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기지 488개, 통영기지 21개 등 납품…시험성적서도 위조
시공감리서 적발, 가스안전공사 추가 근절 대책 마련 분주

▲ 보령LNG터미널에 설치된 삼진JMC의 가스용 볼밸브. 제품에 붙어있는 KC각인은 육안으로 봐도 허술해 보인다.

[에너지신문] 내년 1분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SK E&S와 GS에너지가 공동출자해 건설하고 있는 보령LNG터미널과 한국가스공사의 LNG생산기지에 검사마크와 성적서가 위조된 품질 미상의 가스밸브가 대량 납품되고 설치된 사실이 적발됐다.

다행히 현재 확인된 바로는 위조 각인된 가스밸브가 설비를 가동하기 전에 발견됐지만 문제점이 확인된 이상 향후 사고 방지를 위해서 기존 운영중인 설비에 설치된 가스밸브까지 정확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업체는 제품의 납품을 위해 가스안전공사 설계단계검사 성적서마저 정밀하게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먼저 문제를 확인한 곳은 내년 초 준공을 앞둔 보령LNG터미널이다. 위조 각인된 가스밸브가 488개나 납품, 설치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제품 교체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공기 지연에 따른 상당한 피해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한국가스안전공사 대전지역본부의 검사원이 시공감리 과정에서 KC(국가통합인증) 마크가 위조된 것으로 의심되는 밸브를 확인, 해당제품 재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조 각인된 가스밸브 납품 사실이 드러났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검사원이 조잡하게 각인된 KC마크를 의심해 해당 제품의 재원을 확인하게 됐고,  보령LNG터미널에 납품, 설치된 (주)삼진JMC의 제품의 각인이 위조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조사의 납품 현황을 확인한 결과 삼진JMC는 0.5인치에서 30인치(15~750A)의 가스밸브 총 488개를 보령LNG터미널에 납품한 사실과 해당 제품이 모두 검사를 받지 않은 위조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가스안전공사 측은 즉각 해당시설의 제품 전량을 교체토록 통보했다.

이를 확인한 다음날(12일) 가스안전공사가 제조사인 삼진JMC를 방문해 추가 납품 현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국가스기술공사에까지 위조 각인 가스밸브를 납품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제품들 역시 즉각 수거할 것을 요청했다.

가스안전공사가 제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가스기술공사에도 0.5인치에서 2인치 밸브 총 28개가 한국가스공사 통영LNG기지(21개)와 평택LNG기지(7개)로 각각 납품됐다는 것.

그러나 본지 취재 과정에서 가스기술공사는 해당 제조사의 밸브 21개가 통영LNG기지로 납품됐지만 평택LNG기지에서 납품받은 밸브는 다른 회사 제품이라고 밝혔다.

또 통영LNG기지에서 납품받은 총 21개 밸브 중 8개는 시험용으로 사용될 예정이었고, 나머지 13개 중 4개를 미운영중인 설비에 설치했으나 16일 문제를 인지하고 곧바로 철거, 회수했다고 가스기술공사 측은 설명했다.

가스안전공사가 조사 확인한 제품 납품 상황과 가스기술공사에서 밝히고 있는 납품 결과가 상이함에 따라 향후 위조 각인 밸브의 회수와 폐기를 위해서 반드시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제품의 신속한 수거와 폐기를 위해 제조사인 삼진JMC측을 통해 납품처와 납품 규모를 확인해야 하지만 해당 제조사의 주장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제품 납품처 및 설치 현황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업계 스스로 해당사 제품의 납품 현황과 위조 각인 여부를 확인하는 등 관련 업계의 관심과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삼진JMC를 통해 확인한  위조 각인 밸브 납품처의 납품 현황

삼진JMC 검사품 위조사건 전말

문제가 된 삼진JMC는 2010년 12월 9일 대전 대덕구청으로부터 배관용밸브 15~300A까지 제조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2010년 말 15~200A 12품목에 대해 가스안전공사로부터 가스용밸브에 대한 설계단계를 거쳐, 94개에 대한 생산단계검사를 받았지만 그 후론 단 한 건의 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검사제도에서는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경우 5년마다 설계단계검사를 받아야 하며, 제품생산에 따른 검사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제조사는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가스안전공사의 성적서 마저 위조하면서까지 국가기반시설에 속하는 LNG기지에 제품을 납품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가스안전공사 측은 해당업체를 방문해 대표 등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해당업체는 이 모든 사건이 한명의 직원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가스안전공사의 검사수수료만 해도 2000~3000만원 규모인데다 LNG기지에 납품하는 규모가 커 회사매출에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일을 직원 혼자서 벌일 수 있겠냐”며 해당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과거 일부 제품에서 각인을 위조한 경우는 있었지만 공사의 시험 성적서까지 위조해 제품을 대량으로 납품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해당업체의 위조된 설계단계 검사성적서는 2013년 발행했던 한 독성가스밸브 제조업체의 성적서를 이용해 정밀하게 위조한 것으로, 현재 발행되고 있는 성적서는 위조가 어려운 양식으로 교체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스안전공사는 삼진JMC를 방문해 위조 각인 밸브 1개를 회수했으나, 보다 정확한 사건 조사를 위해  행정관청을 통해 해당 업체를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삼진JMC는 위조 각인과 위조된 설계단계 검사 성적서로 보령LNG터미널에 무려 488개의 품질미상 가스밸브를 납품했다.

현행 검사제도의 한계와 가스안전공사의 대책

열 사람이 지켜도 한 도둑을 살피지 못한다(十人守之라도 不得察一賊)는 속담이 있다.

현재 가스안전공사의 가스안전관리 시스템은 제품검사와 시설검사로 이원화돼 있다. 따라서 제조사에서 인위적으로 미검사품이 납품·설치되더라도 시설검사 과정에서 허가품목, 규격, 설계 및 생산단계검사 여부와 위조각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일선 검사원이 현장 시설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조각인을 확인하면서 이같은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그러나 각인이 보다 정밀하게 위조됐거나, 검사원이 미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검사받지 않은 품질미상의 제품이 그대로 시설에 적용될 수 있고, 향후 사고까지 이어질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기존 각인을 위조해 납품하는 수준을 넘어서 검사성적서 마저도 위조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크다.

물론 제품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발주처와 건설사에서 철저한 확인 과정을 거쳤다면 이같은 품질미상의 제품이 공급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량제품을 근절할 추가대책을 마련중이다. 먼저 가스용품 제조업소로 등록 후 제품생산 및 검사가 발생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 정기적인 관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관리규정 확인·평가시 사업개시 신고 또는 설계/생산단계검사 이후 일정기간(1년)내에 검사실적이 없는 경우 제조사에 대한 안전관리규정 심사를 다시 실시하고 허가상태 유지여부를 판정토록 검토할 방침이다. 또 검사 과정에서도 각인의 타각 위치와 모양 을 철저히 확인하고 미검품 근절을 위해 시공자 및 공급자와의 협력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가스안전공사는 현재까지는 이번 위조각인 사건과 관련해 동일 회사 제품이 다른 시설에도 설치됐는 지 여부를 도시가스사를 비롯한 주요사업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추가적인 납품·설치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등 시공자 단체와 공급자 등과 협력해 시공단계에서 미검사품이 발 붙일 수 없도록 방법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설검사(시공감리 및 완성검사)시 각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필요한 경우 시공자로 하여금 제품검사여부를 표시한 서류를 제출토록 하고, 검사원이 밸브 제조사 및 제조번호 등을 전산시스템을 통해 재확인함으로써 미검품의 현장설치를 근절토록 제도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정밀하게 위조된 가스안전공사의 설계단계 검사 성적서
▲ 최근 위조가 어렵도록 개선된 한국가스안전공사의 검사 성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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