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에너지신문] 에너지와 자원에 대해 우리나라와 유사한 처지의 국가가 일본인데, 최근 일본에서는 2건의 원자력 발전 관련 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부존자원이 없는 나라로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천연가스발전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해 산업계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원자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프랑스, 일본이 대표적이고 최근 중국, 인도가 같은 줄을 섰다.

이런 원자력 의존정책의 열기에 얼음물을 뿌린 것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는데, 최근 이 사고와 관련된 판결들이 나왔다. 2월 17일 있었던 일본의 첫 번째 판결은 후쿠시마 원전의 사고가 예견가능하고 회피가능한 사고였느냐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느냐에 대한 판단이었다.

마에바시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지만 우리의 원자력 업계와 정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법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동경전력과 정부에게 예측가능했으며 또한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고 확인하면서, 원전 주변 45가구 137명의 원고들에게 총 3855만 엔에 이르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들은 가옥 및 지역 기반시설의 붕괴, 생소한 지역으로의 이주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원인으로 국가와 동경전력을 상대로 1인당 1100만 엔, 총 15억 엔에 이르는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법원이 이에 대한 판결에서 동경전력과 정부의 항변을 배척하면서 일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이 불가항력 주장을 배척한 근거는 2002년 일본 정부의 원자력 관련 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진도 8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20%에 이르며 향후 30년 안에 아주 강력한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동경전력은 거대한 쓰나미가 발전소에 위험이 될 수 있으며, 해일이 해당 시설을 침수시킬 수 있고, 백업발전기 등 안전장치들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법원은, 일본 정부가 위험성을 인식한 이상 동경전력에게 방어적 수단을 강화하도록 명령했어야 하며, 안전보다 비용감축을 우선시하는 사업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었다.

한편 지난달 28일 오사카 고등법원은 간사이 전력의 원자력 발전소의 재가동을 중단하라는 지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파기했다. 판결에 따라 간사이 전력은 다카하마 3, 4호기 원자력 발전기를 합법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오츠 지방법원은 비록 해당 원자력 발전시설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강화된 안전기준에 적합하더라도 안전문제 때문에 그 재가동은 허락되지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가처분 결정했는데, 이 결정이 항소심에서 뒤집어진 것이다.

항소심 법원이 지방법원과 견해를 달리한 것은, 다카하마 3, 4호기를 가동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특정한 위험에 대한 입증책임은 신청인에게 있음에도 신청인이 그 입증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신청인의 핵심 주장은 사고 발생에 대비한 피난계획이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항소법원은 필요한 조치들이 충분히 마련되었으며, 공식적인 대응조치나 노력들이 진취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신청인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일본의 두 판결로부터 두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지진이나 자연재해의 발생이 예견된다면 불가항력을 이유로 하는 면책주장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할 것인지, 그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평가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연구가 조속하고 충실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는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한 막연한 주장만으로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늘 위험과 함께 살고 있다. 구체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공포감으로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원자력을 대책 없이 터부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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