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손해배상 책임 면제 요구...적극 대응해야

[에너지신문]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지난해부터 한수원에 원자력손해배상 책임 면제를 요구해오고 있어 독점 공급자의 갑질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전 발전기 계통 자재를 생산하는 GE사는 한수원에게 원자력손해배상 책임 면제를 요구하는 특약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E는 지난해 7월 한수원에게 원자력손해배상책임 면제 조항이 들어있는 ‘Appendix A’ 확인서를 요구했다. 공급자인 GE의 면책 조항과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시, 자신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Appendix A 제 1.4조에는 공급자(GE)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원자력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한수원이 GE에게 구상권을 포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제 1.1조와 1.5조에는 책임보험 및 재물보험 보험자의 대위권에 대해 보험자인 한수원과 대한민국 정부가 공급자인 GE에게 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게 포기한다는 조건도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Appendix A 제 1.6조에는 '공급자가 원자력손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완전한 보호(full protection)를 받지 못할 경우 한수원이 공급자에 그러한 책임으로부터 면책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 2조에서는 '원자력손해와 비원자력손해를 불문하고 손해배상한도를 전체 계약금액으로 제한한다'는 규정도 담겨 있어 원자력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거의 전부분을 면책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한수원은 GE로부터 이같은 요구를 받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법적문제점을 의뢰했다. 태평양은 "GE사의 요구는 공급사인 GE가 고의 또는 중대과실의 경우에도 한수원이 공급사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으로 한수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답변서에 "공급사가 제품 제작 및 공급 직원이나 관련 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나 제품하자에 대한 관리의무를 태만히 하는 등 물품제작 및 공급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를 일으켜도 한수원이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당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훈 의원은 "GE의 이 같은 요구는 공급독점권을 무기로 한수원과 한국 정부에 부당한 갑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GE가 공급하는 제품은 발전기 쪽 자재로 원전의 중대 사고와는 거리가 있다고는 하나 중대사고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도 않은 것인데도 굴욕적인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E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9월에도 한수원에 "아시아쪽 구매자들은 이미 GE사의 요구를 수용했다"며 자신들의 조건을 수용하라는 요구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수원의 실무 담당자들은 GE사의 요구에 불쾌감을 강하게 갖고 있지만 사실상 전세계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GE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들의 제품이 사용된 우리의 최신 원전에 제품 공급을 지연시키거나 공급단절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의원은 31일 열린 산중위 마지막 국감에서 이관섭 한수원 사장과 백운규 산업부 장관에게 "GE사의 이같은 요구는 독점적 지위에 의한 갑질"이라며 "국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정부 및 소관기관이 적극적인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