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개편 없다” 발표에 비난 폭주
“현실과 맞지 않아” 개편 목소리 커져

[에너지신문] 기록적인 폭염에도 전기요금 누진세로 인한 ‘요금폭탄’을 우려, 에어컨 가동을 주저하고 있는 서민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누진제 완화 및 폐지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9일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 뿐만 아니라 소비 급증으로 수급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현재 누진제와 관련, 어떠한 제도 변경 계획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같은 산업부의 발표 직후 SNS 등에서는 비난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정부 발표처럼 사상 최대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누진세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놓을 수 없다”며 “절전캠페인 등 일회성 이벤트 말고 누진율이나 완화하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비난은 전체 전력소비의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전력소비가 훨씬 많은 산업용과 일반용(상업용)에 적용되지 않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누진율은 세계에서도 가장 높다. 1단계(100kW, 60.7원)와 6단계(500kW, 709.5원)의 누진율 차이는 약 11.7배로 미국(1.1배), 일본(1.4배), 대만(2.4배) 등 누진제를 적용하는 타 국가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다. 유럽의 경우 아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는 시대에 맞는 누진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누진제 자체가 1974년 오일쇼크 당시 도입된 낡은 제도로, 2007년 개편이 이뤄졌으나 여전히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누진제는 당시 전기 소모가 적은 빈곤층의 부담을 줄이고 많이 쓸수록 비용 부담을 배가시켜 수요를 억제할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지금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결국 누진세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과 달리 현재는 소득 수준이 낮더라도 대부분의 가정이 에어컨, 냉장고 등 대형 가전을 구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누진세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최근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누진단계를 3~4단계로, 배율은 최대 2배로 대폭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산업부와 한전은 누진제 개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누진제에 손을 댈 경우 전력 소비가 급증해 수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13.4%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 소비량을 감안하면 ‘누진제 완화=블랙아웃’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폭염으로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최대전력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산업부의 주장을 일정 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정용 전기 소비량이 크지 않으나 누진제가 완화되면 갑자기 소비가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발전소 추가 건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해묵은 누진제 개편 논란이 사상 최대의 폭염을 계기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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