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에너지신문] 전세난으로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과 대도시에 맞닿아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개발되고 있는 택지개발지구는 언제 입주가 시작될지, 을씨년스럽다.

일반적으로 택지개발사업은 대규모, 장기간, 대규모 투자, 선 인프라 구축 후 입주, 경기변동에 따른 입주시기의 분산 등 다양한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은 특수성으로 인해 지정권자는 택지지구개발에 관한 전권을 LH(토지주택공사) 등 택지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택지개발사업자는 토지수용 등의 과정을 거쳐 저렴한 택지를 선별·개발한 후 일정 수익을 더해 분양함으로써 택지개발로 인한 실질적 수혜는 택지개발사업자에게 귀속된다.

현행 주택법 제23조는 택지개발에 필요한 전력, 가스 등 간선시설설치비용을 공급자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반면 도시가스사업법 제19조는 도시가스사업자에게 공급의무는 부과하되, 제19조의2에서 가스공급시설 설치비용은 도시가스 공급을 요청하는 자에게 분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용분담에 관한 분쟁이 확산돼 국가 경제적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택지개발지구에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전력, 수도, 통신시설 등은 대체재가 없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에 해당한다. 그러나 도시가스는 전력, LPG, 지역난방, 유류 등 다양한 대체재가 존재하며, 소비자잉여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하는 재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지개발사업자들은 간선시설의 설치의무가 에너지 공급사에 있다고 주장하며, 간선시설 설치에 소요되는 시설분담금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도시가스(승소)와 LH간의 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13년 10월 17일 판결선고를 통해 ‘주택법 제23조는 가스공급자와 사용자 사이의 규율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가스사업법과는 그 규율대상과 입법취지를 달리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도시가스사업법에 근거한 시설분담금 부과는 정당하며, 택지개발자(LH)도 가스공급을 요청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의미의 판결이다.

이에 따라 LH의 간선시설 설치비용 부담에 대한 거부는 부당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1차적으로 택지개발사업으로 인한 수익은 개발사업자에게 귀속되므로 당연히 개발에 필요한 투자는 개발사업자가 부담함이 당연하다. 개발 수익은 개발사업자가 가지면서, 개발에 필요한 투자는 타사업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도덕적 해이이다. 도시가스요금 산정기준(총괄원가주의)상, 해당 택지지구 입주자를 위한 과도한 투자는 선량한 불특정다수의 요금에 전가되므로 수익자부담원칙에 정면 배치된다.

둘째, 173조원의 자산규모를 가진 거대 공기업인 LH가 택지개발지구의 기본시설 설치비용을 민간기업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LH의 경우 가스간선시설 설치비용이 택지개발사업비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나, 가스공급시설이 빠지면 전력이나 통신도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우려해 시설분담금 분담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LH는 택지조성 단계에서 도로포장 전에 도시가스 배관매설을 강요하고 있다. 도시가스사는 입주 시기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포장 후 재굴착에 따른 부담으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배관을 매설하고 있다. 갑의 횡포가 따로 없다.

셋째, 최근 LH의 영업이익은 민간기업을 크게 앞서고 있다. 연간 1조원대의 영업이익이나 7%의 영업이익율을 거둘 수 있었던 근간은 결국 싼 값에 택지를 조성해 비싼 값에 판 결과일 것이다.

택지조성 단가에 극히 미미한 영향을 미치는 가스간선시설 설치비 부담은 결국 분양원가로 회수되는 만큼 분양원가 상승에 따른 LH의 경영악화 주장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양질의 택지를 공급하는 것이 LH의 경영방침이라면, 최소한의 기본시설은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

전국 100여개 이상의 택지개발지구에서 도시가스 간선시설의 설치가 지연되고 있다. 수익자부담원칙과 형평성 측면을 고려할 때 택지개발지구의 가스간선시설 설치비용은 수익을 향유하는 택지개발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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