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국내 휘발유가격 적정성 분석’ 결과 발표

[에너지신문] 국제유가의 대폭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어 소비자들이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공동위원장 김천주ㆍ김연화)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내 휘발유가격 적정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유가와 국내휘발유가격의 추이비교, 국내 정유업계의 재무제표 분석, 공급가와 소비자가의 비교ㆍ분석 등을 통해 비합리적인 구조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 국제유가 하락 따라 국내정유사 수익성 개선…정유4사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 7%∼15%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다 2014년을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고, 올해 초 배럴당 20달러 수준의 저점을 형성한 후 최근에는 배럴당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4년 10월 31일 대비 2016년 10월 31일 43.7%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휘발유가격은 같은 기간 18.6% 하락에 그쳤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4년을 기점으로 매출총이익률 및 영업이익률이 해마다 개선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1위인 SK에너지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14년 –1.9%에서 2015년 3.6%, 2016년 상반기 7.1%로 무려 9.0%p 증가했고, GS칼텍스는 2014년 –1.3%, 2015년 4.6%, 2016년 상반기에는 9.5%로 10.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오일뱅크와 S-OIL 역시 2014년에는 영업이익률이 각각 1.1%, -1.0%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으나, 2016년 상반기에는 각각 9.0%, 14.9%를 달성했다.

지난해 저유가로 인해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는 올해 더욱 수익성이 높아져 7%∼15%로 국제유가 하락분을 독식한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의 혜택이 소비자들에게도 더 체감될 수 있어야 시장 신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물가감시센터 측은 진단했다.

■ SK에너지, 정유사 보통휘발유 공급가 1277원 가장 저렴…주유소 소비자가격 1440원 가장 비싸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과 주유소 소비자가격을 비교한 결과, 시장지배력 높은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책정해 소비자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사가 일반대리점, 주유소(직영제외), 일반판매소에 판매한 휘발유·경유의 공급가격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SK에너지가 평균적으로 가장 저렴하고,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비쌌다.

올 3분기를 기준으로 SK에너지는 보통휘발유를 리터당 1277원에 공급하고 있고, S-OIL 1294원, GS칼텍스 1304원, 현대오일뱅크 1334원으로, SK에너지가 현대오일뱅크보다 보통휘발유를 평균적으로 4.3%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유소의 소비자가격은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SK에너지 주유소가 전국평균 1,440원으로 가장 비싸고, GS칼텍스 주유소 1425원, S-OIL 주유소 1409원,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는 평균 1408원으로 판매되고 있었으며, SK에너지 주유소가 현대오일뱅크보다 2.3% 더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 휘발유ㆍ경유 소비자가격서 세금 각각 61%, 52%로 많은 비중 차지

국제유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제한적인 또 다른 원인은 국내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의 비중이 높고, 유가 상승시기인 2009년에 인상됐던 유류세가 현재까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센터 측은 진단했다.

국내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의 구성 비중을 보면, 휘발유는 올 3분기 기준 정유사 공급가격 431원(30.4%), 유통마진 124원(8.7%),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37.3%), 교육세 79원(5.6%), 주행세 138(9.7%)원, 부가가치세 118원(8.3%)으로 총 1419원에서 부과되는 세금은 864원으로 휘발유 소비자가격의 60.9%를 차지하고 있다. 경유 역시 1리터 기준으로 소비자가격 1213원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1.7%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출처: 오피넷

센터 측은 “2014년 이후로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있는 데 반해 주유소에서 휘발유, 경유 등을 주유할 때 소비자는 유가 하락폭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유가 폭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국내 정유 4사의 독과점 구조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커지고 있음에도 소비자가격에 반영은 미미하고 정유업체 및 유통사의 마진이 큰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국제유가는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와 원유의 공급과잉,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 등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센터 측은 전망했다.

센터 측은 “정유사들은 회사의 이익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그 혜택을 좀 더 나눠줘야 하며, 정부는 초저유가 시기에 국제유가의 하락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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