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수 (사)전자정보인협회 회장

[에너지신문] 인류 역사를 통해 분규, 갈등이나 분쟁은 어느 곳에서나 있어왔으며 인류 역사상 초기에는 그러한 갈등이나 분규, 분쟁은 가족의 장(長)이나 집단의 우두머리에 의해서 해결됐다. 이러한 분쟁해소방식은 오늘날의 중재형식으로 발전했고 이는 법이나 법원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생성, 발달돼 왔다.

오늘날 법원에 의한 분쟁해결방식은 큰 변동없이 지금까지 진행돼 왔고 계속해서 늘어만 가는 분쟁은 소송의 지연과 비용증가를 야기했다. 이에 따른 분쟁당사자들은 초조와 불만으로 팽배함에 따라 보다 신속하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삭감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등 분쟁해결방식에 관심이 증대했다.

결국 대체적(代替的) 분쟁해결, 대안적(對案的) 분쟁해결 또는 법원외(法院外) 분쟁해결방식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에 관심이 집중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시간을 오래 끌고 비용이 많이 드는 종래의 재판에 따른 전통적인 분쟁해결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변화무쌍하고 복잡다기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서로 win-win 할 수 있는 방법을 ADR에서 찾은 것이다.

ADR은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효과적으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저비용과 시간 및 노력의 절약을 가져온다. 특히 인간관계의 개선과 당사자의 자율성, 창조적인 결과 산출, 기술진보에 부합하는 해결방식으로 손색이 없다.

ADR의 역사는 길다. 우라나라의 ADR의 역사를 보면 고조선 이전 사회에서도 각 부족사회에는 그 부족 고유의 불문부조법(不文部族法)이 형성돼 있었는데 각기 공통된 요소가 많았다.

고조선의 ‘팔조지금법(八條之禁法)’은 ‘사람에게 피해를 입힌 자는 곡물로 배상을 하며, 한 사람당 50만전을 내놓도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법의 본질을 응보로 하는 응보형(應報刑)은 모든 고대 사회에서 공통되는 것으로 복수(復讐: 앙갚음)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나 속형(贖刑: 죄를 면하려고 돈을 바치는 형벌)이 인정된 점에서 가히 상당한 수준에까지 진보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서도 중재의 역사는 매우 오래전부터 시작됐는데, 사인(私人)간 중재의 역사는 인간 사회의 역사를 최초로 기록한 시기로 소급한다. 즉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역에서 중재가 활용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 이후인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도 이미 조정이나 중재제도가 성립돼 종족간 또는 도시 국가간에 조정과 중재가 행해졌다.

아시아에서의 ADR은 이와는 사뭇 다른 성격을 띠었다. 중국은 유교적 조화에 근거하여 조정과 중재 등으로 분쟁을 해결한 오랜 전통이 있었다.

아프리카는 유럽으로부터 중재의 이용방법을 받아들였다.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에도 중재는 오랜 역사가 있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다스리던 시대에 통용되던 원칙이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제도들은 그 이후에도 계속 유지됐다.

ADR은 주로 노동 및 가사 등 민간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공공정책분야에서도 갈등해소와 분쟁조정을 위하여 다양한 ADR 이용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책수립단계에서의 민간참여를 위한 다양한 기법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ADR은 크게 협상, 조정, 중재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외에 더 세분하여 간이 심리(mini-trial), 조정/중재(med-arb), 옴부즈만(Ombudsman), 법원 ADR, 사적결정(private-judging)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복잡다단한 일상 속에 만연해 가고 있는 갈등과 분쟁을 적기에 관리·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분쟁해결 체제를 마련함으로써 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생산구조의 개혁 및 법·제도의 마련과 함께 시급하게 확충돼야 할 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행동을 바로 잡고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적 인식기반이다. 또한 장기적인 계획과 관점에서 추진돼야 하는 사회교육체제의 구축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개인과 개인 간의 불편을 조기에 해소하고 갈등인식 변화의 장기적인 접근법을 초기부터 모색, 확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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