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기공 가스보일러, 입국 불허조치로 수출중단 위기
중국시장 급성장, 지난해 이어 올해 15만대 수출예정

 

▲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의 보복조치가 이제 에너지 업계로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희생양 역시 롯데였다.


[에너지신문] 중국의 사드 보복(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이 에너지 업계로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희생양은 역시 롯데였다.

롯데기공의 수출 중단 외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출기업을 시작으로 현지 진출기업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 관련피해가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롯데기공은 올해 중국 현지 파트너에게 수출하려던 가스보일러 5000여대를 선적해 출항하려 했으나, 중국의 입국 불허조치로 인해 수출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순 대표의 취임 후 롯데기공은 가스보일러 사업 재기를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출신인 김영순 대표가 2013년 승진해 롯데알미늄 대표로 취임하면서 롯데는 가스보일러 역시 글로벌 아이템으로 판단,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3년간 가스보일러 사업 재기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다양한 준비를 계속해 왔다.

특히 인천 공장 생산설비 투자와 함께 ‘OK 콘덴싱’ 출시 이후 5년여만에 ‘프리미엄 콘덴싱 IoT+’ 가스보일러를 출시하는 등 보일러 사업의 재기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더욱이 지난해는 중국에만 국내 단일 업체로는 최대규모인 가스보일러 10만대 이상을 수출하며, 해외시장 확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도 중국 파트너사와 15만대 이상의 가스보일러를 공급키로 협의를 마친 상황이라 이번 수출 중단조치는 롯데기공으로선 적지 않은 타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는 2월 28일 롯데그룹의 ‘사드 대지 교환 확정’ 발표 이후 롯데에 대한 보복조치로 구체화됐다.

3월 롯데마트 랴오닝성 단둥완다점과 둥강점, 저장성 샤오산점, 장쑤성 창저우 2점이 소방안전ㆍ위생법 위반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 시작해 그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 99개 매장 중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당한 상태며, 그 피해가 타 사업분야로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되는 추세다.

롯데기공은 최근 한국의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 현지의 반한 감정 등을 고려해 이번 수출 제품의 경우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으로 ‘롯데’ 브랜드와 ‘made in Korea’ 조차도 명기하지 않았다. 스티커 형태로만 브랜드를 부착해 제품을 선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중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입국 불허 조치를 당했다는 것이 롯데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스보일러에 대한 중국의 수입 금지조치가 롯데기공에 더 뼈아픈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롯데 가스보일러가 국내 타 보일러제조사 보다 중국 현지에서 대량 납품이 가능했던 것은 소량이지만 10년 이상 꾸준히 관리해 온 파트너사의 관계 때문이었다.

최근 중국내 가스보일러시장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중국 정부의 가스보일러 보급 확대 정책이 진행되면서 이미 한국시장을 넘어 200만대 이상의 시장으로 급성장 했고, 지난해부터 공급량이 급증하면서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졌다.

하북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중국의 석탄개조사업(메이가이치ㆍ메이띠엔)은 기존 석탄 난방을 사용하는 중앙난방 대형 보일러를 개별 벽걸이 가스보일러로 빠르게 전환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산둥 등지로까지 사업이 확대될 예정이어서 2020년까지 중국의 벽걸이가스보일러 시장은 최소 300만대에서 최대 6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는 가스보일러 사업 재기를 노리는 롯데에게는 매우 큰 타격이다. 지난해 급격히 늘어난 중국의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연구소 인력을 비롯해 일부 본사 사무직 직원들까지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더구나 올해에는 더욱 늘어날 주문량을 고려해 일부 생산 직원까지 추가로 채용한 상태라 이번 중국의 수출중단 조치는 롯데기공에게 여러모로 뼈아픈 상황이다.

이같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는 롯데 뿐만 아니라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 등 중국시장에 진출했거나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국내 보일러사들에게 추가적인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롯데기공은 국내에서 가스보일러의 국산화 시대를 열었던 제1호 제조사이다. 30여년 전인 1984년 10월 국내 최초로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가스보일러에 대한 정밀검사를 통과했고, 1985년부터 제품생산에 들어가 가스보일러 국산화 시대를 이끌었다. 가스산업이 급성장했던 80~90년대에는 업계 선두주자 역할을 했으나, 2000년대 들어 경동나비엔을 비롯한 귀뚜라미, 린나이 등에 밀려나며 한 때 보일러사업을 완전 철수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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