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된 원전 건설을 대통령의 선언 하나로 백지화시키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제왕적 조치’와 다를 것이 없다.”

최근 전국 60개 대학 전임교수 417인은 이같은 내용의 다소 강한 어조가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제고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이전 정권에서 시민환경단체가 정부를 향해 외쳤던 탈핵 요구를 떠올려 보면 불과 몇 개월 만에 놀라울 만큼 상황이 뒤바뀌어 버렸다.

전국적으로 400명이 넘는 교수들이 성명서에 서명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 이들은 원전의 기술적 부분 및 에너지믹스에 대해 적어도 일반 국민들보다는 전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모두가 원전이 위험함에도 불구, 이를 숨기고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중단하고 시민배심원단을 통해 건설 여부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공론화는 형식적인 것이고, 이미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취소를 전제로 한 듯하다. 이는 결국 전문가집단인 학계의 반발을 불러오게 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여유가 없어 보인다. 여유가 없기에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없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 정부는 집권 이후 정치, 사회, 외교, 인사 등 모든 분야에서 이전 정권과는 크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치 성향이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전 정권이 실패했던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부지런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급히 가려 한다. 어차피 ‘국가에너지 대전환’은 현 정권 임기 내에 마무리할 수 없는 거대한 작업이다.

그렇다면 그 기초를 제대로 닦는데 집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한편 시간과 인내심을 갖고 공론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갈등과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결국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는 스스로 정의라고 생각하기 전에 과연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좀 더 천천히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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