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법 법제처 심사 마쳐…업계 강력 반발

[에너지신문] 석유유통업계가 강력 반대하는 석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정부가 강행하고 있어 주유소와 석유일반판매소 간의 수평거래 시행을 둘러싼 진통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법제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국무회의 상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법령안은 ‘주유소 및 일반판매소 간 석유제품 거래허용(안 제2조제3호 및 제4호)’을 주요내용으로 포함한다. 즉 수직 계열화된 국내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에너지산업 관련 내수시장의 실질적 경쟁을 확대하기 위해 소매업자인 석유판매업자 중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의 석유제품 거래를 허용한다는 취지다.

■ 석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법제처 심사 마치고 국무회의 상정 완료

현행법상 석유판매업자인 일반판매소는 주유소와 거래가 허용되지 않으며 일반대리점이나 다른 일반판매소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고 있으며 법 제38조 및 시행규칙 별표8에 따라 월간 단위로 수탁법인(일반판매소협회)에 석유제품의 수급거래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는 제·개정 입안이유에 대해 에너지산업에 대한 경쟁과 진입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매업자인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 석유제품 거래를 허용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ㆍ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규제 칸막이를 제거함으로써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등 석유판매업자들이 가격경쟁을 하도록 유도해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한국석유협회ㆍ석유유통협회ㆍ주유소협회ㆍ석유일반판매소협회 등 석유유통업계는 이미 지난 8월 입법예고 당시부터 정부에 건의문 전달 등을 통해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천명해왔다. 이 개정령안이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ㆍ국무회의 상정 단계까지 도달한 상황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다.

석유유통업계 측은 주유소와 판매소 간의 가격편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농협 등 특정 주유소와 판매소를 제외하면 거래를 통한 효과적 이익이 떨어지고 오히려 가짜석유제품의 유통이 만연하게 되는 부작용만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측에 따르면 농협주유소가 정유사 폴 주유소보다 가격이 싸고 농협판매소와 일반판매소의 경우, 정유사 폴 주유소와의 가격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수평거래 허용이 시행될 경우 정유사 폴 주유소보다 가격경쟁력을 가진 농협주유소에서 공급받으려는 수요가 발생하고, 농협주유소 역시 주유소 마진‧수송비 등을 감안할 경우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수평거래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결과가 도출된다.

한국석유유통협회 측은 현재 석유제품의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정유사ㆍ수입사→대리점(도매)→주유소ㆍ일반판매소(소매)’ 연결 구조로 돼 있어 도매업자가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같은 소매업자끼리 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 산업부, 석유판매업자 가격경쟁 유도 소비자가격 인하 복안

아울러 주유소와 주유소, 일반판매소와 일반판매소와 같이 동종 사업자 간 거래도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수평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 거래 활성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언이다.

석유업계는 또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 수평거래를 허용하게 되면 빈번히 발생해온 ‘가짜석유’ 유통 불법행위의 양성화‧합법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한다.

이들은 과거에도 수평거래 논의가 수차례 제기된 바 있었음에도 유가인하 효과보다 오히려 불법과 탈법으로 야기되는 공익적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결론이 도출됨으로써 입법이 철회ㆍ무산됐었다고 전했다.

업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는 현 정부의 ‘규제개혁을 통한 신산업 발굴’의 일환으로 석유분야에서 이 수평거래 허용을 삽입했다”면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개혁은 분명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불법과 탈법과 불법까지 용인해가하면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규제개혁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입법추진 과정에서 석유분야의 규제개혁 발굴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학계와 법조계 및 정유사 등 석유업계가 참석한 TF를 구성해 몇 차례 회의를 가졌다. 이 TF회의에서 의제로 떠오른 수평거래 허용에 대해 정유사와 석유대리점뿐 아니라 주유소협회와 일반판매소협회 등 모두 강력히 반대했다는 전언이다.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의 수평거래 허용은 정부가 의도하고 있는 유가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에 가짜석유 유통의 탈법‧불법행위 합법화와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다.

■ 업계, 거래 통한 효과적 이익 떨어지고 가짜석유제품 유통 만연 부작용 비판

특히 석유일반판매소협회에서는 수평거래 허용이 농협의 특혜로 귀결됨으로써 석유유통 시장에서 농협의 지위만 향상되고, 결국 석유유통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농협은 ‘유류판매소 유통구조 개선 방안 연구’ 용역을 토대로 농촌지역 일반판매소의 원거리 배송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유소와 일반판매소 간의 수평거래 허용을 추진한 바 있다.

현행 석유사업법은 석유수급 및 가격안정 취지에서 주유소와 일반판매소가 취급하는 유종과 영업방법 등 영업영역을 명확히 구분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이 영업영역 구분이 양쪽의 수평거래 허용을 통해 허물어져 부정‧불법‧변칙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잃게 됨으로써 정상적 품질관리가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주유소업자들의 경우 방치된 일반판매소를 임대해 주유소 저장시설과 이동탱크 차량으로 가짜석유를 유통시키는 불법행위를 빈번히 저지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판매소를 일종의 ‘방패막이’로 내세울 수 있는 게 임대 이유다.

업계는 “대로변의 주유소들이 가짜석유제품을 판매하다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면 치명적 손실을 입게 되지만, 방치된 판매소는 원래부터 영업을 안 하던 곳이기 때문에 영업 피해가 사실상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평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규제개혁 실적 맞추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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