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국내 도시가스산업, 정체기 극복 위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ㆍ효율성 반영된 수익구조 개선 필요

[에너지신문] 1800만 수요가를 넘어서 국내 가스산업 성장사에 기념비적인 해가 되는 올해는 이 땅에 LNG가 공급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신장세를 이룩한 한국의 도시가스산업은 성장기를 넘어 본격적인 정체기에 돌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가스사업력이 백년이 넘는 일본의 제도와 기술을 벤치마킹하며, 우리의 실정에 적합한 사업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전국 환상망이 완비되면서 전국 보급율과 배관효율 등 일부 지표는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장 성숙기를 경험했지만 여전히 매년 일정분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부터 가스산업 전면 자유화의 시행으로 도시가스사간의 경쟁은 물론 전력회사, 통신사업자, 종합상사 등 다양한 사업자와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가스시장 완전 자유화 이전의 마지막 해이자, 국내 LNG 공급 30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한·일간의 가스산업 전반에 관한 비교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 일본, 대규모 3사 시장점유율 71.5%…한국과 대조
양국의 산업구조는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도시가스사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사업주체와 사업영역이 이원화돼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동경가스 등 대규모 회사들이 도소매를 겸업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등 공영사업자도 소매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사업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동경가스 등 메이저급 4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회사는 우리나라 도시가스회사보다 작은 소규모 회사들로 구성돼 있다.

천연가스의 도입은 동경전력 등 7개사 전력회사가 국내 총 도입량(8890만톤)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가스는 동경가스(약 15% 수준), 오사카가스(약 10% 수준) 외에 도호, 시주오카, 세비브 등이 도입부문에 참여하고 있다.

공급량은 양국 모두 완만한 증가세, 혹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증가율을 보면 한국(2.24%)과 일본(1.7%)의 격차가 거의 없다. 시장규모는 10년 전 1.9배에서 1.7배 수준으로 다소 줄었으나 최근의 공급 패턴을 감안할 경우, 격차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사업개시 연도부터 2013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했지만, 2014년에 처음으로 감소했고, 2016년에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

기업집중도 면에서 일본의 대규모 3사의 시장점유율은 71.5%에 달해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있어 한국과는 대조를 이룬다.

동경가스의 지난해 공급량은 142억㎥에 이르며, 이 수치는 일본 전체시장의 37.7%에 이른다. 오사카가스(87.8억㎥, 23.3%)와 도호가스(39.4억㎥, 10.5%)의 합산 물량보다 많다. 반면 한국 도시가스사업의 CR3는 33.4%에 불과,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기업집중도(concentration index)가 낮아, 시장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된 형태를 띠고 있다.

국내 최대 공급사인 삼천리는 일본 3위인 도호가스 공급량과 비슷한 수준이며, 동경가스와 오사카가스는 각각 삼천리의 약 3.7배, 2.3배의 공급량을 가지고 있다.

용도별 구성비에 있어서는 가정용 우위의 한국에 비해, 일본은 2007년 이후 산업용 구성비를 50% 이상 유지하는 등 산업용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가정용의 최근 10년간 연평균증가율을 보면 한국(-0.004%)과 일본(-0.71%)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업력이 100년이 넘은 일본의 선방이 눈에 띤다. 상자쿡을 이용한 가스건조기, 가스오븐 등 다양한 가스기기의 보급 확대가 지구온난화, 시공과 단열재의 발달 및 에너지절약 등의 가스수요 감소요인을 상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회사는 물론, 소규모회사들로 쇼룸을 운영하면서 각종 가스기기판매 등을 통한 수요촉진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고객 수는 지난해 3000만 가구를 넘어 한국과의 차이가 1000만호가 넘는다. 사업력의 차이는 물론 인구 규모, 우리보다 더 많이 진척된 핵가족화, 도심화, 경제활동 인구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고객 수는 10년 전에 2.3배까지 차이가 났으나, 한국의 최근 10년간 연평균증가율이 4.2%에 달해 격차가 1.68배로 다소 낮아졌다.

한국도 고객 수는 일정기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원룸 등 주거형태의 변화와 청년실업 등 사회적 문제가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 경직된 사업구조…일본, 도시가스 외 매출구성비 커
일본의 가스시장 규모는 공급량 면에서 한국의 약 1.7배로 큰 차이가 없지만 매출액은 매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유는 환율, 도입부문 참여 등 사업구조,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동경가스 등 일본 가스회사는 도시가스 외 사업 매출이 매우 많은 특징이 있다. 이익도 영업잡수익, 부대사업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매출액 추세를 보면, 한국은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2013년 최고치인 22조 4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공급량 감소 및 국제 LNG 도입가 하락의 영향으로 감소세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십 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3.23%를 기록했다.

▲ 한-일 연도별 매출액추이 비교

반면 일본의 매출액 추세는 당해 년도 경영여건에 따라 변화가 많은 특징이 있다. 2003년을 기점으로 매출 증가세가 꺾였다가 이후 반등해 2008년까지 상승, 2009년 이후 등락을 거듭하는 등 불규칙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LNG 도입과 터미널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관계로 LNG 국제시장과 유가·환율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2009년 동유럽 금융위기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엔화가 급등락한 요인이다. 양국의 화폐단위로 계산한 최근 10년의 매출액 연평균증가율은 한국이 3.23%, 일본은 1.90%로 분석된다.

한편 기업의 총체적인 활동성을 보여주는 총자산회전율(Sales/Asset, S/A)을 보면, 한국이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이 최근 10년 평균 1.62회인 반면, 일본은 1.07회에 그친다.

동경, 오사카 및 도호가스는 일본 가스산업의 70% 이상을 점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직접 LNG를 도입하고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련 다각화가 추진 중이다. 기기판매와 수주공사수익 등의 영업잡수익과 전력과 LNG 판매수익 등이 주를 이루는 부대사업수익 등 도시가스 외 사업의 매출 구성비가 25% 이상을 차지한다.

오사카가스의 지난해 도시가스외 수익은 2925억 2500만엔으로, 매출액의 32.2%를 차지한다.

한편, 지난해 결산 결과, 우리나라의 순수가스 매출액 구성비는 98.8%에 달해 일본에 비해 매우 경직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기판매, 수주공사 등의 제한과 타산업 진출이 어려운 규제환경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며, 리스크 극복을 위한 전략적 포트폴리오 방안이 요구된다.

매출액 순이익율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양국 모두 낮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10년 이후 요금규제의 확산으로 전 산업 평균(2015년 5.2%)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평균 2%대 이하로 악화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국제금융위기 당시 최저점을 기록한 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1년 이후는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호전되고 있다. 대형 3사의 2015년과 2016년의 평균 매출액 순이익율은 6.5%에 달한다.

도시가스사 수익성ㆍ지속가능성 일본이 우월
일본, 포트폴리오 25% 부대사업서 수익 창출

◆ 배관효율·종업원 1인당 생산성 등 한국이 ‘우월’ 
배관망 구축현황을 살펴보면, 일본의 총 배관연장은 25만 7407㎞이다. 한국은 가스공사의 전국 환상망(4672㎞)에 연계된 총 4만 1235㎞의 지역배관망을 구축하고 있다.

양국의 전국 보급률이 80% 전후로 비슷하지만 일본의 배관망이 한국의 5.6배나 많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일본의 국토 면적(약 38만㎢)이 우리나라의 약 3.7배에 이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배관 수요가 많다. 두 번째는 주배관의 환상망 설계가 어려운 국토의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보다 많은 지역배관망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관효율은 도시가스산업의 사업성과 측도로 경영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한다. 배관 1㎞(투자비 통상 3억원, 내용연수 20년, 감가상각비 연간 1500만원) 건설에 연간 50~70만㎥(3~4억원)의 가스를 공급한다는 것은 비용과 효용 측면에서 매우 생산적이다.

단위당 사용량이 적은 일본은 한국에 비해 배관효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 2005년 4.8배까지 차이가 났던 배관효율은 2015년 3.7배까지 줄어들었다. 한국의 배관효율은 2012년 67만 7000㎥/㎞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평균 14만㎥/㎞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낮은 효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수요를 개발한 덕분이다. 한국은 시장 정체로 신수요 개발보다는 미공급지역 등 신규 배관투자가 증가해 배관효율이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경영성과 측도인 자기자본수익율은 한국이 6.1%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3%p나 높은 9%대에 이른다. 한국의 도시가스산업은 공익사업 관점에서 규제기관의 요금안정 기조가 강한 반면, 일본은 자유화를 겪은 과정에서 다양한 요금의 설계와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을 꾸준히 창출한 결과로 분석된다.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은 일본에 비해 한국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인당 공급세대와 공급량은 일본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으며, 매출은 2.4배, 순이익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에 비해 일본의 고용인력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오사카가스의 종업원 수(5768명)는 한국의 34개 회사 종업원 수와 거의 같은 수준에 있다. 아웃소싱, 다양한 부대사업 등으로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매출량으로 비교해보면 삼천리, 서울, 경동 및 코원에너지서비스 4개사의 공급량 합계가 약 90억㎥로 오사카가스의 88억㎥ 비슷하다. 4개사의 인력 합계가 1871명인 점을 감안할 때 오사카가스의 인력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일본 가스업계의 고용은 특이점이 발견된다. 과거 일본은 종신고용의 개념이 강했다. 헤이세이 원년(平成 元年) 1989년에 4만 3242명이던 종업원이 1996년 최대 4만 5085명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해마다 감소해 현재는 3만 2000명 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가스산업 자유화가 진행되면서 구조조정이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용 사용량은 일본의 다다미 등 주거형태의 차이로 한국에 비해 사용량이 매우 적은 특징이 있다.

일본 가스회사들은 가구당 사용량 증대 목적으로 바닥난방방식의 장점(건강, 피부, 숙면, 가족관계, 경제성 등)을 홍보하고 있으며, 동경 등 대도시의 고급주택에 바닥 난방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용의 경우, 절대량과 용도별 구성비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으나, 한국의 산업체당 공급량(57만 5000㎥)은 일본에 비해 1.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회사별 생산성을 보면, 한국이 1개 회사당 공급량과 고객 수에서 각각 3.9배, 3.6배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대규모 회사 위주로 시장이 집중돼 있고 지방은 200개가 넘는 소규모 회사가 난립한 결과, 신규, 합병, 분할 등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국은 지역별로 분산된 규모의 34개 사업자로 운영되므로 일정 규모의 사업규모를 갖고 있기 때문에 회사당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오사카가스 부대사업 등

◆ 日 가스사, 120년 넘는 글로벌사로서 끊임없는 자기혁신
지금까지 국내 LNG 공급 30주년을 즈음해 사업력이 100년이 넘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가스산업 현황을 비교함으로써 우리의 산업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데 의의를 뒀다.

약 10년 전에도 비슷한 연구를 한 적이 있지만 일본의 가스산업은 여전히 역동적이며,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외형적인 효율성은 일본에 비해 상당히 우수하지만,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일본이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 순이익율, ROE 등은 무위험이자율 수준이나 인건비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경우, 일본의 수익율은 상당한 수준에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배관관리, 인력운영 등에 효율성을 배가하고 있지만, 물가안정 최우선주의의 요금규제로 인해 무위험이자율보다 못한 수익을 올리는 현행 요금산정방식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가스공사 규모에 근접하는 동경가스 등 대형 3사의 규모와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경쟁에 대비한 한국 가스업계의 과제이기도 하다.

성장성 측면 등은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사업력이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점은 정체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내 도시가스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연 우리도 100년이 넘는 시점에서 동경가스나 오사카가스와 같은 적응기업으로 남을 수 있으며, 그 시점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를 자문해 본다. 연료전지, 소형열병합, 가스냉방, 상자 콕을 이용한 백색가전의 대체 등 가스기기 보급을 위한 노력과 가스사용량 증대를 위한 관련 다각화 등은 수요정체기에 있는 우리가 끊임없이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25% 이상을 부대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해 고정비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분산하는 전략도 충분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스회사의 연결·개별 재무제표의 규모에 별 차이가 없는 점은 관련 다각화가 문어발식 사업확장이 아닌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가스시장 자유화가 진척될 경우, 결합상품이 보편화될 것에 대비한 사업 다각화와 다양한 전략적 제휴도 사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동경가스는 메이지(明治) 18년(1885년)에, 오사카가스는 1897년에 설립된 창립 120년이 넘는 글로벌 회사들이다. 그들이라고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그동안 수많은 혁신과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아직도 낮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9%대의 ROE로 주주 요구수익율을 충족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도시가스산업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의 개발과 효율성이 반영된 수익구조 개선에 관한 연구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 끝으로 이 연구가 국내 LNG 도입 30년 경과 시점에서 우리의 위치를 성찰해 보고, 새로운 30년을 향한 여정에 참고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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