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최근 감사원이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 인력 운용 실태’ 보고서를 발표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용비위를 공개하면서 공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번 공개로 문제가 된 공기업은 한국석유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전력공사, 강원랜드, 대한석탄공사, 한전KPS 등이다.

비교적 가벼운 위반이었던 한전KPS를 제외하면 채용조건을 왜곡해 채용하거나, 친척·인척에게 채용점수를 더 주거나, 심지어는 산업부가 연관된 의혹이 있는 건까지 있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한국석유공사의 채용비위 건이다.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 김정래 사장의 채용비위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해 97.3%의 찬성으로 김 사장 퇴진운동에 들어간 바 있다.

석유공사의 2016년 결산기준 정규직 직원은 1279명이고, 올해 상반기 기준 노조원은 1017명이니 현재 석유공사의 분위기는 대략 짐작이 된다. 하지만 석유공사는 노조가 제기한 채용 비위 의혹에 대해서 ‘노조의 인사권 개입관행’이라며 오히려 노조를 적폐로 지적하고 공사 내부적폐 청산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양대노총에 의해 ‘10대 적폐 공공기관장’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는 등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4일 평택석유비축기지를 방문해 추석을 대비한 ‘안전점검의 날’ 행사를 주관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다음날인 5일 감사원이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 인력 운용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노조가 주장한 김 사장의 채용비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김 사장은 절차상 문제는 있었지만 공사의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절차였다고 기존의 주장을 뒤집었다. 또한 “공사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다시 같은 상황에서 결정한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용비위 건을 어떻게 무마하더라도 노조가 김 사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근거는 부당노동 행위, 인격모독성 막말갑질 등 여럿 남아있다. 김 사장은 산적한 문제 중 책임질 문제는 책임지고, 해명할 문제는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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