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 집밥 열풍이 대단하다. 이들 프로그램 덕에 다양한 집밥 레시피가 방송으로 공개돼 직접 요리하는 재미를 새삼 느끼게 된다. 조리하며 직접 불 맛을 내기 위해 비싸게 구매했던 인덕션을 떼 내고 가스레인지를 다시 구매하는 소비자도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따라 요리를 하다보면 자꾸 조리중 레인지 불이 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고구마를 굽기 위해 직화 냄비를 올려놓으면 불을 켠지 1~2분도 지나지 않아 불이 꺼져 버린다. 바로 가스레인지 한가운데 우뚝 솟은 과열방지안전장치 탓이다.

과열방지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곳은 세계적으로 단 2곳.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이 먼저 안전장치를 도입한 후, 국내서도 음식조리중 발생하는 과열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2014년부터 모든 가스레인지에 이 장치를 설치토록 의무화했다.

안전장치 덕에 종종 목도했던 가스레인지 과열화재사고는 많이 줄었다. 반면 이 장치로 인해 그동안 문제없이 사용했던 많은 조리기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사용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제조사 제품설명서를 보면 그 내용을 쉽게 알 수 있다. △바닥이 둥근 냄비 △바닥이 울퉁불퉁한 냄비 △바닥이 오목한 냄비 △직화 냄비 △무수냄비 등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 △토기(뚝배기 등) △내열용기 △돌냄비는 경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일명 하이컷(High-cut)이란 안전장치가 장착돼 냄비 바닥이 닿지 않거나 조리기구의 바닥온도가 270~300℃에 도달할 경우 불이 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만원 안팎(2구 기준)이던 가스레인지 가격은 무려 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음식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사용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조차 없이 제도가 시행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최근 조리중 불 꺼짐과 사용할 수 없는 조리기구들로 인해 제조사와 국민안전처, 소비자원 등에는 연간 수백에서 수천 건의 민원이 몰려들고 있는 실정이다.

한 파워불로거 말처럼 편했던 가스레인지가 정부당국의 일방적 안전을 이유로 집밥을 방해하는 ‘애증의 대상’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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