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원 (주)로텍 관리부 부장

[에너지신문] 최근 국회 법안소위는 35년 동안 묶여 있던 LPG 차량에 대한 규제가 5인승 RV까지 허용된 뒤 단계적으로 규제 완화의 폭을 확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산업통상자원부의 LPG 규제 완화 내용을 보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LPG차량을 법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를 LPG 차량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고, 경찰차에도 LPG를 적용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유럽에서는 LPG차량의 친환경성을 인정해 LPG차량을 차량 2부제에서 제외하고 각종 세제 및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한 통행료를 면제해 주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도 LPG차량의 비중을 증가시키고 있고, 인도는 인도의 발이라고까지 불리는 삼륜차의 LPG차량 개조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듯 해외에서 LPG차량의 확대를 오래 전부터 추진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35년간 LPG 차가 규제를 받아 온 것이다.

산업부는 LPG연료 사용제한 규제를 RV 이상으로 풀 경우 수요가 크게 늘어 도입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완화범위를 RV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향후 2년 동안 LPG 수급과 가격 상승 등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다시 논의해 단계적으로 LPG 차량에 대한 규제 완화 폭을 조절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LPG업계는 LPG차량 규제가 완전히 철폐돼도 연료 수급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LPG 가격 또한 국내 수요변화보다 국제 유가 변동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현재 시중에는 LPG를 연료로 하는 5인승 RV가 단 한 종류도 없다. 튜닝업체들도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RV차량은 LPG연료로 전환할 수 있지만 디젤엔진 차량의 경우 LPG연료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앞으로 2년 동안의 차량용 LPG연료에 대한 수급과 가격 변화 데이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LPG차량 규제 완화를 2년 뒤로 연기한 것과 같은 것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LPG연료 5인승 RV가 출시될 때까지 2년, 전용 엔진 개발은 4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튜닝업체에 대해서도 LPG튜닝에 따른 현실적 문제점 등 어떠한 것도 고려되지 않고 있어 결국 이번 LPG차량 규제 완화가 국민에게 가져다주는 혜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산업부는 국민을 조삼모사로 기만하고 있다.

경유차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연비 절감 효과 때문이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2000cc 이하 승용차의 판매 대수가 90만대가 넘었다. 2000cc 이하 승용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년층이거나 서민일 것이다. LPG 규제가 철폐되거나 최소한 2000cc 이하 승용차로 완화가 되더라도 90만 명 이상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경유차가 연비 절감으로 인기를 끌었듯 상당수의 서민과 청년들은 연비 절감을 위해 LPG 차량을 구매 또는 개조해서 운행할 것이다.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층이나 서민들의 선택권을 제한해서 청년층과 서민들의 LPG 차량 규제폐지 및 완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는 이러한 행위는 그들에게 헬조선, 탈조선을 상기시키는 일이다. 이제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할 때다. 

환경부와 공정위,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LPG 규제 폐지를 찬성하는데 산업부만 설득력이 하나도 없는 이유를 들어 폐지를 미루고 있다. 산업부가 정유업계의 눈치 보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LPG는 친환경 연료이자 서민 연료이다. 현 대통령은 친환경, 서민 대통령이라고 불린다. 그런 만큼 이제 대통령이 환경과 서민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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