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 PDH 공장 신설로 LPG 수요 증가 견인
LS네트웍스 800억 적자…E1, 역경극복 가능할까

[에너지신문] LPG시장은 2011년부터 수송용 LPG 수요의 감소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유는 명백하다. 유가의 하향 안정화 추세와 내연기관 발전으로 인한 연비 효율성 증가, 차량 동력원의 다변화로 LPG자동차의 장점이 점차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는 유독 SK가스만이 호황을 맞아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SK가스의 호황이 있게 한 사업다변화 전략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맞수로 거론되는 E1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알아본다.

■ 1년 만에 실적 두 배 달성한 SK가스

SK가스는 석유화학용 LPG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가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804억원, 당기순이익 188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935억 2200만원이었던 2015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실적이다. 당기 순이익 역시 2015년 당시 732억 32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두 배 이상의 순이익을 거뒀다.

SK가스의 영업이익은 과거 2008년을 기점으로 모두 불안정한 상태에 들어간 바 있다. 2015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014년 대비 34%나 급락한 모습을 보였기에 이 실적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014년 영업이익은 1203억 1500만원, 순이익은 991억 600만원이었다.

SK가스의의 수익성 개선 비결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SK가스의 주력 사업인 가스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328억원이었다. 이는 전년대비 54.6%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비주력 사업인 부동산개발업 등의 사업부 영업이익은 다섯배가 넘게 늘었다. 이들 사업부 영업이익 비중은 전년대비 18.5% 늘어난 26.5%다.

■ SK가스, 시장점유율 44.3%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PG 판매량은 930만 7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석유화학용 LPG판매 비중은 2015년 22.6%에서 지난해 35.3%로 12.7%p 늘었다.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데에는 통상적으로 납사가 사용되지만 대체연료인 LPG가 지난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 중 지난해 국내 LPG시장 점유율은 SK가스가 2015년보다 8.7% 높아진 391만 7000톤을 팔아 44.3%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반면 업계 2위인 E1의 경우 지난해 214만 8000톤을 판매해 시장점유율 24.3%를 차지했으나 2015년 185만 3000톤을 판매해 24.6%의 점유율을 보였던 2015년에 비해 축소된 모습을 보였다.

GS칼텍스도 2015년 14.5%를 차지하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11.1%로 떨어진 모습을 보였으며, SK에너지는 2015년 시장점유율 11.5%를 차지했으나 지난해 8.8%까지 떨어졌다. S-OIL 역시 2015년 7.6%의 시장점유율에서 지난해 6.7%까지 떨어졌다.

LPG팀을 아예 해체한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2015년 3.9%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2.9%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 PDH 공장이 1등 공신

이런 분위기 반전의 계기 역시 사업 다각화였다. SK가스는 매출 절반을 기대던 수송용 LPG에서 석유화학용 LPG로 눈을 돌렸다. SK가스는 지난해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 기업인 APC와 쿠웨이트 석융석유화학 회사인 PIC. 양사와 합작해 울산에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의 프로판 탈수소화(PDH) 공장을 설립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연간 70만톤의 LPG를 연료로 60만톤의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다.

SK가스는 이 공장에 LPG를 공급하는 한편 효성과 태광산업의 PDH 공장에도 판매했다.

LPG의 소비자를 찾아가는 전략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직접 소비자가 돼 신산업 육성의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SK가스는 셰일가스 붐 이후 석유화학용 원료로서 LPG의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SK가스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던 중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셰일가스에 주목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셰일가스 개발로 LPG 생산량 증가와 파나마 운하 개통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제 LPG 가격 또한 안정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SK가스는 여기에서 LPG를 연료가 아닌 원료로서의 가치를 찾아냈다.

프로판은 납사의 대체품으로 소비된다. 납사는 원유 가격을 기반으로 하지만 LPG 가격이 하락해 납사와 가격차가 생긴다면 LPG는 석유화학용 원료로서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런 투자 계획을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된 울산 PDH 공장은 2년여의 건설기간을 거쳐 완성됐다. 지난해 3월 상업가동을 개시한 이래 현재는 100% 가동율을 보이며 국내외 업체에 프로필렌을 공급 중이다.

SK가스는 석화용 연료로서의 LPG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한 싱가폴 정부의 지원을 통해 싱가폴에도 LPG터미널을 준공했다.

또한 SK가스의 수입기지 위치가 신사업 진출에 힘을 더했다. SK가스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가 밀집한 울산에 세계 최대 암 터널식 LPG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저장시설의 용량은 27만톤에 이른다.

울산항이 밀접해 있어 주요 인프라 사용이 용이하고 수소ㆍ스팀 등 부산물을 주변 석유화학 업체들에 공급하는 등 구조적으로 최적의 환경을 가진 입지다. 국내 유일의 상업용 프로필렌 생산 공장이라는 점 역시 경쟁력이 높다.

한편 동남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수요가 늘면서 SK가스의 해외실적도 개선됐다. 특히 동남아 신흥국들은 가스연료사용이 많아 산업용과 가정용 수요가 모두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해외 LPG수요는 2015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 E1, 뛰어오를 수 있을까?

반면 SK가스와 더불어 양대LPG 수입사로 불리는 E1은 우울하다. E1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10억 8786만원을 기록해 2015년보다 65%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3조 9959억원으로 13.4%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387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는 E1이 2007년 인수한 LS네트웍스의 부진한 실적이 반영된 것이 가장 크다. LS네트웍스의 E1 지분은 81%인데 지난해 LS네트웍스에서 8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전반적인 수송용 LPG 수요 감소도 악영향을 끼쳤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수송용 LPG 판매 비중은 2015년 47.7%에서 지난해 37.4%로 10.3%p 감소했다. 국내 LPG 차량이 2012년 243만대에서 지난해 218만대로 10% 감소하는 등 수송용 LPG 업계의 축소가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SK가스는 산업용 LPG 판매로 이 문제를 이겨낼 수 있었고, 정유 4사들에게 LPG 판매는 부업에 불과하지만 주요 매출을 수송용 LPG에 의존하고 있는 E1은 다르다.

이런 위기 속에서 최근 주주총회를 맞은 구자용 E1 회장은 유동성 확보와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구조조정 지속적 시행 △해외지사들을 거점으로 구매처 다변화로 원가경쟁력 확보 △일본 민 중국의 기존 거래선과 비즈니스 확대 △LPG 내수시장 판매증진을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 활동 및 산업체 연료의 LPG 전환 등 신사업 기회의 지속적인 모색 △정부의 에너지 세제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등을 방침으로 내세웠다.

끝으로 신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LPG 수요 증대가 예상되는 아시아 개도국 시장을 개발하고, 북미지역 셰일가스 사업 확장 기회도 적극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E1은 SK가스에게 뒤처져 있다. 점유율만 따진다면 SK가스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가스가 바로 전 해인 2015년까지 힘을 비축하고 있었던 것처럼, E1도 커다랗게 도약하기 직전까지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희망적인 관측을 내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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