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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탄력 없이 딱딱한 유류 탄력세 ‘유명무실’
서민부담 경감 위한 세금…2009년부터 변화 없어
안정적인 세입 확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2017년 09월 20일 (수) 13:31:10 김진오 기자 kjo8@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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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탄력이란 물체가 외부에서 힘을 받아 변형됐을 때, 물체가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탄력세라는 이름은 외부의 힘에 의해 석유제품의 가격이 변동됐을 때, 원래가격으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의미할 것이다.

서민의 생활에 탄력세는 아주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외부의 힘에 의해 석유제품의 가격이 폭등해도 생활 필수품인 석유제품 사용을 그만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탄력세는 이름과는 다르게 유명무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 비탄력적인 운용, 서민경제 보호 못해

휘발유 업계에서는 탄력세가 전혀 탄력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전량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국가다. 국제유가가 변동하는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이때 석유가격에 융통성을 부여해 완충효과를 낼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탄력세다.

탄력세는 유가가 오를 때는 세금을 내리고 떨어질 때는 다시 원래대로 세금을 매기는 것을 취지로 만들어진 정책이다.

국제유가 변동 폭에 따라 서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명목이지만 탄력세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비탄력적으로 적용해 실제 서민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휘발유나 경유를 소비할 때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부담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서는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475원과 340원의 교통세 부과를 명시한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부담하는 세액은 다르다. 현재 휘발유 소비자 가격에 매겨지는 실제 교통세금은 리터당 529원, 경유는 375원으로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 세율보다 높다. 교통세법에 규정된 탄력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현재 탄력세는 적정유가 구간을 설정해 고유가시 세율인하를 통한 물가안정 도모와 서민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실제로 세율 인하를 단행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현재 우리가 부담하는 교통세는 법정 기본세율을 기준으로 휘발유는 11.37%, 경유는 10.29%의 탄력세가 적용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탄력세 인하라면 이라면 2008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10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한 적이 있을 뿐이다.

휘발유는 2009년 5월 탄력세 조정 이후부터, 경유는 201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법정 기본 세율의 10%가 넘는 탄력세가 고정적으로 매겨지고 있다. 이 같은 유류세 환원조치로 오히려 추가적인 세율 인상이 단행돼 현재 석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2008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또한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을 넘어서며 초고유가로 치닫던 2011년이나 유가가 40불대로 떨어진 현재나 같은 탄력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정적인 세입 확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탄력세율이 국민경제와 국제유가에 반응하지 못한 채 고정돼 운영된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가 배럴당 66.8달러였던 2009년 9월부터 배럴당 46.6달러였던 올해 6월까지 석유가격에는 많은 등락이 있었지만 휘발유 교통세는 529원으로 단 한 차례도 변동이 없었다.

   

▶ “대통령이 탄력세율 낮추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

이 때문에 고유가를 대비하고 서민경제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유가 변동에 따른 탄력세율이 자동 적용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지난 2015년 “소비자들이 왜 주유소 판매가격이 국제유가만큼 인하됐다고 느끼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금 때문이다”라며 탄력세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법에서 정률로 정해놓은 부가가치세와 관세, 교육세 등과는 달리 탄력세율은 대통령이 조정할 수 있다”라며 “탄력세율을 낮추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설명했다.

대선 바람이 강하게 불던 지난 4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 미래를 논하다’ 토론회에서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가 상승에 따라 유류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국제 유가가 하락할 때 소비자는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유가가 급등할 경우엔 타격을 받는다”라며 “유류 탄력 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제남 정의당 생태에너지 본부장도 “국제 유가 변동 폭이 클 때 국민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탄력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훈 한국석유유통협회 회장 역시 올해 5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탄력세를 자동 적용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석유업계와 정치계, 학계 등 너나 할 것 없이 불합리한 탄력세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탄력세에 진정한 의미의 ‘탄력’이 생기는 날은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다.

   

▶ 탄력세 자동조정, 합리적 소비로 이어져

한편 일본은 이미 유가 변동에 따른 탄력세 자동적용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휘발유 소매 가격이 일정 금액을 넘어가면 탄력세율을 자동적으로 적용하도록 돼있다. 3개월 연속 휘발유 소매 평균가격이 리터당 160엔을 넘으면 원칙세율을 적용해 리터당 53.8엔인 유류세가 28.7엔으로 낮아진다. 반면 3개월 리터당 130엔을 밑돌면 다시 53.8엔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일본처럼 유가 변동에 따라 탄력세율이 자동 조정되면, 국민들은 유가 변동에 맞춘 합리적인 소비와 지출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름만 탄력적이고 실제로는 고정된 한국의 탄력세, 이런 비합리적인 탄력세는 하루 빨리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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