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에너지신문] 새 정부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인 우리나라의 기존 에너지 믹스를 개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석탄이나 원자력을 천연가스나 신재생으로 대체할 때 실질적인 요금인상이 없다는, 일부 타당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석탄화력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 환경침해, 원자력의 안전성 및 송전망을 포함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석탄이나 원자력의 비용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천연가스나 신재생과 별 차이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 즉 외부효과라는 것은 모두 양면적인 특성이 있다. 석탄이나 원자력은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창출, 저렴한 요금으로 인한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 등 상당한 긍정적 효과도 갖고 있다.

최신 석탄발전은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상당히 감축시키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미국은 석탄발전에서 배출된 탄소를 지하에 매장하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천연가스보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에너지이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면 원자력을 주장하는 것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신재생은 사회적 비용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처럼 국토가 적은 나라에서 원자력이나 석탄발전을 대체할 정도의 신재생발전이 가능하려면 농토나 산림을 파괴해야 한다.

또한 태양광의 반사광, 풍력의 소음, 신재생의 태생적 한계인 간헐성으로 인한 백업발전 비용 등 신재생의 외부효과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에너지 비용을 살펴보자. 2016년 한해의 전체 전력거래량이 509TWh인데 그 중 석탄이 206TWh였다. 약 40%를 석탄발전이 차지하고 있으며, 가동 정지되는 8개의 석탄발전이 약 20TWh로 전체 전력거래량의 4%, 석탄발전 거래량의 10%를 차지한다.

2016년 석탄발전과 천연가스발전의 발전단가는 kWh당 40.85원과 80.22원으로 kWh당 39.37원, 약 2배의 차이가 난다.

내년부터 10개의 석탄발전을 4개월간 중단하고 이를 신재생으로 대체하는 경우의 발전단가 차이를 보자. 2016년 10개 석탄발전의 평균 발전단가는 kWh당 42원인 반면, 신재생은 전력거래소 가격 88원과 신재생인증으로 인한 보조금 140원 kWh당 합계 228원으로 약 5배의 차이가 난다.

동일한 발전량을 2016년 발전단가를 통해 단순 비교할 때, 천연가스로 대체하는 경우 2배, 신재생으로 대체하는 경우 5배의 발전단가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올해 중단되는 8개 화력발전의 비중이 4%에 불과하며 높은 전력예비율로 인해 사실상 가동을 중단해도 전력공급중단을 우려할 필요가 없고, 각 발전사들이 저유가에 따라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손실은 자체적으로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배경을 두고 연료전환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제유가 변동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유가에 연동돼 있고, 특정 목적항에만 하역해야 하는 목적항 조항과 약정 물량을 인수하지 않더라도 대금은 지급해야 하는 조항과 함께 극동아시아 프리미엄으로 인해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은 국가들이 석탄과 원자력의 대안으로 천연가스를 소비한다면 가격이 오를 것은 너무 뻔한 일 아닌가. 어느 기업과 자원보유국이 핵심자산인 천연가스를 헐값에 내다 팔겠는가.

에너지 정책의 수립과 변경은 환경은 물론 국가 경제,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관련 국제시장의 동향,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한계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최소한 다음 정부에서 정전이 발생하거나, 전기요금 폭탄으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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