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에너지신문] 해외자원개발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말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던 2016년. 당시 언론과 국회, 감사원이 한 얘기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해외자원개발 전문가가 된 듯하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원유를 포함한 자원가격의 급락으로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이 주춤하고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조금 다르다. 유가의 급락은 2014년 하반기부터 시작했고 해외자원개발의 추진동력 상실은 그보다 훨씬 전인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물론 이명박 정부에서의 무분별한 사업추진에 의한 과오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권의 호불호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일관성 있는 국가정책, 믿음직한 공기업의 추진 능력, 올바른 국민의 이해 등 추진 주체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 삼위일체를 이뤄야 성공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에너지자원 공기업은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을까? 오직 한국의 에너지자원 공기업만 어려움에 처한 것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에너지자원 기업은 자원가격의 하락으로 현재 손실을 보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인력감축, 자산매각, 생산비 절감을 통해 이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운이 없게도 한국의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자원가격이 높은 시기에 생산광구 매입 위주의 대형화 전략을 단기간에 추진하다 보니 자원가격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자원개발 후발 주자들의 서러움인 셈이다.

그러면 우리도 외국의 다른 기업들처럼 동일한 방식의 생존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것인가? 이를 위한 답은 에너지자원개발의 특징과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가능할 것 같다. 자원 부족국가를 넘어 자원빈국인 한국의 자원공기업 생존전략은 외국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당연히 현재 전세계 에너지 자원기업이 공히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기에 비용절감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며, 예상되는 장기적인 자원가격 상황에서도 경제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경비절감과 경제성만 따지는 근시안적인 구조조정만 실행하다간 곧 다가올 자원가격 상승기에, 추수할 것이 남아있지 않은 텅 빈 과수원을 바라보듯 다시 허겁지겁 서둘러 늦은 투자를 반복할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신기후변화 체제 속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미래 에너지를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처한 에너지 현실을 한번 살펴보자. 매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해 지급하는 돈만 50조에서 100조원 가량 소요되고 여기에 발전과 도시가스로 사용되는 매년 3000만 톤 이상의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데에만 10조에서 20조원 가량 소요된다. 한국의 석유가스 자원개발율은 14% 내외로 일본의 1/2, 중국의 1/3에 해당된다. 이만큼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석유가스의 국내도입량의 25%는 한국의 기업이 책임을 져야 최소한의 에너지 안보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에너지 안보 측면 뿐 만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성 측면에서도, 자원가격이 낮아지면 수십조의 에너지자원 수입액이 감소하고 자원가격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서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인 측면의 포트폴리오가 구축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장기적 관점의 경제성을 바탕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얻어 공기업의 장점을 활용한 선제적 투자가 가능하도록 꾸준한 해외자원개발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손실이 난다고 눈감아 버리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치밀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개발 선순환구조를 만들면 더 이상 국민에게 민폐를 주지 않는 ‘착한 해외자원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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