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재 공정도 가능하다.

▲ 마이크로파 유도가열과 고출력 레이저의 에너지 효율성 비교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은 공급되는 전기에너지에서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효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에너지 전환 효율을 나타낸다. 또한 고온이 필요한 나노미터 수준의 박막만을 가열할 수 있어 기존의 가열 방식들에 비해 극단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보인다. 따라서 공정에 소요되는 에너지비용과 사용돼야하는 장치의 규모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상용화에 유리하다.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서도 개발되지 않은 우리만의 기술로 최근에야 개발이 완료됐다. 특히 연구팀은 마이크로파 유도가열의 성능과 소재의 열적 충격에 의한 손상을 예측, 대응하기 위해 마이크로파와 열, 스트레스에 관한 복합적 현상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기술도 동시에 개발했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힘든 박막의 열적 변화와 상태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해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의 적용 방법을 보다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었다.

다양한 응용을 위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기술의 기본 원리와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디스플레이, 반도체, 태양전지, 단열유리 등과 같이 박막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품의 생산 공정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전기연구원은 개발 완료된 이 기술을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한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면적 열처리가 가능한 공정 장비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전도성 박막뿐만 아니라 반도체 박막 등 다양한 소재의 열처리가 가능하도록 꾸준한 후속 개발을 추진한다면 마이크로파 유도가열 기술이 향후 관련 소재 산업에 새로운 발전 동력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한 차원 높은 이 기술은 기존에 불가능했던 열처리공정을 수행하거나 기존 열처리공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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