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웅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정웅태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2010년 말 우리나라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645억 달러로 2010년도 우리나라 전체 산업수출액 4,674억 달러의 약 14%에 달하는 역대 최고의 수주실적을 달성했다.

이로 인해 해외 플랜트 산업은 반도체(507억$), 자동차(354억$) 산업을 능가하는 우리나라의 명실공이 중요 수출 산업의 하나로 부상하게 됐다.

이중 432억 달러는 비록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수주와 같은 특이한 상황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에너지플랜트 부문에서 달성됐다.

에너지플랜트란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설계 및 엔지니어링과 같은 소프트웨어와 시공 혹은 유지보수 등의 하드웨어가 종합적으로 포함된 분야를 말한다. 따라서 해외 플랜트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은 바로 이러한 에너지 관련 설비의 수주 확대에 달려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우리나라 해외 에너지 플랜트 수주 실적을 분석해 보면 해외에너지플랜트 수주의 집중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에너지플랜트 수주의 약 80% 이상은 중동과 동남아와 같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국가에 편중화 되어 있고 플랜트 수주 부문도 정제, 석유화학 그리고 발전부문에만 치중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적, 분야별 수주 집중은 특정지역의 경기나 정세 그리고 분야별 투자계획에 취약한 문제가 발생되기 쉽다.

또한 플랜트의 원천기술, 핵심기자재 대부분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대규모 수주를 달성하더라도 그 수주액의 70% 이상이 해외로 다시 재 지출되고 있어 플랜트 수출의 수익성이 그리 높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강점인 시공분야도 우리 기업들에 대한 해외 발주처나 외국기업의 견제가 심화 되고 있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럽?중국 기업들의 수주 공세 등으로 향후 이 부문에 대한 수주 경쟁도 더 치열해 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건 하에서도 향후 에너지 플랜트 시장은 그 규모면에서 더 커질 전망이며, 이러한 시장 규모 확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자원보유 개도국에서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의 중앙아시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 등 신흥 에너지?자원 공급 지역으로 관심 받고 있는 5개 권역의 정제나 가스공급 인프라 등의 석유가스 플랜트 부문의 시장은 약 1조4천억 달러, 발전 부문도 약 1조8천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처럼 향후 거대 에너지 플랜트 시장에서의 우리기업들의 수주확대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수주지원센터 개설 확대, 정기적인 수주사절단 파견 및 발주자 초청프로그램 추진, 플랜트 전문 인력 양성기관이나 엔지니어링 기술센터 설립 등 다양한 정책 및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의 대부분은 해외 플랜트 산업의 문제점이라 지적되었던 정보네트워킹, 금융지원, 수주확대 및 부가가치를 강화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정책들이 효과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가적 정책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첫째, 에너지플랜트 산업의 국가적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플랜트 수주 목표량을 정한다기 보다는 향후 플랜트 시장 전망 등을 고려해 우리의 플랜트 주력시장을 어디로 선정하고, 선정된 지역의 진출 확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진출 주력시장을 이제는 중동지역 뿐 아니라 신흥 자원보유 개도국들이 모여 있는 중앙아시아, 동남아, 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 4대 지역 모두를 염두에 둘 수 있으나 이들 지역 모두에 진출하기 위한 전략보다는 플랜트 부문별로 전략지역을 선정하여 집중적이면서도 선택적인 맞춤형 진출 확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효율적인 접근방안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망 플랜트 및 플랜트 분야별 주력시장 선정 방법론의 개발과 함께 이러한 선정이 또 다른 형태의 수주 집중화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 방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책 분석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향후 해외에너지 플랜트 시장에서 우리기업들의 수주경쟁력 및 확대를 위해 정부 및 기업들은 경쟁국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 뿐 아니라 그린에너지부문과 같은 새로운 고부가가치 부문에 대한 진출 확대 방안 등 지금보다도 더 다양하고 많은 정책이 제시될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정책이나 방안 등을 다양하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정책 및 관련제도의 실효성 평가 그리고 세계 에너지 플랜트 시장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플랜트 시장 검토 등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플랜트 전문기관, 연구소 및 학계 등에서 이와 같은 분석 방법론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며 에너지 플랜트 산업 분석기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플랜트 산업은 시공과 같은 건설 분야 뿐 아니라 엔지니어링, 컨설팅, 금융 등 다양한 지식서비스와의 융합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할 중요한 산업중의 하나인만큼 이와 같은 이러한 지식서비스 산업의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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