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에너지신문] 사회학자들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인 동시에 우선 해결과제로 양극화(polarization) 문제를 든다. 지역과 계층 등 사회전반에 걸친 양극화는 갈등과 대립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택지개발지구의 도시가스 간선시설도 형태에 걸맞지 않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주택단지의 기간시설인 간선시설 설치비용과 관련,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LH는 시설분담금 납부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인천청라지구 판결(대판 2013다215690, 2015. 6.24)에서 LH와 같은 택지개발사업자도 도시가스의 공급을 요청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판결에도 불구하고 LH는 주택법 제2조에 따라 주택공급, 대지조성 사업시 가스사업자가 가스공급시설 설치의무를 갖고, 설치비용도 부담해야하며, 도시가스사업법과 주택법이 상충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도시가스사업자는 경제성 미달 택지개발지구에 한해 택지개발사업자는 도법에 따라 산정된 시설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도 두 법이 규율하는 대상과 입법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법률상충 문제는 없다고 봤다.

그렇다면 왜 양극화가 거론되는가? 대법원 판결 이후, 경북 진량선화지구(대구도시공사), 대구 경산중산지구(중산도시개발), 서울 항동지구(SH공사) 등 전국 대부분의 택지개발사업자는 시설분담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대구 국가산단 일부, 강원 우두지구, 청주 동남지구 등 LH가 개발사업자로 참여하는 택지개발지구는 시설분담금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공사, 조합 등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시설분담금을 납부한다. 반면 자산 172조원, 매출 23조원에 당기순익 2조 2000억원(2016년)의 거대 공기업이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계속 쟁송을 남발한다면, LH는 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대구 국가산단의 예를 보면 실소를 금치 못한다. 동 개발지구는 LH가 75%, 대구도시공사가 25%의 지분을 갖고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동일한 택지 내, LH 자산규모의 1/172에 불과한 대구도시공사 측 택지는 배관공사가 진행(시설분담금 납부)되는 반면, LH측은 분담금 분쟁으로 착공이 지연돼 민원이 제기된 사례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현장 실사 및 중재로 LH측은 비용을 납부하면서도, 공사비 명목으로 납부한다는 단서를 달아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되고 있다.

경북도청 이전 신도시의 경우는 자원배분의 왜곡과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양극화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된다. 특정 택지개발지구에 대규모 재원을 투자할 경우, 미공급지역 등 타지역에 대한 투자 제약으로 지역 간 균형발전 저해가 불가피하다.

택지개발사업자가 시설분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 판결의 존중 △개발사업자가 편익을 향유하는 만큼 수익자부담원칙에 맞는 비용분담 △해외사례 △자원배분의 왜곡 등 소규모 에너지공급사와 해당지역 발전에 부정적 영향 △국내 최대 공기업의 위상에 맞는 역할 등으로 정리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의 주택·건축 관련법의 간선시설을 살펴보면, 대부분 가스공급시설은 간선시설 범위에는 포함되나, 시설설치의무는 부과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아일랜드 등 가스공급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국가에서도 설치의무 및 관련비용은 택지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택지조성원가의 0%대에 불과한 조족지혈(鳥足之血)의 시설분담금을 분양가 상승을 이유로 내세우는 구상유취(口尙乳臭)한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명품 택지를 조성한다는 슬로건과 172조원의 자산 규모, 국내 최대 공기업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다시 한 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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