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녹색에너지연구원장(공학박사)

4차 산업혁명시대, 신재생 급증 예상
中企지원·세계적 추세 대응위해 필요

[에너지신문]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는 나라별 발전소 사정에 따라 에너지정책에 많은 변화를 줬다.

우리나라도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을 기반으로 주에너지 공급정책이 이뤄지고 있으나 근래에 들어와서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소 확대와 ESS를 기반으로 계통의 안정화, 분산전원 활성화 등 에너지신산업 도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잦은 지진으로 원전안전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석탄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미세먼지 공기오염도는 서울과 중국베이징, 인도델리를 세계 3대 심각 오염 도시로 분류하고 있어 지금처럼 느슨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떠나 국민의 안전도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아울러 2015년 12월 출범한 신기후체제에 동참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이용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중의 하나가 국가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원 설립이다.

우리나라 정부출연 연구원들은 60년대 과학기술 역량이 아주 취약한 국내 과학기술을 경제성장 달성을 위해 단기간 내 수준을 끌어올리도록 정부주도로 과학기술진흥 5개년계획을 수립하고 최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영리법인으로 설립했다. 그후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던 정부는 KIST가 기대에 이상으로 성공하게 되자 대덕연구단지를 비롯한 많은 국가 전문연구원들을 분야별로 속속 설립하였다.

에너지분야 기술연구원을 보더라도 73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76년 한국전기연구원(KERI), 77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이 설립돼 그동안 국가경제성장의 에너지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쳤고 여러 차례 석유파동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기반 신에너지기술 연구·개발과 원자력설비 및 환경안전성 연구·개발 등 원자력의 연구·개발을 종합적으로 수행해 세계수준의 원자력에너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국내 전기에너지의 기저부하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면서 흔들림 없이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전기관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과 시험 및 성과보급 등 설립 목적에 따라 전력시스템 연계 기술 연구개발, 전기기기 연구 개발, 전기 부품·소재 연구개발을 주요 연구역량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추진중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정책인 RPS제도의 기본계획을 설계하는 등 전기분야의 기초를 다지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에 대응하기 위해 열관리시험연구로 시작한 이래 자원개발과 통합 동력자원연구를 거쳐 1991년에 현재의 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 모습을 갖추고 에너지기술분야의 산업원천기술 개발 및 성과확산 등을 통해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과 신에너지의 개발로 국가 성장동력 창출과 국민경제 발전에 힘을 쏟았다.

그동안 에너지관련 기술연구원들은 중화학공업과 기계산업을 육성하고 대응하는데 있어 기업이나 대학에 비해서 우수한 장비와 인력을 기반으로 해외선진기술을 습득하고 국가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등 국가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연구는 20여개의 주요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주로 각 학교의 특성이나 연구원의 특성에 따라 일부 분야만을 다루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만을 전문으로 하는 국가전문연구원은 부재한 상태이다.

그러나 앞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면서 급증하는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맞아 전문화된 기술연구로 미래를 위한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

40여년 전에 원자력이나 화석에너지기술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연구원들에게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도록 부담을 주는 것은 연구원의 설립목적과 조직 및 예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새로운 기술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무한한 확장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 선진국들은 90년대부터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우리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합리적인 이용과 절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은 후순위사업으로 소홀히 한 것들이 지금 결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신재생에너지 기술수준은 신재생에너지원에 따라 다르지만 선진국에 비해서 낮은 분야는 60-70% 수준이고 태양광같이 높은 분야는 90% 수준을 웃돌고 있다. 2003년에 법을 개정해 대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명칭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기술개발과 보급촉진을 추진했지만 기술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실정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술개발 뿐만아니라 앞으로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원별 제품별 규격과 기준이 필요하고 국제규격에 뒤처지지 않게 동참해야 한다. 또한 국내인증을 세계화시키는 등 신재생에너지로 특정한 기능을 가진 전문연구원에서 추진할 분야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특히 기술개발로 이를 산업화해 수출에 힘써야 할 것이다.

현 기술수준에서 생산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량을 기술적 잠재량이라고 하는데 국내 기술적 잠재량은 1만 2220TWh/Y으로 지난해 총 전력량의 24배 수준이다. 이를 조속히 개발해야 하며 사용하는 것은 앞으로 전문기관들의 기술연구 노력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2016년 발표한 한국에너지공단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5년도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이 전년대비 0.54%증가한 4.62%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태양광 6.4% 풍력2.1% 수준이고 대부분이 폐기물 63.5%, 바이오 20.8%를 차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촉진법으로 개정한 이후 14년동안의 성과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럽이나 다른 기술경쟁국가들과 비교해 너무 부족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기술적 잠재량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데에는 주민 수용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개발노력에 정부의 강한 의지가 더욱 중요하며 원별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돼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분야별 요소별 기술연구에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형풍력 등 한 두가지 종류를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중소 ·중견기업들이 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정부에서도 에너지기술평가원을 통해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접근노력은 인력운영 현상유지에 급급할 정도로 영세한 가운데 있다.

여건상 중소기업들이 자체연구소 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학이나 국책연구소와 함께 기술개발을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학에서는 주로 기초연구를 하고 있고 에너지연구원들에 중소기업들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다.

지금이 바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열망하는 중소기업을 동반자로 매칭하면서 이를 성장시켜줄 수 있는 국가 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원이 필요한 때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신재생에너지전문연구원을 설립 운영 중에 있다. 미국은 74년 국립재생가능에너지연구소(NREL), 영국은 신재생에너지센터(NAREC), 독일은 프라운호퍼연구회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기관을 운영하면서 기술개발과 기업육성을 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에너지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 산유국인 중동의 많은 나라들도 석유고갈에 대비해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개발 도입하고 있고 스리랑카,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국들도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연구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이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고 일정분야는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미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기술고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기본적인 동력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예상하고 있다.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인 토니세바는 오는 2030년에는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없어질 것이며 휘발유자동차는 없어지고 태양광과 풍력발전으로 모든 에너지를 충당하고 발전된 전기로 전기차가 다닐 것이라고 그의 책에서 예측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의 세계적인 연구개발과 보급속도는 놀라울 만큼 급증하고 있다.

지금부터 우리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개발된 기술의 고도화를 대비하기 위해서 국가신재생에너지 전문연구원을 설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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