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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논단]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와 도널드 트럼프 변수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채텀하우스 에너지ㆍ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2017년 02월 06일 (월) 18:28:39 에너지신문 energynews@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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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전 세계는 불확실성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가 세계 경제와 에너지 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에너지 전문가로 세계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백근욱 연구원의 특별논단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주는 에너지 산업의 영향과 미래를 4주간에 걸쳐 조망해 본다.

[기획연재] 초(超)불확실성의 시대와 도널드 트럼프 변수

①트럼프 행정부와 중ㆍ러ㆍ인도카드의 변수
②파나마운하 확장과 미국의 LNG 수출증대
③미국, 대중국 러시아 카드 활용 본격화
④통일된 한반도의 장기 이익을 위한 선택
 

트럼프 행정부 ‘친러정책’으로 中 견제
중-러 에너지협력, 2015년 이후 소강상태

 

   

▲ 백근욱

옥스퍼드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원

채텀하우스 에너지환경 자원부문 비상임연구위원

최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는 ‘2017년 국제정세 전망'에서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가 발표한 ‘초(超)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Uncertainty)'를 인용해 2017년이 지독한 예측불가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켄그린은 2017년이 갤브레이스의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 발간 40주년임을 상기하며 그가 내년에 똑같은 책을 쓴다면, 오일쇼크로 인해 불확실하다고 했던 1970년대는 오히려 ‘확실성의 시대'라고 적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2017년 국제관계 변수의 불확실성은 강력히 예측되고 있지만, 한발 더 깊게 들어가 국제관계와 에너지 역학관계에 따른 불확실성과 그 여파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논의나 예측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관계와 에너지 지정학 관계의 대표적 사례로는 1980년대 말 구소련 붕괴의 결정적 기여 요인으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구소련으로 들어가는 외화규모를 대폭 줄이기 위해 1980년대 지속적으로 구사한 저유가 정책이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 임명카드로 꺼내들었을 때, 아웃사이더인 트럼프가 국제 에너지 지정학의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힌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러시아 카드를 활용해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자 함을 읽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아마도 에너지 지정학의 새로운 사례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미국이 1970년대에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국카드를 이용한 러시아 견제를 시작한 지 44년 만에 러시아카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나선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동아일보(2016년 12월 30일자) 기사는 1972년 2월 14일 백악관에서의 역사적인 연설을 상기시켜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대통령 최초의 역사적인 중국방문을 앞둔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미-중관계정상화의 산파역인 헨리 키신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 “지금 우리는 소련(옛 러시아)을 바로 잡고 훈육하기 위해 중국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미래엔 그 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20년쯤 뒤 당신의 후계자(미국 대통령)가 당신만큼 현명하다면 그땐 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전략을 펴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년이 아닌 4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예지적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행보’와 맞물리고 있다.

◆ 중-러 에너지 협력,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변수

중-러 에너지 협력이 도널드 트럼프 변수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는 2017년의 확실한 관심사가 될 것이다. 대서양 양안에서 미국과 영국 외교팀이 소망한 것은 대륙강국 중ㆍ러의 화해 내지 협력보다는 지속적인 대립관계였다. 미ㆍ중 갈등이 심화되면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곳이 남중국해이며, 중국은 그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호적 중립에 머물거나 친중국으로 공조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에 직면해 완전히 고립될 당시, 숨통을 열어준 계기가 2014년 5월의 빅딜, 즉 연 38bcm 규모의 동 시베리아 가스의 대(對)중국 수출협약이다.

당초 계획되지 않았던 협약이 성사된 것은 앞을 내다본 중국의 통 큰 투자였다.

이후 중-러 에너지 협력은 2015년 소강상태에 들어갔고, 중국은 러시아가 유럽과 아시아의 스윙 공급자가 돼 양 시장을 동시에 위협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기 위해 러시아가 그토록 소원하는 알타이 가스 수출의 길을 계속 견제하고 있었다.

미국은 일국의 영해를 벗어난 해역에서의 상업 및 군사 활동은 항해의 자유에 속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남중국해 수역은 공해(公海)와 다르기 때문에 해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며, 특히 각종 군사활동은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 간 입장 차이는 근본적으로 해양 국가와 대륙 국가 간 이익 마찰로서 타협이 쉽지 않다. 2010년대에 들어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많은 대치 국면 혹은 충돌을 겪은 국가는 필리핀과 베트남이었다. 필리핀의 경우, 2016년 7월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로 15건의 소송에 대해 중국에 ‘완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당시 판결은 중국의 영해권 주장의 주요 근거인 구단선(九段線, nine-dash line)의 역사적 연원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중국으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단호했다. 상설중재재판소의 결정을 곧바로 거부한 것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철도 및 항만 건설 등에 아세안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쉽사리 바뀔 수 없다.

무엇보다 중국의 석유 및 가스 해외 공급의존도 증대가 중국으로 하여금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 공급선에 대한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높여 놓았기에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입장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 러시아의 대(對) 중국 인도카드 변수

중-러 에너지 협력은 2016년 두가지 중요한 변화를 목도했다. 그 첫째는 중국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 변화였다. 러시아가 2000년대 ‘Eastern Siberia Pacific Ocean(ESPO) oil pipeline’ 당시 활용했던 중국-일본 경쟁카드처럼, 처음으로 중국에게 인도카드를 과시함으로써 중국시장에만 대책 없이 의지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 2016년 3월, 러시아의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는 동 시베리아 석유자산의 지분을 인도에너지회사 컨소시엄에 판매하는데 동의했다. 인도의 국영석유회사 ONGC가 포함된 세개 기업 컨소시엄은 Taas-Yuriakh 석유가스전의 29.9%의 지분을 취득했고, Vankor 유전의 23.9% 지분을 취득했다.

문제는 당시 중국의 북경 가스그룹이 지분인수를 위해 실사 마지막 단계에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로스네프트가 인도 컨소시엄에 173mt의 석유와 콘덴세이트, 115bcm의 가스를 보유한 Verkhne-Chonsokye 석유가스전 대신, 북경 가스그룹이 실사를 마무리하고 있던 167mt의 석유와 콘덴세이트, 181bcm의 가스를 매장한 Sredne-Botuobinskoye 석유가스 및 콘덴세이트전의 일부인 Taas-Yuriakh 석유가스전을 인도 컨소시엄에 할애해 Taas-Yuriakh 석유가스전 자산을 먼저 매입하도록 인도 컨소시엄이 강요당했다고 지적해도 무방한 이유이다.

유가 폭락과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인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고르 세친(Igor Sechin)이 주도하는 로스네프트의 최고 경영진은 러시아 대표 석유회사의 부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압력을 받았다. 따라서 그 자산을 급히 판매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이는 왜 인도 컨소시엄과의 성급한 거래가 왜 선행됐는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해 준다.

이에 더해, 모스크바가 암시하고자 한 것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중국시장에만 달려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는 석유분야 사업에 있어선 설득력 있는 사례일지 몰라도, 가스 분야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인도 컨소시엄은 중국이 제공하는 파이프라인 가스시장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스네프트는 2016년 3월 인도 컨소시엄과의 섣부른 계약을 우선시함으로써 중국의 가장 큰 가스 소비자들을 거의 잃을 뻔했다.(물론 이는 로스네프트가 가스프롬이 건설하는 Power of Siberia 1 가스 라인에 대한 제3자 사용권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는 왜 북경 가스그룹과의 예상치 못한 Verkhne-Chonskoye 계약이 2016년 6월 발표됐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 이유는 로스네프트가 북경 가스그룹이 제공하는 대규모 가스시장을 잃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북경 가스그룹과의 Verkhne-Chonskoye 계약은 2016년 4월 말 중국 개발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중국 정책은행들로부터의 120억달러 대출 덕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는 베이징 당국의 지지를 받는 북경 가스그룹을 위해 Taas-Yuriakh의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120억달러 대출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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