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업화시대 유산 마포 '석유비축기지' 도시재생으로 복합문화공간 변신

[에너지신문] 41년 동안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통제됐던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마무리하고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서울시는 2년여에 걸친 공사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인 '문화비축기지' 내부를 24일 사전 공개하고, 각 시설별 문화ㆍ축제 프로그램과 관리방안 등 향후 운영계획을 소개했다.

일반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식개원은 다음달 1일이며, 개원기념 시민축제는 오는 10월 14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문화비축기지는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규모인 면적 14만 22㎡의 부지 가운데에 공연, 장터, 피크닉 같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3만 5212㎡의 열린공간이 자리했다. 또한 그 주변으로 6개의 탱크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산업화시대 유산인 탱크들은 물론 내외장재, 옹벽 등 하나부터 열까지 기존 자원들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방식을 적용했다.

가솔린, 디젤, 벙커C유 같은 유류를 보존하던 기존 탱크들은 최대한 외부 원형을 살려 복합문화공간, 이야기관 같은 복합문화시설로 재생됐다. 뉴욕 애플스토어 같은 유리돔(T1), 기존 탱크의 철재를 모두 제거해 만든 공연장(T2), 마치 숲속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공간(T4)까지, 문화비축기지만의 독특한 공간 특성을 활용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기존 탱크 원형 그대로를 살려 송유관 등 석유비축기지 조성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는 공간(T3)과 1‧2번 탱크에서 걷어낸 철판을 내ㆍ외장재로 재활용하고 조립해 카페, 회의실, 강의실 등을 새롭게 만들어낸 커뮤니티센터(T6)도 눈여겨 볼만하다.

문화비축기지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기지 내 모든 건축물은 지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냉ㆍ난방을 해결한다. 화장실 대소변기와 조경용수는 각각 중수처리시설(30톤)과 빗물저류조(300톤)를 통해 생활하수와 빗물을 재활용한다.

해당 건축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녹색건축인증(한국산업기술인증원) 우수등급과 에너지효율등급(한국건물에너지기술원) 최우수등급으로 예비인증을 받았으며, 준공 이후 본 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다음달 1일 개원 이후부터 연말까지 마을ㆍ문화ㆍ예술ㆍ생태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40개팀을 선정 완료했다. 이 팀들은 3개월간 시민시장, 음악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밖에도 9~10월 두 달간 전시투어ㆍ워크숍을 진행한다. '옛 근로자의 시선으로 보는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비축기지 시절 자료를 전시하고 석유탱크를 관리하던 옛 근로자가 직접 투어도 진행한다.

'매봉산 생태지도 만들기 워크숍'은 문화비축기지 내 녹지와 매봉산 자연생태를 관찰한 후 지도를 만들어보는 행사다.

고인석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재생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철저히 통제되던 산업화시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드릴 것”이라며 “문화비축기지가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명소로 기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문화비축기지는 쓰임을 다한 산업화시대 유산을 역사와 문화의 숨결은 보존하면서 새로운 쓰임으로 전환하는 도시재생의 대표모델이자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41년간 시민과 단절됐던 공간이 문화공원으로 다시 태어남으로써 사람이 모이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지난 1973년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1차 석유파동(Oil Shock)에 국내 경기가 위기를 맞자 유사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위해 시가 국고보조금으로 1976년부터 1978년까지 건설했다. 건설 당시부터 1급 보안시설로 지정돼 일반인의 접근이 철저히 통제됐지만 ‘2002 한일 월드컵’ 개최를 위해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위험시설로 분류돼 2000년 11월 폐쇄됐다. 이후 일부 부지만이 임시주차장으로 사용되면서 10년 넘게 사실상 버려지고 방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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