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류’ 국내 부탄캔 산업의 현재와 미래

태양 세안 승일 등 썬그룹, 사고이전 생산량 복원
지난해 부탄캔·에어졸 내수시장 전년대비 ‘감소’

220g의 부탄가스가 충전된 연소기용 일회용 부탄캔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5월 2주차 기준 4개가 들어있는 부탄캔 한 팩은 마트 가격 3820원~47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삼겹살을 좋아하는 우리의 음식문화로 인해 이동식부탄연소기와 연료용 부탄캔의 보급은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때 연간 3억관 시장을 형성했던 국내 부탄캔 시장은 현재 2억관 내외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여전히 국민 1인당 한해 평균 4~5개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부탄캔 산업은 단단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매년 10~30건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관련사고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전체 생산량을 생각해 보면 관련 사고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해당 사고는 인명피해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보다 안전한 사용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 세계최고의 생산량과 관련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위상만큼 그 대안을 찾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다.

국내에는 부탄캔이나 에어졸 등 일회용 가스를 충전하는 접합용기를 생산하는 7개 회사가 있다. 이중 살충제나 방향제, 헤어스프레이 등 에어졸 제품만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승일’을 제외하고, ‘대륙제관’과 ‘화산’ 두 회사는 연료용 부탄캔과 에어졸 제품을 함께 제조하는 기업이며 나머지 ‘대성산업’, ‘세안’, ‘OJC’, ‘태양’ 등 4개사는 연료용 부탄캔만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다.(가나다 순) 이중 부탄캔 제조사들은 현재 세계시장 80% 이상의 물량을 공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검사현황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연료용 및 에어졸용으로 제작된 일회용캔은 총 3억 5951만 715개였다. 이중 부탄캔이 2억 975만 555개였고, 에어졸이 1억 4975만 5160개를 차지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부탄캔 2144만 3285개, 에어졸 2020만 6270개가 줄어 전체 생산량은 4164만 9555개가 줄었다.

지난해 제품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지속적인 내수경기 침체와 주된 사용처인 외식업체의 매출감소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은 전체적인 생산량 감소와 매출 하락에도 불구, 해외수출 증대와 LPG가격 하향 안정화되며 일부기업들을 중심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일부 증가하거나 예년과 비슷한 경영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별 생산량 변화

역시 2016년 일회용 부탄캔을 가장 많이 생산한 제조사는 현창수 사장이 이끄는 썬그룹 산하 태양이었다. 에어졸 제품도 썬그룹 산하 승일이 단일 회사로는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부탄캔과 에어졸을 합해서 단일회사로 일회용 가스캔을 가장 많이 생산한 곳은 박봉준 사장이 이끄는 대륙제관이었다. 특히 CRV(폭발방지형부탄캔) 제품을 앞세워 해외 수출 확대와 내수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대를 하고 있는 대륙제관의 최근 성장세는 무섭다.

2015년 화재로 생산시설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던 태양은 사고발생 9개월여만인 그해 10월 생산시설 복구를 완료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사고발생 전의 생산량을 모두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태양의 생산량 감소로 2015년 일시적으로 제품산량이 증가했던 세안과 OJC(대표 송성근)는 지난해 생산량이 다시 제자리를 찾으며 전년 대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단일 회사로 가장 많은 일회용 접합용기를 생산한 대륙제관은 지난해 부탄캔 4099만 8219개와 에어졸 6399만 7518개 등 총 1억 499만 5737개의 제품을 생산했다. 전년 대비 1644만 491개가 줄어든 것으로 부탄은 759만 7951개가 줄었고, 에어졸은 884만 2540개가 감소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양의 부탄캔을 생산한 태양은 전년 대비 4484만 1222개가 늘어난 7737만 7673개의 부탄캔을 생산했다. 계열사인 세안은 태양의 생산량 회복으로 물량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6249만 3750개의 부탄캔을 생산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5439만 4595개가 줄어든 것이다.

같은 썬그룹 계열사인 승일도 지난해 에어졸 생산량이 다소 감소하는 현상을 나타냈다. 승일은 전년 대비 1411만 4919개가 줄어든 6590만 7202개의 에어졸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OJC 역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OJC는 전년 대비 470만 6973개가 감소한 2016만 8803개의 부탄캔을 생산했다.

반면 화산(대표 장례익)과 대성산업(주)캔사업소(대표 김영대)는 전년 대비 생산량이 소폭증가 했지만 전체적인 물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화산은 지난해 부탄캔 691만 7290개와 에어졸 9998개를 생산했다. 전년 대비 부탄캔은 40만 5008개가 증가했으나 에어졸은 7만 7799개가 감소했다. 대성 역시 지난해 1만 4개가 증가한 179만 9820개의 부탄캔을 생산했다. 에어졸 수입제품도 전년 대비 282만 8988개가 늘어난 1984만 442개가 수입됐다.

생산량 감소·매출 하락에도 제조사 경영실적 안정
엔저·세계시장 성장 속에 국내 제조사간 경쟁 가속

제조사별 경영실적

국내 제조사들은 지난해 전반적인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예년과 비슷한 경영실적을 유지했다. 다만 썬 그룹은 2015년 태양의 화재로 인한 계열사 간 매출변화가 두드러졌고, 일부 제조사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난 3년간 대성산업을 제외한 부탄캔 및 에어졸 제조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경영실적을 근거로 각 제조사의 경영 상황을 살펴보면 대륙제관은 최근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나머지 제조사들은 태양의 화재사고 여파로 생산량 변화와 함께 경영실적 역시 희비가 갈렸다.

최근 3년간 부탄캔 및 에어졸 제조사 중 가장 좋은 영업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제조사는 대륙제관이다. 대륙제관의 지난해 매출은 1862억원으로 지난해 2051억원과 비교해 2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년 연속 상승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도 2015년 167억원에서 2016년 189억원으로 22억원 증가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2015년 128억원에서 2016년 145억원으로 13억원이 늘었다.

2015년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태양은 지난해 생산량을 사고발생 전인 2014년 수준으로 회복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모두 크게 증가했다. 태양의 매출액은 생산시설 복구에 따른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2015년 1455억원에서 2016년 1481억원으로 26억원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5년 16억원에서 2016년 185억원으로 169억원이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2015년 33억원에서 2016년 128억원으로 95억원이 늘어 2014년 수준을 회복했다.

승일을 필두로 OJC, 세안, 화산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썬그룹 계열로 에어졸 전문업체인 승일은 지난해 매출 1384억원과 영업이익 57억원, 당기순이익 31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해 매출은 13억원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억원, 당기순이익은 38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같은 그룹인 태양은 생산시설 복구의 영향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매출은 2015년 988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으로 466억원이 줄었다.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32억원으로 다소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22억원에서 107억원으로 115억원이 감소했다.

OJC와 화산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내려앉았다. OJC의 경우 매출액은 2015년 1538억원에서 1387억원으로 151억원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15억원에서 73억원으로 42억원이, 당기순이익은 78억원에서 69억원으로 9억원이 각각 감소했다. 화산은 2015년 매출액 170억원에서 지난해 155억원으로 15억원이 줄었고, 영업이익은 10억원에서 7억원으로 약 3억원이,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서 1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최근 5년간 사고현황

이달 들어서만 2건의 부탄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오후 1시경 강남구 수서동 752 도로상에서 부탄캔 운반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적재된 이동식부탄연소기용 부탄캔 및 봄베(태양산업, 썬 연료) 2620개(605kg)가 폭발하는 등 차량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고는 운전자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가 화물칸 적재함 천막 덮개로 떨어져 발생한 불이 원인이었다. 운반차량과 적재된 부탄캔이 폭발하는 등 물건이 모두 전소됐지만, 다행히 사고 발생 장소가 차량 통행이 적은 도심을 벗어난 지역이라 큰 피해는 없었다.

5일 오후 1시 44분경 울산시 남구 달동에서도 결혼식 피로연 도중 음식점에서 부탄캔이 폭발했다. 사고를 조사한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숯불갈비 식당에서 점화용으로 사용하는 부탄캔이 미상의 원인으로 폭발했고, 사고로 피로연에 참석한 30여명 중 9명이 비산된 파편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가스안전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5월 15일까지 가스안전공사를 통해 공식 사고로 등록된 부탄캔 사고는 총 90건이었다. 관련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6명이 죽고, 115명이 다치는 등 총 121명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인명피해가 많은 부탄캔 사고를 가스안전공사가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가스사고 중 15~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부탄캔 폭발사고는 식품접객업소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을 조리하던 중 발생하는 경우가 특히 많아 다른 가스사고와 비교해 인명피해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5년간 사고 발생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사고가 발생한 해는 2015년이었다. 한해 29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들 사고로 인해 4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4년에는 한해 사고건수가 16건에 불과했지만, 다수의 인명피해를 수반한 사고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부상을 입었다.

또 최근 5년간 총 90건의 부탄캔 폭발 또는 화재사고 중 식품접객업소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33건으로 관련사고의 36.6%가 식품접객업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44명으로 전체 인명피해의 36.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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