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VISION 2030 주도한 빈살만 왕자, 차기 왕으로 유력

[에너지신문]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왕위 계승서열 2위였던 모하메드 빈살만 왕자가 제1왕위 계승자에 책봉됐다. 살만 국왕이 82세의 고령인 탓에 여론의 주목은 빈살만 왕자에게 크게 쏠리고 있다.

모하메드 빈살만 왕자는 살만 사우디 현 국왕의 친아들로, 경제ㆍ개발위원회 위원장과 국방장관직을 겸하고 있다. 특히 경제ㆍ개발위원장으로서 사우디의 차세대 개혁 청사진인 ‘사우디 VISION 2030’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우디 VISION 2030이란

‘사우디 VISION 2030’은 계속되는 유가하락을 계기로 사우디가 탈석유ㆍ산업다각화를 위해 내놓은 에너지 다원화 정책이다.

빈살만 왕자는 원유에만 의존하는 사우디를 변혁하기 위해 ‘VISION 2030’를 발표하며 “사우디는 석유가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막대한 국부펀드를 활용해 국내외 집중투자를 통해 조선ㆍ자동차ㆍ석유화학ㆍ신재생ㆍ방산 등 신성장동력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반조성을 위해 사우디는 2018년중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지분 5%를 기업공개해 1000억불(110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알 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VISION2030 협력방안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월 주형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알-팔리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사우디 VISION 2030’ 협력 방안을 논의해 소정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사우디 VISION 2030’ 실현을 위한 5대 전략적 협력국가로 선정된 한국은,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경제발전계획 실행경험이 부족한 사우디의 가시적 성과창출을 위해 한국 정부 및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경험ㆍ기술 및 노하우 등의 공유를 하기로 했다.

주형환 장관과 알-팔리 장관은 장관회담에서 사우디 산업다각화와 일자리 창출 기여도, 한국의 비교우위, 협력의사 등을 고려한 조선ㆍ자동차ㆍ신재생ㆍ방산ㆍ석유화학ㆍ노후발전 성능재선ㆍ담수화 설비 등 7개 B2B 프로젝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을 같이했다. 또한 한-사우디 협력의 일환으로 장관급 실무협의체 'VISION 2030 Joint Group'을 신설키로 합의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메카, 사우디

최근 사우디 정부는 광물자원에너지부 산하에 '재생에너지 개발처'(REPDO; Renewable Energy Project Development Office)를 신설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주재한 리야드 무역관이 지난 5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개발처는 700MW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기업들의 입찰을 받았다. 사전심사를 통과한 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과 한화큐셀도 끼어있다. 한국전력은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Managing Member이며, 한화큐셀은 태양광발전의 Technical member로서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사우디 투자청은 7월 중으로 낙찰자를 발표해 9월 계약체결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전력은 사우디 전력공사(SEC)의 자회사인 프린시펄 바이어(Principal Buyer)가 구매할 예정이다.

이처럼 사우디는 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 VISION 2030' 계획에 따르면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9.5GW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사우디 내에서 가동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시설이 생산하는 전력은 17MW에 불과하며, 2년 내에 125MW 규모로 증산할 예정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사우디 정부에 2030년까지 43.6GW 생산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4월 1050MW급 와디샤말(Wadi Al-Shamal: WAS) 발전소 건설에 50MW 태양광이 결합된 복합프로젝트가 발주된 바 있으며, 사우디 전력청은 두바(Dhuba) 600MW급 가스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50MW급 태양광 발전소를 결합해 발주했다. 현재 발주될 예정인 Taiba 3600W급 복합화력발전소도 천연가스 화력발전과 태양광 180MW 결합해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사우디는 연 2.7% 이상의 인구증가와 생활수준 향상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연 10%씩 증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0년 전력 사용규모는, 2007년도 전력사용규모인 35GW/h의 두 배 이상인 75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우디는 5~9월 정오에서 낮 오후 4시 사이의 낮시간은 통상 5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고온이 지속돼 에어컨 사용량이 절정을 이루기 때문에, 전력시설 증설은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됐다. 사우디의 전력소비는 혹서기 냉방을 위한 목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일반적인 전력수요와 최대전력 사용치 간의 격차가 56%에 이른다. 일반수요와 최대전력 사용치 사이의 격차가 30% 내외인 여타 국가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국내 공급을 위해 이번달 대(對)아시아 원유 수출량을 지난달 대비 약 35만배럴 축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우디는 효과적인 대규모 전기저장시설 건설 및 태양광 발전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계속해서 강구하고 있다.

▲ 사우디 일사량.

사우디와 같은 중동 국가들은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조건을 보유하고 있어 398㎢의 면적으로 사우디 전력수요인 65G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향후 에너지수급 문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또한 고온과 청명한 날씨 등으로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생산에 천혜의 조건을 지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오일프라이스는 지난 1월 "중동은 저렴한 태양광 에너지 가격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며 "이것은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전력원이 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사우디 빈살만 왕자는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다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 와중에 일어난 빈살만 왕자의 제1왕위 계승자 책봉, 사우디 내부에서도 커다란 파장이 일겠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업계도 그 파장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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