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원자력기술, 사업화로 이끈다

[에너지신문] 국내 원자력 기술개발의 총본산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종경 원장. 김 원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원자력 박사학위를 취득한 해외파 원자력 전문가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에 기여했으며 원자력학회 회장을 맡아 학계 발전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장, 원자력협력재단 이사장, 국제방사선방호협회(IRPA) 집행위원 등을 겸임하면서 원자력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그를 만났다.

원전 해체 기술 생태계 변화 필요
‘원전증설 = 시대역행’ 판단은 ‘무리’

▶▶▶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에 따라 관련 연구개발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데.
= 사용후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 개발과 관련, 전 공정을 공학규모(연간 10톤 처리)의 일관공정으로 모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인 PRIDE(PyRoprocess Integrated inactive DEmonstration facility)가 지난해 12월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PRIDE는 모의 사용후핵연료(Simulated Fuel)를 이용해 수행한 단위공정별 성능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각 단위공정간 연계성을 강화, 전처리 공정부터 전해환원, 전해회수 및 폐기물처리 공정까지의 일관공정 성능실험을 수행한다.

향후 공학규모 파이로 공정의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하고, 종합 파이로 건식처리 시설(KAPF) 설계를 위한 기본 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 핵연료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어떤 기술인가?
= 사용후핵연료는 고독성·고방열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심지층에 처분할 경우 30만년 이상의 관리기간과 대규모 처분부지가 필요하다.

고독성물질 등을 별도 분리해 차별화된 관리를 할 경우 방사성폐기물 발생량 감소, 관리기간 단축 및 처분부지 면적 축소가 가능해진다. 특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원자력발전 연료로 재활용할 경우 자원 활용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재활용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이다. 전기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과 고독성·고방열 물질을 분리, 폐기물양과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 성공적인 원전 해체를 위한 조건과 함께 이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으로 국내 원전해체에 대한 수요가 확정됐다. 따라서 산업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등 해체기술의 생태계 변화가 필요하다.

연구원은 연구로 1·2호기 해체에 필요한 일련의 준비작업은 물론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 연구로 해체 사업에 적용해 실증해본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원자력시설의 제염 및 해체에 필요한 주요 핵심기술을 미래부의 원자력연구개발 프로그램 하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리 1호기 해체사업의 주체인 산업부, 한수원과 공동으로 원전 해체기술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원자력 시설 해체 핵심 기반기술 개발 계획’은 현재 선진국의 70% 수준인 국내 원자력 해체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12~2021년 10년간 1500억 원을 투입, 원자력 시설 해체에 요구되는 핵심 기반기술을 개발 중이다. 산·연·관의 유기적인 협조와 장기적인 지원이 기술경쟁력 확보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 원전 안전성 확보와 국민수용성에 대해.
= 원자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인류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경제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으나 사고가 났을 때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전이 최고의 가치가 돼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원자력 안전에 대한 안전기준을 크게 높였다. 사고 지진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를 대비한 안전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원자력계의 끊임없는 노력은 국민들의 신뢰 확보와 비례한다.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기까지 후쿠시마 사고도 크게 작용했지만 대국민 인식 제고를 위한 원자력계의 노력이 무엇보다 더 필요하다.

원자력계가 국민들의 인식이 편향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 재생에너지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가 원자력 이용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이용은 각 국가의 상황에 맞춰 국민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도 확대하면서 동시에 원자력 이용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우리와 같이 신재생 발전과 원전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만 보더라도 원전 증설이 시대를 역행한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신기후체제 도래에 따른 원자력의 미래는 어떻게 보고 계신지.
= 저탄소-친환경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은 세계적인 기온상승을 억제하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환경오염 대처 등의 필요성으로 원전 이용의 지속적인 확대를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2014년 376GWe에서 2030년에는 최대 632GWe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 정부의 R&D 혁신에 대한 요구가 많다. 연구원의 특성을 고려한 R&D 혁신의 본질은.
= 원자력 분야 R&D 특성은 장기간의 기술개발을 통해 대형 성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원전 기술 도입 이후 국산화 기술로 완성하기까지 50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기술 추격국에도 선도국 입장이 된 지금, 정부의 올바른 R&D 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된다.
선도적인 R&D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R&D의 혁신을 바란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고,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최소한 원자력 분야에서의 R&D는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소형원자로 ‘SMART’의 진행 현황 및 소형원자로 시장 선점을 위한 방안은.
=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도전하는 소형원자로 SMART는 2016년을 수출상용화의 원년으로 정하고 건설전설계사업(PPE)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사우디에 건설 예정인 SMART에 현지 부지요건을 접목한 설계를 진행할 예정으로 핵연료, 원자로계통, BOP 보조계통 및 기기설계를 진행해 3년 뒤 사우디 내 건설허가를 위한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PSAR)를 작성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사우디의 인력 양성 부분이다. 연구원은 36명의 사우디 훈련생을 대상으로 30개월에 걸쳐 SMART 원자로계통설계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할 예정이다.

사우디 원자력인력 양성 협력은 SMART 추가 건설사업을 위한 양국간 신뢰를 증대시킬 뿐 아니라 향후 사우디에 건설될 SMART의 안전한 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4세대 원자력시스템 개발 등 우리나라가 향후 원자력 R&D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은 미래의 급격한 에너지 소비 증가에 대비하고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것으로, 우리 연구원은 대표적으로 소듐냉각고속로(SFR)와 초고온가스로(VHTR)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함께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 포럼인 GIF(Generation Ⅳ International Forum)에서 활동하며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연구원은 OECD/NEA 및 NEA 회원국 등이 참여하는 원자력 안전 국제공동연구 ‘OECD-ATLAS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등 원자력 R&D 분야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기술사업화 성과와 추진 전략을 소개한다면.
= 원자력연구원이 2004년 설립한 국내 최초 연구소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의 성공 신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호 연구소 기업 ‘서울프로폴리스(2009년)’에 이어 3호 연구소 기업 ‘(주)듀켐바이오(2014년 설립)’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창조경제 구현에 이바지하고 있다.

연구원은 보유한 기술 노하우와 첨단 인프라를 활용해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2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KAERI-Family 기업’을 지정한 바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기술사업화 유망 ‘씨드 특허’를 발굴해 조기 사업화의 토대를 마련해 나가는 한편 연구소기업 설립 활성화를 위한 전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해나갈 것이다.

특히 연구원의 기술전담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현장애로 기술 지원 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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