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ㆍ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 가스산업을 통해 반추해 본 한국 가스산업의 공공성

[에너지신문] 한국은 제2차 오일쇼크 이후 정부의 에너지다변화 정책에 따라 1983년 한국가스공사가 설립됐고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난방용 도시가스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채 40년도 되지 않은 한국에 비해 일본의 가스산업 역사는 18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까지 일본은 자국에서 생산한 천연가스와 석탄·석유계가스를 사용했고 지역에서 민간·공영기업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했다.

1965년에는 가스회사들이 212개에 달하는 등 일찍부터 과잉경쟁이 시작됐다. 1969년부터 일본도 한국과 같이 LNG 형태로 천연가스를 도입했으나, 일부 민간 대기업만이 가능해 아직까지도 일본의 가스사업자는 200여개를 넘는 등 지역적 격차가 큰 형태로 난립돼 있다.

현재 일본은 다수의 LNG 기지와 대형배관을 가진 민간 대기업 3개(도쿄가스, 오사카 가스, 토호가스), LNG 기지 1~2개 정도와 중소 배관만을 가진 중소기업 6개(홋카이도, 센다이, 시즈오카, 히로시마, 세이부, 일본 가스), 나머지 200여개 기업들은 위의 회사 배관을 빌려 공급하거나, 탱크로리와 철도로 공급하는 매우 영세한 사업자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인구밀집도·배관밀집도 따라 지역 간 가스요금 격차 매우 커

일본 가스산업의 특징은 첫째, 전력과 마찬가지로 전국적 망이 연결돼 있지 않으며 철저히 지역독점 형태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도쿄, 오사카, 교토, 나가타, 효고 등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보급률이 50%를 넘지 않는다. 지역독점 회사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없는 지역에 망을 설치하는 등 공공적 역할을 할 필요가 없어서다. 결국 인구밀집도·배관밀집도에 따라 지역 간 요금격차 역시 매우 크다.

둘째, 높은 요금 및 망 연계의 부재로 인해 일본의 난방용 가스수요는 많지 않다. 대다수 일본 가정은 취사용과 가스스토브 정도로 도시가스를 사용할 뿐이며, 전기요금도 비싸 석탄과 석유 등을 믹스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셋째, 발전용과 산업용 등 기업들이 사용하는 가스가격이 가정용보다 훨씬 낮다. 한국은 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규제하고 있어 발전용·산업용·가정용 요금격차가 크지 않다. 한국과 일본 공히 가정용 도시가스 수요가 겨울철에 밀집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가정용 공급비용은 발전용 등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어 일종의 불량고객인 셈이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겨울철 가정용 도시가스의 요금을 발전용과 산업용이 일정하게 보전해주는 공공적 교차보조 형태를 갖는다. 물론 이에 대해 한국의 발전회사들은 일본 등의 가정용에 비해 발전용이 매우 낮은 사례를 들며, 높은 발전용 가스요금체계가 LNG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끊임없이 읍소하고 있다.

그러나 특히 LNG 발전만을 소유한 민간 발전사업자(포스코, SK, GS 등 재벌기업, 현재 발전시장의 30% 가량 점유)들에게 LNG 가격을 인하해준들, 전기요금이 인하되기는커녕 기업들의 수익만이 높아지는 것이 현재의 전력거래 구조이다.

결국 민간 에너지 대기업들의 주장은 수익은 전취하되, 겨울철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폭등은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오사카가스 센보쿠 인수기지

■일본 가스시장 시스템 개혁, 지역독점은 깨지만 독점은 강화 될 듯

일본 정부는 지역독점 체제에서의 비효율성, 높은 가격 등 고착화된 가스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시스템 개혁(System Reform)을 추진해 2017년 4월부터 가정용 소매까지 완전경쟁에 돌입했다.

1년 앞선 2016년 4월, 전력 역시 소매까지 완전경쟁이 시작돼 현재 일본에서는 전력회사가 가스에, 가스회사에 전력에 상호 침투하면서 고객을 뺏고 빼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시스템 개혁은 지역독점은 깰 수 있을지 몰라도 독점은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전력과 가스의 경쟁은 도쿄전력, 도쿄가스, 간사이전력, 오사카가스, 추부전력, 추부가스 등이 주도하며, 이들 간 또는 이들과 대형 통신회사 간 연합체계를 강화시키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도쿄전력과 추부전력이 만든 발전회사 ZERA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최근 경쟁의 양상을 보면, 전력·가스·통신의 결합상품으로 인한 가격인하는 착시효과에 불과할 뿐이다. 정작 중요한 보급 확대와 소매도시가스 가격 등에 대한 공공적 규제 방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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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간기업들의 천연가스 직수입 시 기업 수익만 확장될 것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위로하기에는 한국의 가스산업에도 문제가 산적해 있다.

도입·도매를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 설립과 함께 당시 정부는 소매도시가스는 하필 지역독점 민간기업으로 육성했다. 민간 지역가스회사들은 1990년대 후반 끊임없이 대기업인 SK와 GS, 포스코 등에게 인수됐다.

최근 제주도까지 도시가스 고압배관이 깔리기 시작해 전국 34개의 지역독점 민간 도시가스 회사가 있다. 현재 도매요금에서의 공적 규제, 지자체의 요금결정 권한 등이 존재하지만, 한국 역시 지방도시와 농어촌일수록 보급률이 낮고 요금도 높다.

전국 도시가스 보급률이 2016년 말 82%이며 서울은 98%, 경기는 87%, 부산은 87.6%이다. 그러나 충남 61.2%, 전남 49.8%, 강원은 47.8%에 불과하다.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고압 배관망은 전국적으로 깔렸지만, 소매도시가스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공급망 확장을 꺼리기 때문이다.

최근 배관망이 완비된 안동, 울진, 삼척 등 경북과 강원도 지역 주민들은 집 주변에, 논과 밭 옆으로 고압배관망이 들어섰지만 정작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와 함께 민간기업 혹은 발전회사들이 천연가스를 직수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했던 민영화·시장화 제도는 향후 한국 가스산업의 공공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요소이다. 최근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 등으로 인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매우 떨어졌다. 이 때문에 민간 발전회사, 공기업인 발전자회사를 불문하고 당장 낮은 가격으로 직접 도입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력거래 시스템 상 발전회사들이 낮은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더라도, 그 성과가 전기요금 인하로 귀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미 20∼30년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는 계약물량에 있다. 이는 쉽게 말해 미래의 위협에 대비해 정책적으로 장기물량을 추곡수매한 것과 유사하다.

결국 전체 수요의 1/3에 해당하는 가정용 소비자들이 대기업들이 떠난 자리를 메꾸어야 할 형편이다. 당연히 가정용 도시가스요금은 오를 수 밖에 없고, 직수입에 의해 공적의무에서 해방된 발전회사들은 수익을 전취한다.

결과적으로 천연가스를 발전기업들이 직수입할 경우, 전기요금과 가정용 도시가스 요금 인하와는 무관한 채 기업의 수익만이 확장될 뿐이라는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등 정부의 탈핵 로드맵이 뜨거운 화두였으며, 주목받은 것이 LNG 발전이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가교이자,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해야 하는 것이 LNG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도입하고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면, 시장화로 얼룩진 전력시장의 병폐가 고스란히 한국 가스산업의 공공적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이 올 스톱해 LNG 발전으로 대체된 일본의 현실을 볼 때, 한국에서도 천연가스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저전원으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의 주체를 시장이냐, 공공이냐 제대로 설정하지 않는다면 전환의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을 실현시키고 그 부담이 정의롭게 분배되는 방법은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연적인, LNG 발전의 ‘공적역할’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는 일이다.

공기업인 발전회사들과 한국가스공사는 그 역할을 공동으로, 그 비용을 함께 감당해나가는 공적 주체가 충분히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중에 맞춰 매년 LNG의 가동률을 설정하고(사실상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MIX 비중 설정), 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을 시급히 수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구체적 에너지 전환계획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13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 담기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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