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개선사업 현장을 찾아서…강원도 화천군

[에너지신문] 강원도 강릉 ‘소금강 장천마을’, 횡성 ‘에덴의 꿀벌학교’, 전북 임실 ‘치즈마을’, 경기도 연천군 ‘푸르네 마을’ 등 최근 슬로시티 열풍과 함께 농어촌 지역이 새로운 관광지나 체험마을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 농어촌 지역은 여전히 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는 에너지 산업과 시설은 더욱 그렇다.

이러한 차이를 개선하고, 관련 시설에서의 가스사고를 줄기 위해 2011년부터 시작된 사업이 바로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이다. 비록 올해는 정부의 지원예산 축소로 그 규모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관련사업에 대한 현장과 지자체의 관심과 응원은 여전하다.



LPG 배관망사업 확대, 에너지 소외계층 격차 커질 듯

에너지 소외지역 위한 농어촌 시설개선사업 전환 필요

▲ "어르신 가스시설을 사용하시는데는 불편함이 없나요?" 농어촌 등 LPG 취약시설의 개선을 위해 진행중인 정부의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은 가스사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LPG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이제 안정기 접어든 시설개선사업

이른 여름 날씨가 시작된 5월 31일 이른 아침, 올해도 어김없이 서민층 LP가스시설개선사업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출장을 나섰다.

2013년 이 사업의 시발점으로 평가되는 전북 전주 지역을 시작으로, 2014년 경북 영주와 의성, 2015년 경북 포항과 경주, 2016년 전남 목포와 신안군을 둘러 봤고, 올해는 강원도 화천지역을 방문지로 잡았다. 매년 시공 현장을 방문해 사업자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아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이미 시설개선을 마치고, 시설을 1년 이상 사용 중인 세대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가스시설 교체한 것 잘 쓰시고 계시는지 잠시 보러왔습니다.”

관상용 양귀비꽃이 한창인 마을에는 고령의 어르신들만이 거주하는 집들이 대부분 이었고, 일대 여러 집들이 지난해 시설개선을 마친 상태였다.

▲ 지난해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개선된 LPG사용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지역본부 이성희 부장.

“아이고 감사해라. 덕분에 잘 쓰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가스시설을 안전하게 고쳐준다니 좋지~.”

마침 찾아간 인근 시설개선대상 세대들은 대부분 노인들만이 거주하는 집들이었고, 지난해 시설개선을 마친 시설들이었다. 시설개선을 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설들은 일부 용기를 보관하는 장소가 평평하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고 전도방지를 위한 사슬, 차광막, 배관의 도색상태 등 모두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르신 차양막 위에 이렇게 물건을 올려두시면, 차광막이 내려앉아서 안돼요.”

“어~ 알았어. 거~ 온 김에 우리집에도 가스밸브 바꿔주고가~.”

대부분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농촌에서는 집밖에 있는 가스시설을 금속배관으로 고쳐주는 것보다 자동으로 가스를 잠궈주는 타이머 콕을 더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네. 알겠습니다. 사업자에게 이야기해서 달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까지 지난 6년간,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산업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노후한 LPG호스 시설을 보다 안전한 금속배관시설로 교체한 세대수는 약 49만 8000여 가구에 달한다. 올해도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에 예산 118억 9205만원을 투입해 전국 총 4만 8861가구가 개선된다. 비록 정부의 갑작스런 예산 축소로 인해 지난해 9만 4436가구, 221억원의 사업비와 비교하면 사업규모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사업에 대한 현장에서의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정부가 돈을 들여 가스시설을 무료로 바꿔주는데,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어르신들은 당장 호스로 사용하던 가스시설을 금속배관으로 교체해 주는 것 보다는 가스밸브에 타이머 콕을 설치해 주는 것을 더욱 좋아합니다.”

▲ 화천군 지역경제과 김현일 과정(가운데)과 이기진 팀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이성희 부장이 현장에서 진행중인 시설개선사업에 대한 현황과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현장 방문에 앞서 사업진행 현황을 듣기 위해 찾은 화천군 지역경제과.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현일 과장과 시설개선사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기진 팀장(LPG배관망 T/F팀장)은 시설개선사업에 대한 주민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과장은 현재 지역경제과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팀장은 시설개선사업과 함께 올해부터 공사에 들어간 LPG배관망사업을 총괄하고 있었다.

“안전기기인 가스타이머 콕은 가스를 사용하면서 직접 만지고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가스불을 자주 깜박하시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관적으로나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기존 노후 가스시설을 금속배관으로 교체해주는 쪽이 실질적인 LPG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사업과 관련해 시설개선 대상시설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정확히 대상을 발굴하기 위해 군차원에서 다양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강원도 내 18개 시군에서 시설개선 혜택을 받은 시설은 총 4만 7106세대였다. 강원도는 2011년 9292개소를 시작으로 2012년 8006개소, 2013년 6780개소, 2014년 7256개소, 2015년 7688개소, 2016년 8084개소를 개선했고 올해는 정부의 예산 축소로 인해 지난해 절반 수준인 3777개소를 개선할 예정이다. 이중 화천군은 지난 6년간 1924개소를 개선했고, 올해는 군단위 배관망 사업과 함께 서민층 LPG시설개선사업을 통해 72개소를 개선할 계획이다.

화천군 내 중심지는 대부분 군단위 배관망사업을 통해 개선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외곽지역의 가스시설은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 화천군에서 서민층 LP가스 시설개선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지역경제과 이기진 팀장(LPG배관망 T/F팀장)

“정부의 예산 축소와 올해부터 시작되는 군단위 배관망 사업의 영향으로 올해는 72개소를 대상시설로 잡았는데, 최근 주민생활지원과의 협조를 얻어 대상자를 파악한 결과 1100여개소의 새로운 대상시설이 발굴 됐습니다.”

이기진 팀장은 지난해까지 대상자들의 거의 대부분을 파악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시 조사해 보니 새로운 대상이 계속 발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관련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시설개선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역시 대상자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설개선사업은 중앙 정부의 경우 산업부가, 군내에서는 지역경제과가 담당하고 있지만 대상자인 저소득층에 대한 관리의 경우 중앙부처에서는 복지부가, 군내에서는 주민생활지원과가 담당하다 보니 사실상 원활한 협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협조체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군내에서도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부서별로 진행되는 일이 많고, 담당 업무가 아니다 보니 실질적인 협조가 이뤄지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는 화천군의 경우 최근 현장을 다니는 생활지도사 등을 통해 실질적인 대상자를 파악하는 등 새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업무의 탄력성을 가지고, 현장에서 시공자들이 시설개선사업을 진행하던 중 대상시설을 발견할 경우 시설개선을 진행하는 등 본래의 목적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결국은 홍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기진 팀장은 현재 사업을 진행하는 주체측은 충분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막상 대상자들까지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관련사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서민층 사업이 시작된 지도 벌써 7년째다 보니, 기존 대상자가 인근지역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나 새로 대상자에 편입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유동층으로 인한 미개선 대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 핸들을 고정하는 나사가 이탈돼 철사를 감아, 사용하고 있었던 가스밸브.

“농촌지역에서 생활적인 여력이 되는 세대들은 이미 새로 집을 짓거나 집에 대한 리모델링을 하면서 가스시설을 개선한 경우가 대다수이며, 결국 현재 남은 곳은 경제력에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형편이 비슷한 대상자들”이라며 “정부가 관련사업을 확대해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소외된 농어촌 지역 전체를 금속배관으로 개선하는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기진 팀장은 자신이 관련 업무를 맡았던 2015년 가스시설 금속배관 의무화가 도래했는데, 미개선 대상이 많아 현재 5년이 유예된 상태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2020년에도 여전히 많은 시설들이 법 위반시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관청 입장에서 제도에 따라 관련시설 개선을 강하게 계도해야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중인 LPG시설을 모두 금속배관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다 특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개선시설에 대한 과태료 등의 처벌규정이 있지만 행정처벌은 사고를 예방하고, 계도하기 위한 것이지 과태료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대로라면 결국 다가올 2020년에도 또다시 법의 유예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1년 기초생활수급자를 시작으로 차상위 계층과 중증장애인, 소년소녀가장세대 그리고 노령연금수혜 대상으로까지 개선 대상을 확대한 만큼 금속배관 의무화 시기의 도래에 앞서 에너지복지와 관련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관련사업을 농어촌가스시설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벌써 13년을 훌쩍 넘은 94년 생산된 조정기. 조정기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권장사용기간 5년을 준수해야 하지만 아직도 서민층 LP가스 시설개선 현장에는 이처럼 열악한 사용시설들이 여전히 다수 발견되고 있다.

군단위 배관망·시설개선 사업 ‘양대 축’

대상 제외 사용자, 개선 유도 고민 필요
 


LPG시설개선 이끄는 양대 축

오랫동안 소외돼 왔던 LPG사용자들에 대한 정부의 양대 지원사업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마을단위 배관망 사업의 성공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새로 시작된 군단위 배관망사업과 가스안전공사를 중심으로 소외계층의 가스시설을 무료로 개선해주는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이 바로 그 양대 축이다.

군단위 배관망사업은 LPG시설을 기반으로 도시가스와 동등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 지역에 배관망을 구축해 저렴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방식으로 LPG를 공급하는 새로운 에너지정책 프로젝트다.

▲ 시설개선사업과 함께 가스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보급중인 타이머 콕. 사실 대다수 어르신들은 가스시설을 금속배관으로 교체하는 것 보다, 과열사고를 예방해 주는 타이머 콕을 설치해 주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이미 마을 단위배관망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는 군 단위 배관망사업으로 그 규모가 커져 단계적으로는 오는 2020년까지 모두 2400억 원을 투입해 천연가스 공급이 어려운 12개 군을 대상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각 사업에는 지역별로 2개년에 걸쳐 약 2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국비 50%와 지방비 40%, 지역주민이 개선비용의 10%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지난해 시범사업 지역으로는 화천ㆍ청송ㆍ장수군이 대상지역으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신규 사업대상지로 강원도 인제와 양구ㆍ경북 영양군이 선정된 상태다. 현재 강원도 화천과 청송ㆍ장수군의 경우 내관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2011년 LPG를 사용하는 소외계층의 사고예방을 위해 시작된 서민층 시설개선사업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지난달 23개 중앙부처가 추진해온 296개 재난안전사업에 대한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산업부와 가스안전공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은 2016년까지 약 880억원을 투입해 49만 8000가구의 시설을 개선했다. 독거노인과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LPG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함으로써 2010년 41건이었던 LPG주택사고가 2016년 27건으로 34%나 줄이는 가시적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 여전히 LPG 사용자들에 대한 숙제는 남아있다. 오는 2020년 벌써 3번째 유예된 금속배관 사용의무화가 도래하게 된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마을단위 배관망사업과 군단위 배관망사업 그리고 서민층 시설개선사업을 통해 앞으로 상당수의 LPG시설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앞으로 그 대상에서 제외된 사용자들과 그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노후한 LPG 호스시설을 보다 안전한 시설로 개선을 유도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심도깊은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