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부원장

2030년 20% 달성, 구체적 고민 필요
‘플러스에너지’ 사회적 토대 마련해야

[에너지신문] 한반도가 더 이상 온대가 아닌 아열대 기후지대가 돼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며, 일러진 벚꽃의 개화시기와 봄철기온의 상승으로 우리는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세먼지 농도확인과 마스크 휴대가 일상이 될 정도로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의 폐해가 심각하며, 동해안에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여부에 대한 소식도 함께 전달받는다.

이렇듯 에너지 이슈는 안정적 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그 사용에 따른 환경과 안전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것이며, 그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문재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 비중축소, 신규원전 건설억제 및 노후원전 폐로와 함께 2030년 전력량의 20% 수준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는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2035년 전력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13.4%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포함하는 기후변화 및 에너지 이슈의 해결을 위해 큰 의미를 가진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에너지, 풍력, 지열, 바이오, 연료전지 등 무한정의 에너지원을 활용하면서도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기술이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이산화탄소 감축 시나리오의 구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가 전체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30%를 감당, 관련기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세계적으로 태양광 및 풍력에너지의 보급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BP(British Petroleu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1차 에너지 소비의 9.6%를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체 전력량의 30%를 넘어선 상황이다. 더 나아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뮌헨, 프라이부르크 등 대도시들은 앞 다투어 100%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가격하락과 정부의 정책지원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증가하고 있지만 2015년 기준 전체 1차 에너지 대비 4.66%의 보급량마저도 폐기물과 수력이 포함돼 있어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할 때 실제적 보급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정부차원에서 태양광 및 ESS 중심의 신산업 창출을 통해 기존 공급목표의 조기달성이 전망되고는 있으나, 앞서 언급한 여러 에너지·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으로 2030년 20% 전력량 달성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의 고민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나 미세먼지의 해결책일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등의 발생 시 상대적으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가능하게 하며, 대규모 송전설비가 불필요하므로 사회적 비용의 절감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진다. 또한 95%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의존도를 극복하고 자립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20%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사용자 및 기존 전력망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분산에너지 시스템의 보편화는 설치장소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사용자와 에너지원간 공간적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대규모 발전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태양광과 풍력에너지 보급 시 나타난 지방자치단체 혹은 주민과의 갈등이 그러한 예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인한 전력 불안정성의 문제를 극복해야 안정적 보급 확대가 가능하다.

둘째, 국내기업의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산업창출 및 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중국을 비롯한 외국제품들에 대한 수입 확대로만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보급 후 유지보수 및 관리 등에 장기적 관점에서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더 값싼 신재생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경제성 확보를 통해 정부의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사용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 건물일체형 태양전지(Building-Intergrated Photovoltaics, BIPV) 설치 모습.

이러한 과제들의 통합적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선도할 수 있는 원천적인 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원의 경제성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시장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초기에 산업화를 위해 진행된 부품과 소재 중심의 요소기술이 아니라 획기적 신산업 창출과 보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흐름의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는 미래 에너지믹스의 주축으로써 다양한 보급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이 확보돼야 하며, 특히 생활밀착형 분산에너지원에 적용 가능한 혁신적 기술이 필요하다. 도시형 신재생에너지시스템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붕형 혹은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은 기존의 태양광발전에 비해 더 많은 기능이 요구되는데, 높은 변환효율뿐만 아니라 건축자재로서 필요한 내구성, 무게, 디자인적인 요소 등이 고려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도로나 자동차에 일체화된 태양광시스템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으며, 건물형 연료전지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삼중열병합기기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도시환경에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또한 농촌지역에서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할 수 있는 기술이나 수상 태양광 역시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다.

프로슈머형 신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시스템 기술도 유망 분야인데, 인공위성 기반의 기상 데이터, 건물·주택·커뮤니티 단위의 에너지 소비패턴, 지역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등의 빅데이터를 수집·활용해 에너지 생산량을 예측하고 예보함으로써 다양한 에너지원을 최적조건에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별 생산주체 간의 신재생에너지 거래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춰 소비되는 에너지양만큼 생산, 에너지 자급률을 달성하는 ‘제로에너지’를 넘어 에너지 소비량 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남는 에너지는 판매하는 ‘플러스에너지’ 사회 구현의 토대를 마련하고, 에너지 생산량 급변에 의한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신재생에너지 보급량 증대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대전 본원에 설치된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실증 연구의 중요성이다. 실증연구는 개발된 원천기술의 완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국내 보급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트랙레코드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도시형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더불어 해상풍력 기술 등에 대한 실증연구 확대가 필요하며, 수소생산과 연료전지의 연계 기술도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 안정성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신재생 전원, ESS, 수소·연료전지 실증기술 등은 향후 친환경차 등의 공급 확대를 위해 필요한 원천기술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나, 기존에 사용 중인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는 보급보다 산업 창출을 위한 투자가 이뤄졌으나, 시장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산업이 침체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한편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후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면서 여러 보급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신산업 창출이 시도되고 있으나 국내기업의 세계 시장경쟁력 강화 및 고용창출 효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중장기적인 안목과 각고의 노력으로 새롭게 요구되는 기술을 조기에 확보,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활발히 하고 산업경쟁력을 높여 세계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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