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 9일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아파트, 상가 등 2만 2800여가구의 전력 공급이 무려 9시간이나 중단됐다. 원인은 단지 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의 변압기 1대가 폭발한 것이었다.

스마트그리드, ESS 등 첨단 미래산업을 통해 전력 강국으로써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변압기 폭발 원인은 조사 중이나 이보다 더 집중 부각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상 복구에 9시간이나 걸렸냐는 것이다.

먼저 정관신도시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인 부산정관에너지는 예비변압기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폭발한 변압기가 자체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정관에너지의 유일한 변압 설비였던 것이다.

또한 구역전기사업자가 비상시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즉시 끌어다 쓸 수 있는 예비선로 역시 갖춰지지 않았다. 예비선로 구축은 구역전기사업자가 자부담으로 한전에 신청해야 하는데 정관에너지는 2008년 사업 시작 이후 단 한 번도 한전에 예비선로를 신청하지 않았다.

정관에너지가 비록 민간업체이긴 하지만 전기라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사업자로서 시설투자에 소홀했으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마땅히 비난받을 만하다.

보다 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사고는 구역전기사업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구역전기사업은 분산형전원의 특성상 연료비, 발전소 부지 매입 등 투자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공기업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구역전기사업자들이 발전연료로 사용하는 LNG의 경우 가격이 크게 올라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구역전기 사업자들은 해마다 적자만 늘어갔으며 정부도 이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에는 무신경했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설비투자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구역전기사업자의 실태를 제대로 보여준 이번 정관신도시 정전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구역전기사업의 ‘새로운 판’을 한 번 짜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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