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시절, 우리 모두의 소망은 유가하락이었다.

고유가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라는 빗발치는 요구에 석유제품을 판매하던 정유사들은 흡사 매국기업과 같은 궁지에 몰리기도 했고, 원가공개 요구부터 대내외의 핍박이 지속되던 때였다.

그 후 거짓말과도 같이 국제유가 하락이 시작됐고, 2013~2014년 하락을 거듭하던 유가는 현재까지 배럴당 30~40달러를 지속하면서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마냥 좋을 것만 같았던 저유가는 산유국들의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미래 에너지산업 문을 열게 될 황금열쇠로 여겨졌던 셰일가스 기업들의 도산을 몰고 왔다.

특히 저유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산유국과 신흥국들이 재정적자를 겪게 되면서 수입을 줄이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중동의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수출지수가 낮아지다 보니 선박 등 우리나라의 수출 또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양자원을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분야의 적자는 국내 조선 산업의 유례없는 불황과도 맞닿아 있다.

저유가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률 하락 또한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소비위축과 판매부진, 나아가 임금하락과 기업의 투자 감소로 인해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저유가 공포’의 실체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한국전력이 2분기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2조 7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한 것으로 사상 유례 없는 기록이라고 한다. 원인은 경영효율화 등의 노력보다는 저유가로 인해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원가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스공사는 2분기 높은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적자 전환 했다. 결국 ‘안 되는 놈은 자빠져도 코가 깨지고, 되는 놈은 엎어져도 금가락지’를 낀다.

유난히 심한 폭염으로 온 국민이 고생하는 올 여름이다. 아무리 여름이어도 저유가가 주는 공포는 사양이다. 대신 그로 인한 즐거움과 행복은 모두 나눠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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